흔적

작가의 말

어두운 지하도
흔적 혹은 여운
하늘말나리
불꽃놀이 전후
술래잡기

그는 문득 어머니가 남긴 물건들 중에 어머니와 아버지의 생년월일, 아버지의 기일 등을 써놓은 종이가 담긴 작은 상자를 떠올렸다. 그 속에는 그것 외에도 누렇게 색이 바랜 얄팍한 책자가 한 권 들어 있었는데, 질이 좋지 않은 종이를 노끈으로 묶어서 만든 매우 조악해 보이는 것이었다. 기록할 때마다 다른 필기구를 사용한 듯했고 글씨의 크기도 일정하지 않았다. 심한 흘림체에다 한자가 많이 섞여 있어서 당시 그는 한두 장 들추다가 덮어 버렸었다. 그가 새삼스럽게 그 책자를 떠올린 것은 장인의 글에서 장인이 아버지에게 건넸다는 그 '비망록'에 대한 언급 때문이었다. 그는 거의 밀봉하다시피 해놓았던 상자 속에서 그 책자를 찾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