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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세계사 일반
· ISBN : 9788974798444
· 쪽수 : 225쪽
· 출판일 : 2020-09-07
책 소개
목차
추천의 글 : 우주의 꽃, 사람 그 불립문자를 읽다 - 이근배(시인)
추천의 글 : 암각화, 그 시원(始原)의 떨림을 감지한 탁견 - 김호석(수묵화가)
들어가며 : 신과 인간이 많든 영혼의 예술품, 암각화
1장 하늘이여, 자비로 내리소서
타왕복드 | 하늘의 소리 | 어서 가자 | 춤 | 두 개의 태양 | 사슴 별 | 태양 소년 | 약속, 믿음
바퀴로 오신 태양신 | 마차가 왔다 | 하늘길 | 태양이다 | 신(神)의 탄생 | 꼬리도 춤을 춘다 | 하늘사슴 | 텡그리, 단군 할배여 | 하늘님의 이야기 | 하늘님의 뿔소 | 새 인간
2장 간절한 기도 하늘에 닿으리
기도하는 밤 | 기도하는 사람들 | 축제 | 무량겁의 첫걸음 | 큰 소원 | 고요함이 가득하여라 | 길을 따라 | 소를 그려라 | 바위에 새긴 염원 | 꿈 | 엄마가 보고 싶어 | 대동세상(大同世上)
고리는 뭘까? | 제사장 | 영겁의 꽃이 되어 | 우리 엄마 | 소년아! | 향상(向上)의 길로 | 나아가자
3장 지금 여기 꽃으로 피어라
만다라 | 원융무이(圓融無二) | 용감한 바둑이 | 권투 시합 | 잘 봐 둬라 지도다 | 꿈결에 | 깃발 꼬리 | 춤의 초상화 | 위풍당당 | 맘모스 | 탁본을 뜨는 것은 무엇일까? | 사냥개 | 봤다, 봤어! 만(卍) 자! | 이대로도 멋있다 | 봐라, 아리랑 춤이다 | 우리 집 설계도 | 함께 간다 | 엄마들 | 서로가 당당하다
저자소개
책속에서
마차가 왔다/ 사내가 왔다/ 두 바퀴 마차를 몰고// 사내가 나타났다/ 무엇일까?// 어디서 왔을까?/ 훠이~~// 길 비켜라// 님이시다// 춤추며 반겨라 (-〈마차가 왔다〉)
싸이말루이 따쉬에서 마차 그림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이 마차도 어렵게 발견했다. 사실 처음으로 마차가 나타나서 놀랐다. 아마 한두 점 정도는 더 있을 것 같은데 찾지 못했다. 이 그림은 아직 마차에 사람은 타지 않고 짐만 싣는 구조다. 바퀴가 강조되고 여덟 개의 바큇살이 분명한 것으로 보아, 바퀴와 관련된 지식이나 경험치가 어느 정도 쌓여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제의(祭儀)와 관련된 춤추는 그림이 함께 있는 것도 눈여겨볼 특징이다. 마차는 그들의 외형적 발전을 가져오는 중요한 수단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 중요한 것이었기 때문에 마차를 바위에 새기고, 하늘에 제를 올리고 춤추며 노래하는 축제를 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암각화는 그런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그래서 탁본을 한 점 뜨기로 했다. 워낙 높은 산이라서 비가 한두 방울 있는 듯 없는 듯 떨어지고 바람도 많이 불었다. 탁본을 하기에는 마땅하지 않았다. 하지만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먼저 산신령님께 절하고, 이러이러한 이유로 탁본을 한 장 뜨겠으니 ‘허락하여 주십시오.’ 하고 고(告)하는 의식을 간단하게 한다. 그런 다음, 바위를 곱게 쓸고, 바위가 깨어나면 조심스럽게 물을 뿌린다. 그러고서 빠른 손길로 최고 품질의 한지(韓紙)를 물 뿌린 바위 위에 붙이고, 그 위로 광목천을 덮어 물기를 뽑아내면서, 암각화의 윤곽선을 따라 살살 두드려 음영을 만들어 낸다. 적당한 햇볕과 바람이종이의 습기를 말려 주면, 솔가지를 태워 얻은 먹으로 암각화의 영혼을 한지에 옮긴다.
둘이/ 신나게 춤을 춘다// 네가 사라지고/ 나도 사라진다// 춤이 춤을 추다가/ 춤도 사라지니/ 일없이 고요하다// 다시/ 산이 되고/ 물이 되었다 (-〈춤의 초상화〉)
우연히 이 그림 앞에서 이상한 체험을 하였다. 그 주변의 다른 많은 그림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오직 이 그림만 내 눈에 보이는 특이한 체험이었다. 몇십 초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순간에 이 그림과 내가 하나가 되어 버렸다. 내 마음이 이 그림과 알 수 없는 교류를 하는 듯했다. 아마도 세상이 온통 흰색으로 덮여 있어서 그랬는지 그림 앞에서 발이 땅에 딱 붙어 한참을 있었다. 그러다가 뇌세포 하나가 새롭게 눈을 뜨는 것 같았다. 이 그림은 많은 다른 그림들과 같은 공간에서 서로 연결되어 존재하는 것인데, 내가 이 그림 앞에 서는 순간, 다른 그림과는 함께 있으면서도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그림이 되었다. 나 역시도 많은 사람들 중에 한 사람인데, 그 하나의 개체들이 어느 순간, 오직 둘만 딱 만났다. 그 그림과 내가 둘만의 세계를 펼쳐 내고 있었다. 사실은 모든 존재들이 매 순간 그렇게 만나고 있는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고 마땅한 이치이지만 새롭게 느꼈다. 개별적 존재들의 완전함과 각 존재들의 삶이 전체와 맞닿아 서로가 서로를 완성하고 있는 이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이미 알고 있었겠지만 다시 깨닫게 해 준 이 그림은 나에게 특별한 그림이 되었다. 우리 인생도 그럴 것이다. 개인 개인의 인생이다 소중하고, 순간순간의 삶이 다 의미가 있다.
염소들의 자세를 봐라/ 부족한 곳이 한 곳도 없다// 사람은 또 어떤가/ 손가락 표현이며 머리카락도 멋지게 휘날린다// 이것으로 충분하다/ 나머지 이야기는 우리들 가슴속에 있다 (-〈이대로도 멋있다〉)
많은 세월이 흘렀을까? 이 암각화의 아랫부분은 떨어져 나갔는지, 원래부터 없었는지, 알 수 없다. 떨어져 나갔어도 그림을 이해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떨어져 나간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이런 공간을 활용해서 그렸다면, 그것은 더 훌륭하다. 그림 속의 주인공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으로 보면, 아랫부분이 있든지 없든지 상관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뒤로 휘날리는 머리카락은 빠른 속도를 말하는 듯하고, 원초적 단순함으로 표현한 손가락은 기운이 넘친다. 주인공의 이런 동작은 빠른 속도로 나아가고 있는 동물들의 역동적인 자세하고도 잘 어울린다. 그림의 절반 이상이 없어졌어도, 지금 이대로도 만족할 만하다. 우리 삶에도 이런 부분이 있을 것이다. 어떤 일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을 때가 있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이대로도 만족함이 있다. 어리석은 사람들은 자신에게 이미 있는 만족함은 돌아보지 않고 없는 것을 찾느라 이미 있는 행복을 놓치고 마는 경우가 있다. 공중에 떠 있는 몇몇 점들은 하늘에서 내리는 꽃비라고 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