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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사진/그림 에세이
· ISBN : 9788974833879
· 쪽수 : 228쪽
· 출판일 : 2009-06-10
책 소개
목차
1부 북극선 이후 14/ 꿈에도 그리던 빙하의 나라로 16/ 그린란드 강게루수악, 북위 67도 17/ 일루리셋, 북위 69도 21/ 스끼니아픽 29/ 일루리셋―우마낙 32/ 우마낙―일루리셋 44/ 여름 바다의 위험한 유혹 48/ 강게루수악 51/ 까낙으로 가는 길 53/ 북극의 슬픈 사연 78/ 이눅 86/ 북극의 첫 마을 97/ 시오라팔룩, 북위 77도 47분 100/ 일루리셋 136/ 강게루수악 138
2부 극야로의 여정 144/ 일루리셋―시오라팔룩 150/ 까말리악 154/ 북극의 야간 수업 161/ 북극의 겨울 164/ 스끼니악, 해가 나오는 달 186/ 태양의 바다 200
후기 빙하시대의 살아 있는 기억들, 그린란드 226
저자소개
책속에서
문을 열고 들어서니 좁은 현관에 신발이 꽉 들어찼고, 아이, 어른 뒤섞여 부엌 바닥에 앉아 잔치 음식을 열심히 먹고 있다. 맨 앞에는 우루욱(흰고래의 비계 덩어리), 가운데는 사향소와 해마탕(까육), 그리고 끼비악(꼬마 펭귄) 순서로 차려져 있는데, 그중 제일은 물론 끼비악이다. 여기저기 시커멓게 쌓여 있는 깃털과 집 안 분위기를 압도하는 냄새 속에서, 몸뚱이가 흐물흐물 늘어져 버린 새를 움켜쥐고 이처럼 모두가 제정신이 아닌 듯 발효 삼매경에 빠져 행복해하는 광경은 처음 본다. 며칠 전 이꾸오와 함께 돌 더미를 걷어내고 찾아 온 물범가죽 자루 속의 사연이란 바로 이런 것이었구나. (…) 오늘날 별미로 즐기는 이 끼비악은 식량 비축이 어려웠던 시절, 겨울철 몇 달 동안 이누잇들을 버티게 해 준 비상식품이었다. - 본문 130-131쪽 중에서
환월幻月, 미세한 얼음결정체들을 품은 대기를 달빛이 통과할 때 안쪽으로 굽어지면서 둥글게 퍼져 나가는 현상을 말한다. 봄철의 태양 주변으로 그와 같이 생기는 후광은 환일이라고 하며, 후광의 양쪽으로 조그만 해가 생기기도 한다. 환일에 비해 나타나는 경우가 드물다는 환월, 자세히 살펴보니 둥근 형태가 아니라 일그러진 모양을 하고 있다.
북극 이누잇의 유일한 악기인 북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북과 달리 원형이 아니라 타원형인데, 한국의 소고만 한 크기에 두께가 반 정도로 얄팍하고 한쪽 면에만 가죽이 입혀져 있다. (…) 이누잇의 북에 대해 유래를 정확히 밝혀 놓은 것은 없으나, ‘낄라웃’이라 불리는 북의 이름은 옛날 사람들이 “태양의 북”이라 여겼던 환일, 즉 ‘낄라웃따’에서 나온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북 형태가 원이 아니라 왜 타원형일까? 나는 끼뜰락이 만들어 준 북과 달을 번갈아 바라본다. 닮았다. - 본문 154-155쪽 중에서
북극의 진정한 주인이라 할 수 있는 흰곰. 흰곰들은 봄철 해안으로 내려와 그 즈음 태어나는 어린 물범들을 잡아먹거나 아니면 큰 얼음덩어리를 타고 다니면서 먹이를 잡아먹는다. 그런데 근대에 접어들어 영리한 인간들이 총을 들고 와 행세를 하고, 또 지구를 자꾸 덥게 만드는 바람에 해양빙하가 줄어들어서 그러한 생존 방식도 위협받는 상황이 되었다. 사실 이누잇들의 주거 형태인 이글루는 겨울잠을 자기 위해 곰들이 눈 더미나 얼음 동굴을 이용해 만드는 자물쇠 구멍 형태의 거처를 보고 모방한 것이고, 게다가 모피까지 빌려 입게 해 준 배경을 생각해 보면 원주민들에게는 보통 은혜로운 동물이 아니다. 재미있는 것은, 사월 중순경 곰들의 짝짓기가 시작되면 암컷이 3일 정도만 수컷에게 잠자리를 허락하는데―그것도 3년 주기로, 선택받지 못한 수컷들은 거의 혼자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는 신세가 된다고 한다. 그래서 옛날 이누잇 여자들도 임신 주기를 3년으로 잡았다고 한다. - 본문 72쪽 중에서
슈퍼에서 마주친 이꾸오(1972년에 북극 원정을 한 일본인 나오미 우에무라를 따라왔다가 이곳에 정착해 살며 이누잇보다 더 노련한 사냥꾼이 되었다)가 조금 있다 여우 사냥을 갈 건데 원하면 같이 가잔다. 챙겨 온 옷을 모두 껴입어 봤자 얼음으로 덮여 가는 바다 공기를 버티기 힘들겠지만, 그래도 북극 흰여우를 만날 수만 있다면야. (…) 봄이 채 자리를 잡지 못한 이월부터, 하얀 북극여우들은 북극곰과 함께 여행을 시작한다. 매우 발달한 후각에 비해 시력이 영 시원치 않은 곰이 바다의 빙산 조각을 뗏목 삼아 사냥감을 찾아다니는 동안, 영리한 여우는 바람에 노출되지 않는 곳에 숨어서 곰이 먹다 남긴 고기로 배를 채우며 놀다가 자다가 털갈이를 할 무렵 산으로 돌아간다. - 본문 122-124쪽 중에서
새벽 두 시. 성에로 뒤덮인 유리창을 통해 뭔가 움직이는 기색이 있어 하늘을 올려다보니 오로라 줄기였다. 나는 서둘러 방한복을 걸치고 밖으로 나간다. 북두칠성을 올려다보고 있던 참에 만났던 일루리셋의 오로라보다도 훨씬 넓고 긴 자락. 마치 새벽하늘의 또렷한 은하수 줄기가 굽이쳐 내리는 듯 하늘을 휘감아 도는 춤사위가 대단하다. 이번에는 오로라를 한참 둘러보다가 고개를 드는데, 바로 위에 또 북두칠성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나는 오로라와 북두칠성과 알 수 없는 인연을 맺고 마침내 치러야 할 혼사의 밤을 지새우기로 한다. - 본문 222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