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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88976821645
· 쪽수 : 296쪽
책 소개
목차
머리말_선으로 가는 길
1부 서산휴정의 삶과 그의 시대
1장_최여신에서 휴정으로
1. 최여신의 고민
2. 깨달음을 향한 서산휴정의 발걸음
2장_조선 전기 척불의 시련과 불교계의 대응
1. 조선 전기 척불정책의 역사적 변모
2. 명종 시기 불교 정책의 전환
문정왕후의 등장, 조선 불교 부흥의 불씨를 되살리다 / 백성들의 숭불과 문정왕후의 호불, 그리고 그 한계
2부 공격과 방어, 새로운 불교 모색의 계기
1장_유교의 대공세
1. 정도전의 입장 변화
2. 『불씨잡변』의 논리
윤회와 인과응보에 의한 화복의 문제 / 윤리의 문제 / 교리상의 문제 / 이단으로 인한 사회적 폐해의 문제
2장_불교가 살아남는 방법
1. 논쟁에 소극적인 불교
2. 함허득통의 반격
3. 설잠, 논쟁에서 한 발 비껴 서기
4. 보우, 정치권력과 불교 사이에서 줄타기
3부 깨달음으로 가는 세 갈래 길
1장_새로운 불교의 모색
2장_『선가귀감』의 저술 의도와 편찬 시기
3장_삼문수행, 조선 불교의 새 길을 열다
1. 깨달음으로 가는 지름길, 간화선
‘한 물건’, 그놈을 찾아서 / 바람 없는 바다에 물결이 이네 / 선 수행과 화두 참구 / 돈오와 점수에 대한 견해
2. 교종, 깨달음으로 가는 또 하나의 길
깨달음 이전의 공부와 교학 / 『선가귀감』이 사랑한 책들 / 깨달음 이후의 공부와 교학
3. 염불, 선과 만나다
타력신앙으로서의 염불 / 염불과 선의 만남 / 휴정의 염불선
4. 서산휴정의 법맥과 그 문도
휴정이 언급한 법맥 / 허균의 글 / 언기, 해안 등의 글 / 새로운 법맥의 확립 / 서산 문도와 조선 후기 불교
5. 머나먼 수행의 길: 수행자의 자세
말세의 어리석은 수행자 / 수행자의 본분과 계율 / 육바라밀의 실천 / 경전 공부 / 대장부의 기상
4장_호국과 불교의 미묘한 조합
1. 시주자의 은혜
2. 국왕의 은혜와 수행자의 자세
3. 수행과 전쟁, 영원히 지속될 평행선
맺음말_수행자를 위한 지도 한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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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책속에서
이러한 선정이 지혜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그저 앉아서 마음만 고요하게 만든다면 수행의 큰 문제점으로 지적될 만하다. 흔히 묵조선의 폐단으로 거론되는 것은 바로 고요함의 즐거움에 빠져서 헤어나지 못한다는 점이다. 선정이 지혜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고요함만 추구한다면, 이는 미세한 먼지를 고요히 가라앉혀 놓기만 하는 것과 같아서 미세한 바람이라도 불면 순식간에 그 먼지들은 온 방안을 가득 채울 것이다. 마찬가지로 마음을 고요하게 해서 우리의 번뇌를 가라앉혀 놓는다 해도 그것은 미봉책에 불과한 것이어서 외부와의 접촉이 발생하는 순간 수많은 번뇌들이 다시 우리 마음을 가득 채울 것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생활 속에서 선정을 행하면서도 중생의 삶을 올바로 살아갈 지혜를 어떻게 발생토록 할 것이냐 하는 점이다.
어느 시대나 새로운 사상과 흐름이 나오는 것은 이미 존재하고 있는 사상과 흐름이 있어야 가능하다. 휴정이 여러 선 수행 방법 중에서도 간화선을 중요하게 여겼던 것은 이전의 수행이 조사선 혹은 묵조선의 전통을 중시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유교는 불교를 비판하면서 늘 공적(空寂)함에 빠져서 실제로는 어떤 현실적 영향력도 없다고 하였다. 허무적멸(虛無寂滅)의 무리라고 승려를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불교의 수행에 무지한 유학자들이기 때문에 조사선이든 간화선이든 그저 가만히 앉아서 허무함에 빠져 버리는 것으로 파악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마음을 관(觀)한다는 차원에서 묵묵히 앉아 있다가 오히려 어떤 지혜도 나지 않는 적멸의 경계에 빠진다면 수행이라 할 수 없다. 그것은 경전을 읽으면서 거기에 얽매이고 뒤섞여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수행자에게 보시는 물질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들 보시가 진실로 하나의 공덕이 될 수 있으려면 거기에는 어떤 사적 욕망도 개입해서는 안 된다. 거지에게 돈을 주고 난 뒤 돈을 주었다는 생각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돈을 주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의 보시는 참 보시가 될 수 없다. 준 사람도 없으니 받은 사람도 없는 경계를 알아야 보시의 참뜻을 체득한 것이다. 그것은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고 걸림 없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드러내는 하나의 방식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