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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88976828477
· 쪽수 : 352쪽
· 출판일 : 2024-04-05
책 소개
목차
서문_작은 숨터에서의 행복한 기억들 • 13
작은 뜰에서 던져 보는 작은 생각들 • 25
채마밭에서 천하를 묻는다 • 45
- 고려 후기 가정 이곡의 텃밭 풍경
전원으로 돌아가지 못한 사람의 뜰 • 63
—조선 전기 문인 사가 서거정이 던지는 질문
뜰에 만든 무릉도원 • 83
—안평대군의 비해당 뜰
석가산이 있는 풍경 • 107
—조선 전기 관료문인들이 즐기던 뜰
비우당 뜰에서 천하를 상상하다 • 135
—지봉 이수광의 뜰
진리를 향한 곧은 마음으로 가꾸는 뜰 • 163
—미수 허목의 십청원
하찮고 조그만 사물에 대한 애정으로 만든 무릉도원 • 189
—문무자 이옥의 뜰
우주 안에 만든 채마밭에 오롯이 서서 • 213
—텃밭의 공간적 확장과 그 의미
여항의 예술인들이 어울리던 뜰 • 235
—천수경의 송석원
평생토록 설계해 온 아름다운 뜰 • 255
—조선 후기 여항문인 장혼의 뜰
그리움과 외로움 가득한 조선 여인의 뜰 • 279
—조선 후기 박죽서의 삶과 시
꽃 속에서 보낸 생애 • 301
—유박의 백화암
이름 모를 꽃들의 뜰 • 327
—여암 신경준의 순원
저자소개
책속에서
우리가 사는 터전은 일정한 경계로 공간을 구별한다. 울타리로 구별된 경계 안쪽에는 건물이 있고, 건물 이외의 공간은 집주인의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된다. 울타리와 건물 사이에 존재하는 넓은 공간을 흔히들 정원이라고 부르지만, 그 공간을 지칭하는 용어는 다양하다. 떠오르는 대로 열거해 보겠다. 원(園, 苑), 정(庭), 정원(庭園, 庭苑), 원정(園庭), 원정(園亭), 원림(園林), 원유(園囿, 苑囿), 화원(花園), 임천(林泉) 등이 있다. 비슷해 보이지만 맥락에 따라 의미가 약간 다르다. 우리말에도 그 공간을 지칭하는 말이 있다. 뜰, 뜨락, 마당 등이 떠오른다.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한데, 이 역시 맥락에 따라 단어마다 어감의 차이가 있다.
허균은 이렇게 물었다. 아무리 누추하고 초라한 집에 산다고 해도, “그곳에 군자가 살고 있다면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사소할지 모르지만, 작은 뜰에서 던지는 질문이 때로는 시공을 넘어 지금의 우리에게 생각거리를 던져 주기도 한다. 그 질문들이 역사에 울림을 주었고, 사람의 생각을 바꾸었으며, 세상을 흔들었다. 설령 세상을 뒤흔들 만한 대단한 질문이 아니면 또 어떻겠는가. 그렇게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소박한 질문을 던지는 모습에서 우리는 사람이 살아가는 멋진 태도를 배울 수 있지 않겠는가.
연경 골목 한 귀퉁이에 있는 조그만 채마밭이었지만, 이곳은 천하를 읽어 내는 터전이기도 하다. 그것은 삶의 작은 움직임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고 깊이 생각하며 천하를 위한 질문을 던지는 이곡의 내공이 깊은 덕분이다. 이것이야말로 노자(老子)의 말을 인용하여 표현한바, ‘문을 나서지 않아도 천하의 일을 안다’(不出戶庭知天下)는 말과 정확히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