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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91167742353
· 쪽수 : 260쪽
· 출판일 : 2025-09-17
책 소개
도서평론가 이권우, 깊이 있고 치열한 ‘맹자’ 탐독의 기록
깊이 있는 서평으로 오랫동안 신망을 받아온 도서평론가 이권우가 혼돈과 위기의 시대를 통과하며 읽어온 《맹자》 탐독의 기록을 내놓았다. 신간 《최소한의 윤리》는 이익과 욕망이 최우선인 오늘날, 우리가 인간의 도리를 지키기 위해 잃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동양고전 《맹자》에서 길어올린다.
맹자가 활동하던 2300년 전 전국시대, 전쟁은 일상이 되고 나라 간의 패권 다툼이 끊이지 않았다. 권력자의 곳간에 재물이 넘쳐날수록 백성의 얼굴에는 가난과 굶주림과 고통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통치자마저 나서서 이익을 탐하던 전국시대의 상황은, 승자독식과 무한경쟁을 부추기는 이익의 가치관이 시대정신이 된 오늘날과 거울을 보듯 닮아 있다.
공멸의 두려움에서 벗어나 더불어 사는 세상을 이루고자 했던 맹자는 ‘인의’, 곧 사랑과 의로움의 정신을 내세웠다. 저자는 이 책에서 타고난 우리의 선한 본성이 인의의 정신을 발휘하고 잃지 않도록 지키는 일, 그 마음이 나로부터 타인에까지 이르도록 넓혀 나가는 일, 그것이 무한 욕망과 이해타산에 굴복하지 않고 관계의 존재로 살아가기 위해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윤리라고 말한다.
동양고전 《맹자》의 핵심 주제와 오늘날의 문제의식을 치밀하게 엮어내고 비판적 사유를 통해 우리가 지향해야 할 가치를 제시하는 이 책은, 고전을 왜 읽어야 하고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탁월한 본보기다. 요즘 유행하는 아포리즘에 기댄 자기계발식 고전 읽기가 아쉬웠던 독자라면, 이 책에서 넓고 깊은 독서에 기반한 제대로 된 고전 읽기란 어떤 것인가를 충분히 느끼고 지적 충만함과 깊은 감명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의 도리를 지키기 위해,
이익의 덫에 걸린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
우리에게는 ‘인의’의 정신이 필요하다
동양철학 고전의 핵심은 늘 맨 앞자리에 놓여 있다. 《논어》는 ‘학(學)’과 ‘습(習)’이, 《도덕경》은 ‘도(道)’가, 《장자》는 ‘화(化)’가 핵심 주제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맹자》의 핵심은 무엇일까? 그것을 깨닫기 위해서는 시작인 〈양혜왕〉 편을 주의 깊게 들여다봐야 한다.
본디 위나라였던 양나라는 진나라, 조나라, 제나라 등 주변국의 공격을 받고 쇠퇴해 도읍을 대량으로 옮기면서 양나라로 불리게 되었다. 위기에 빠진 혜왕은 나라를 재건하고 영광을 되살리고자 맹자를 초빙해 물었다. “내 나라를 이롭게 할 방안이 무엇입니까?” 얼핏 들으면 부국강병을 통해 백성의 삶을 낫게 하려는 길을 묻는 듯하지만, 실제는 오로지 왕 자신의 이익을 목적으로 삼은 질문이다.
이를 간파한 맹자는 단호히 말한다. “왕께선 하필 이익을 말씀하십니까!” 왕이 내 나라를 어떻게 이롭게 할까 고민하면 대부(지배층)는 내 가문을 어떻게 이롭게 할지 고민하고, 서민 역시 자기 한 몸을 이롭게 할 방안을 찾게 마련이다, 모두가 각자의 이익을 내세우면 세상은 더 큰 혼란에 빠진다며 양혜왕에게 쓴소리를 했다.
그렇다면 맹자가 이익 대신 내세운 것은 무엇일까? ‘인의’, 곧 사랑과 의로움의 정신이다. ‘인’이란 부모 형제를 사랑하고 자신에게 충실하며, 나의 처지를 살펴 남의 처지를 짐작하고, 남을 배려하고 관계 맺고 화합하는 것이다. ‘의’는 자기의 역할과 의무를 다하고 의로움을 실천하는 일, 부정의함을 바로잡는 일이다.
맹자가 인의를 내세운 까닭은 맹자가 살던 전국시대의 상황이 그만큼 급박했기 때문이다. 맹자보다 100여 년 전 춘추시대를 살던 공자가 강조했던 것은 ‘인’이었다. 하지만 맹자는 ‘인’만으로는 세상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고 보았다. 전국시대 7개 제후국의 패권 다툼은 극에 달했고, 민중의 삶은 더욱 도탄에 빠졌다. 맹자는 “나는 이 사태가 두렵다(吾爲此懼)”라며 참담함을 토로했고, 이것마저 잃으면 안 된다는 절실한 심정으로 ‘인의’라는 대안을 내세운 것이다.
저자는 오늘날 우리가 전국시대 못지않은 위기에 빠져 있다고 진단한다. 불평등은 깊어지고, 전쟁은 직간접적으로 우리의 삶을 위협하며, 기후 위기는 파국을 향해 내달린다. 이런 상황인데도, 사람들은 눈앞의 풍요를 누리는 데 여념이 없다. 혼란의 전국시대와 거울을 보듯 닮아 있는 오늘날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두려움에 떨면서도 인의라는 대안을 내놓은 맹자에게서 그 길을 찾아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측은지심이 트로이 전쟁으로,
성선설이 진화학자의 공감 본능으로
학문의 경계를 넘는 무한 확장의 맹자 읽기
저자는 서평전문잡지 〈출판저널〉 편집장을 지낸 이후 30년간 도서평론가로 활동하며 문학, 철학, 역사, 정치사회는 물론 과학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는 왕성한 독서와 단단한 서평으로 출판계와 언론계에서 오래도록 신뢰를 쌓아왔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그의 글쓰기에 대해 “그의 찬탄과 비판에는 언제나 합당한 논거가 있다. 이를 특별히 복잡한 수사를 동원하거나 에돌지 않고 진솔하게 마치 속삭이듯 말하고 있다”며 쉽고 간명하된 설득력이 뛰어난 좋은 글의 특징을 갖추었다고 말한 바 있다.(이권우 저, 《책과 더불어 배우며 살아가다》 추천사에서)
저자의 넓고도 깊은 독서에 바탕을 둔 글쓰기는 학문의 경계에 갇히지 않는 확장성과 자유로움이 돋보인다. 맹자를 ‘인류 지성사 최초의 진화 철학자’라고 언급한 대목이 바로 그렇다. 맹자는 모르는 아이가 우물로 기어들어 가는 장면을 우연히 보았을 때, 누구든 측은한 마음이 들어 아이를 구하려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누군가의 고통을 모른 척하지 않는 마음을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품고 있다, 즉 ‘성선론’을 주창했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프란스 드 발, 장대익 등 오늘날의 진화학자들이 공감 능력이 인류의 번영을 위한 인간의 본능임을 거울뉴런 등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내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맹자의 성선론과 진화학자들의 공감 본능이 다르지 않음을 이야기한다.
저자의 ‘선 넘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맹자는 선한 본성이 나와 내 가족에 그치지 않고 타인으로 넓혀 나가야 한다는, 즉 확충을 이야기했다. 이것을 진화학자 장대익이 말한 ‘인지적 공감’(타인의 관점을 이해하는 것으로 역지사지하는 능력)과 연결 짓는가 싶더니 그리스 고전 《일리아스》의 한 장면으로 순간 이동한다. 분노와 복수에 사로잡혀 헥토르의 시신을 마차에 매단 채 끌게 했던 아킬레우스가 헥토르의 아버지 프리아모스의 간청을 듣고는 고향에 계신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리며 헥토르의 시신을 프리아모스에게 내어준 장면, 저자는 이 장면을 맹자가 말한 ‘확충’이 발현된 것이라고 보았다.
저자는 이처럼 맹자 완역서와 해설서를 참고해 원문의 뜻과 다양한 해석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동서양 고전과 여러 교양서를 연결하며 독자들을 더욱 풍성한 독서의 매력으로 이끈다. 시간의 경계, 공간의 경계, 학문의 경계를 넘는 저자의 독법을 통해 독자들은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고 전혀 새로운 고전 읽기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목차
여는 글: 두려움을 넘어 더불어 사는 세상으로
양혜왕은 어쩌다 빌런이 되었나
왕께선 하필 이익을 말씀하십니까!
오직 인의만 있을 뿐이다
지성사 최초의 진화 철학자
인간이 짐승과 다를 수 있는 네 가지 실마리
이익의 정치와 덕의 정치
독재하는 ‘또라이’는 갈아치울 수 있다
인륜, 관계성의 철학
맹자는 사회주의자인가?
새로운 시대는 저절로 오지 않는다
칼날 위를 걷기보다 어려운 길
장례를 둘러싼 논쟁
부모 뜻을 어기지 않는 것만이 효도인가?
스승에게 덤벼드는 제자
시대적 소명을 스스로 짊어진 사람
어질고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한 공부
담담한 삶
맺는 글: 나를 비춘 별
주
참고문헌
저자소개
책속에서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궁극적 가치가 무엇인지를 두고 논쟁하고 투쟁할 수 있다. 그러나 서로 궁극의 지향점이 다르더라도 공동체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데 요구되는 최소한의 가치는 공유해야 마땅하다. 아니면 이념적인 내전 상태가 펼쳐질 공산이 크다. 맹자가 제시한 최소한의 윤리는 오늘 우리가 맞은 공멸의 위기를 넘어 더불어 사는 세상으로 건너가는 징검다리가 될 터다.
- <여는 글>
제선왕이 무서워 벌벌 떠는 소를 보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양으로 바꾼 일이나, 만약 어린아이가 아무것도 모르고 우물로 기어 들어갈 적에 무조건 즉각 끌어안아 올릴 것이라는 사고실험은 오늘의 진화학자가 말한 정서적 공감과 같고, 그것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주장한 점에서도 일치한다. 그러니 맹자를 케케묵은 2300년 전의 헛소리나 책상물림의 한가한 소리라고 깎아내리지 말라.
- <지성사 최초의 진화 철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