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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문화/문화이론 > 문명/문명사
· ISBN : 9788976823410
· 쪽수 : 400쪽
책 소개
목차
서문
1장 기억사와 이집트의 구성
모세구별 | 두 나라 이야기 | 기억사의 목표 | 기억사와 담론사 | 모세와 이집트의 부활
2장 박해의 역사, 억압의 기억: 모세와 아케나
아케나톤: 최초의 반 - 종교 | 문둥병자와 유대인: 그리스·라틴 문헌 속에 등장하는 아케나톤으로서의 모세 | 고대 세계의 반 - 종교와 종교적 번역 가능성
3장 법 앞에서: 이집트학자 존 스펜서
망각술로서의 규범전도: 마이모니데스 | 적용: 율법의 문화화 | 신성문자에서 율법으로: 법의 보호 아래(Sub Cortice Legis) | 헨 카이 판: 랠프 커드워스가 말하는 이집트의 불가해한 신학
4장 18세기 모세 담론
유일신교의 시각: 존 톨런드 | 신비 또는 이교도의 정신분열증: 윌리엄 워버턴 | 사물과 기호: 우상숭배와 신비의 그라마톨로지 | 여호와, 즉 이시스: 카를 레온하르트 라인홀트 | 자연과 숭고함: 프리드리히 실러 | 헨 카이 판: 이집트 우주신의 귀환
5장 지그문트 프로이트: 억압의 회귀
만화경의 전환과 프로이트 텍스트의 탄생 | 이집트인 모세와 유일신교의 기원 | 두 모세와 유대인의 이원론 | 반복과 억압: 아버지 살해와 종교의 기원 | 역사적 의미: 프로이트식 에우헤메리즘
6장 고대 이집트 전통 속의 유일자
자연의 반 - 종교: 아케나톤의 혁명적 유일신교 | 창조와 신의 현시로서의 세계
7장 모세구별의 폐지: 종교의 적대성과 그 극복
혁명 혹은 옛 것과 새 것 | 비밀 혹은 계시된 것과 감춰진 것 | 잠복, 또는 망각한 것과 기억한 것
옮긴이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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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우리는 종교에서의 진리와 거짓 사이의 구별을 ‘모세구별’이라고 명명하고자 하는데 그 이유는 서구의 전통이 그것을 모세와 연관 짓기 때문이다. 종교적 경전 이외에는 모세가 실존했다는 어떤 흔적도 없기 때문에 그가 실존인물인지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그가 이 같은 구별을 한 최초의 인물이 아니었음은 분명하다. 그 선구자는 자신을 아케나톤이라 이름 지었고, 기원전 14세기에 유일신교를 설립한 이집트 왕으로 전해지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의 종교는 어떤 맥도 잇지 못한 채 창시자인 그가 죽자마자 곧 잊혀졌다. 아케나톤은 기억이 아닌 역사의 인물인 반면, 모세는 역사가 아닌 기억의 인물이다. 문화적 구별과 해석의 영역에서는 기억이 아주 중요하므로 아케나톤 구별이 아닌 모세구별이란 용어를 쓰는 것이 마땅하다. 이 모세구별에 의해 단절되거나 분리된 공간이 서구 유일신교의 공간이다. 그리고 거의 2천 년 동안 유럽인들의 정신적?문화적 공간을 이루고 있었던 곳도 바로 이 공간이다.
프로이트는 반유대주의의 뿌리를 찾으려 했다. 아주 충격적이게도 그의 질문은 어떻게 이방인들이나 기독교인들, 혹은 독일인들이 유대인들을 미워하게 되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유대인들이 그런 상태가 되었는지, 왜 이 끝없는 증오를 자신이 받게 되었는지”에 관한 것이다. 프로이트는 이 “끝없는 증오”를 추적해 아버지 종교로서의 유일신교에 내재한 “적대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유일신교와 서양문화의 깊은 근원에 서 있는 모세는 역사의 인물이 아니라 기억의 인물이다. 그렇게 모세는 아스만의 책에서 혁신적인 기억사 서술의 핵심적 주제가 되었다. 그러므로 이 책 『이집트인 모세』는 사실적 또는 허구적 사건과 그 인물들이 어떻게 종교적 믿음 속에서 기억으로 자리하게 되고, 철학적 정당화, 문학적 재해석, 문헌학적 재구성(부정), 그리고 정신분석학적 탈신비화를 위해 변형되는지 그 방식을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다양한 지식을 망라하고 깊이 있는 성찰을 한 종교학적?이집트학적?문화학적?역사학적 연구서일 뿐만이 아니라 이집트를 유럽의 문화적 기억의 일부에 편입시키는 획기적인 책이다. 그런 편입의 시도에는 이유가 있다. 아스만은 이 책에서 자기 민족의 과거가 유대인뿐 아니라 전 인류에 쇼아(홀로코스트)라는 깊은 상처를 남겼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아스만이 기억의 문제에 몰두한 것은 바로 상처의 근원이 된 ‘모세구별’을 폐지하기 위한 동기에서 출발한 것이다. 아스만이 바란 민족 간의 대화는 곧 문화 간의 번역 가능성, 수용, 그리고 적용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