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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서양철학 > 서양철학 일반
· ISBN : 9788976825537
· 쪽수 : 136쪽
책 소개
목차
편집자 서문
우연의 인정
시민성 거부의 거부: 1945년에 대한 한 철학자의 비평
시간과 유한성
이성과 유머: ‘그래야만 해’에 대한 ‘그렇지’의 승리에 대하여
미래가 줄어드는 생애 구간에 대하여
늙음 — 목표라기보다는 끝: 오도 마르크바르트와 프란츠 요제프 베츠의 대화
오도 마르크바르트 연보
출판물
옮긴이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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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인간은 ‘왜’라는 물음 없이 해마다 자신의 생일을 축하한다. 다른 이들은 생일 맞은 이를 기쁘게 북돋아 주고 즐겁게 하기 위해 행운을 빌어 준다. 악수, 전화, 우편엽서의 수는 자신이 중요하다는 감정을 끌어올린다. 친절한 인사의 말이 종종 글자 그대로 이해되어선 안 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러한 축하의 말을 진지하게 이해하지 않는다 해도 이에 기뻐한다. 하지만 도대체 85세 철학자의 생일을 왜 축하해야 하는지의 물음은 대답되지 않는다.
생 자체를 고찰해 볼 때 우리가 거부할 수 없이 매일 조금씩 다가서고 있는 죽음을 동경하지 않는 이상 나이 드는 것을 축하하는 것은 터무니없게 보인다. 하지만 예외적인 경우에는 이런 이유 때문에 생일을 축하해야 한다.
생일축하는 사실상 죽음과 연관이 있다. 표현하지는 않지만 매년 우리는 언젠가 죽을 그날을 피해 왔다는 것을 상정하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매년 한 번씩 우리에게 잘 알려진 생일뿐 아니라 아직 알려지지 않은 죽음의 날을 지나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5년 이내의 오늘까지는?
“철학적인 고찰은 우연을 없애는 것만을 목적으로 한다.” 이는 헤겔의 말이다. 나는 위대한 경험론자인 헤겔을 가끔씩만 그리고 의지에 반하여 반박하곤 하는데 이 자리가 그런 자리다. 예를 들어 우연을 없앤다는 것은 철학에서 철학자를 없앤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마추어든 프로든) 철학자 없는 철학은 없다. 그렇다면 헤겔은 궁극적으로 철학이라는 이름으로 철학에서 철학을 없애는 꼴이다. 따라서 철학을 위해서는 우연을 구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이를 통해서만이 철학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기적인 언급이 유용하다. 이는 개별 철학자와 관련해 우연을 타당하게 만든다. 모든 철학자와 관련해 철학사는 우연을 포함한다. 철학사는 또한 철학에게 중요한데, 왜냐하면 철학에 우연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뭔가 이야기될 수 있는 것은 우연뿐이다.
세네카는 『짧은 생에 대해서』(De brevitate vitae)란 책에서 우리 생의 짧음에 대한 비탄을 비판합니다. 그가 생각하기로 우리 생은 짧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우리의 생의 시간을 노력할 가치가 없는 사물들로 인해 마구 써 버리기 때문에 생을 짧게 만듭니다. 그의 예들은 매우 현재적입니다. 예를 들어 귀족은 그의 평민(손님) 때문에 시간에 쫓겨 자신의 생을 망각합니다. 어떤 귀족은 머리 위 유일하게 남은 머리카락을 오른쪽 또는 왼쪽 곱슬로 만들 것인지에 관해 이발사와 수시간 동안 논쟁합니다. 이들은 자신의 시간을 버리는 것이고, 자신의 생을 잃어버리는 것입니다. 즉 생은 짧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시간 낭비를 통해 생을 짧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