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77661448
· 쪽수 : 176쪽
· 출판일 : 2012-02-20
책 소개
목차
1. 치명적인 맹세
2. 푸른 수염의 벽장 속으로
3. 이 여행에는 돌아오는 차표가 없다
4. 행복해지려고 결혼하는 이들에게
5. 당신은 초대되었을 뿐이다
6. 장막 뒤에 가려진 이야기
7. 여기까지만 가거라, 더 멀리는 안 된다
8.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9. 식탁을 둘러싸고 앉는 것
10. 축복의 사슬
결론
리뷰
책속에서
어제 한겨울의 목초지를 산책하면서 나는 깨달았다. 과실수들은 나무가 아니라 거꾸로 처박힌 빗자루들처럼 보였다. 가치의 논리와 확고한 리얼리즘을 따르는 사람이라면 그 죽은 나무들을 베어버리자고 할지도 모른다. 그 사람은 자연의 규칙이 놀라운 결말을, 예상 밖의 일을, ‘봄’을 준비해두었음을 절대 알지 못하리라!
죽은 것처럼 보이는 그 나무들이 조만간 싹을 틔우고 나뭇잎을 매달고 꽃을 피우리란 사실을!
식초 같은 낙담에 절어 있는 사람들도 있다. 제대로 대접을 못 받는다고 생각하는 그들의 마음에는 온갖 요구 사항과 권리 주장으로 잔뜩 먼지가 끼어 있다. 버스 안에서 “바지 지퍼 열렸어요” 혹은 “치맛단 뜯어졌네요” 하고 가볍게 일러주는 사람들처럼 그들에게 이렇게 말해 줄 수 있으면 좋겠다.
“붕대로 눈을 칭칭 감고 계신데요.”
정원사가 들쥐와 송충이와 두더지를 전부 막아낼 수는 없다. 진딧물과 대벌레를 일일이 잡아낼 수는 없다. 바람을 가라앉히거나 폭풍을 잠재울 수는 없다. 쏟아지는 우박을 막을 수는 없다. 초목의 잎사귀를 잡아당기며 빨리 크라고 재촉할 수도, 크지 말라고 사정할 수도 없다.
정원사는 그저 초목에게 모든 기회를 주려고 시도할 뿐이다. 초목이 살아 있도록 지킬 뿐이다.
우리를 맺어주는 관계도 마찬가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