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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화 (지은이)
신생(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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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절절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구구절절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79735871
· 쪽수 : 224쪽
· 출판일 : 2022-11-25

책 소개

황선화 작가의 첫 산문집이다. 부산 원도심에 있는 글쓰기 공동체 <백년어서원>에서 열심히 글을 쓰고 책을 읽는 일에 몰두하고 있는 저자의 글은 따스하고 감성적이다. 자신의 삶에 대한 사소한 성찰에서부터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여러 문제에 대해서까지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목차

작가의 말

1
인연, 그 바다와 산들
너의 손을 놓쳐서 미안해
엄마, 이제야 용기를 냅니다
간극
우리의 주파수
황혼서약서
나, 여자, 다시 나
해뜨는 집
세상을 움직이는 그루터기

2
내 안의 돈키호테를 찾아서
홀로 남다
매생이, 그 이끼의 생명력
내 친구 만년필
시간을 건너서 오는 등대
날파리 날다
뒤안
암막커튼
갈라진 담벼락에 홀로 핀 풀꽃처럼

3
환대의 이름들
공부, 인연을 일깨우는 연습
중석몰촉中石沒鏃을 꿈꾸다
만학晩學,만학萬學,만학滿學,만학娩學
인디언 영성
자신만의 리듬을 찾아라
삶의 목적은 오직 삶 그 자체라네
고맙습니다
불쑥, 미래가 뛰어내린다

4
놓친 것들에 대하여
이 별은 이별공동체입니다
알바트로스는 어디에
모든 순간은 반짝인다
한 명의 관객
밥이 하늘입니다
페미니즘의 문턱에서
사유의 구들방
보수동엔 대우서점이 있었다
아무튼 걷기

저자소개

황선화 (지은이)    정보 더보기
영도에 깃들어 산 몇 해, 자연이 내어주는 품안에서 소박한 일상을 누리며 감사를 배웁니다. 반짝이는 숲길에서 만나는 이웃들과 손잡고 한 걸음씩 나아가는 중입니다. 2021년 ≪문학과 의식≫으로 등단하였고 산문집 <구구절절>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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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나는 왜 여기에 있을까. 무수한 장소를 지나서 이른 곳, 새해 첫 일출을 보기 위해 오르던 무등산 자락에서 성년이 된 나는 먼 길을 돌아 바다 앞에 서 있다. 먼 수평선에 그 새벽 무등산의 능선이 겹쳐지고 바다의 윤슬은 햇살 입은 잎새들의 반짝임과 하나가 된다. 장밋빛 자두처럼 떠오르는 태양을 무시로 볼 수 있는 곳, 고개 들면 마주 보이는 바다와 하늘의 콜라보는 황홀하다. 지금 여기에서 나는 행복하다.
똑같은 날들은 없다. 아침은 매일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그 표정에서 무수한 차이를 만난다. 차이는 새로움이며, 새로움은 생명력이다. 그저 그런 날은 없다는 위안이다. 괜찮아, 이만큼 살아내느라 애썼어. 토닥토닥 자가 토닥이 가능해진다. 토닥토닥은 언젠가 제 손으로 버렸다고 여긴 책이며 뒤늦은 공부이다.
내 삶의 시간들은 내가 만든 것이 아니다. 내 앞에 다가온 무수한 인연들이 나를 흔들고, 보듬어주고, 다시 나를 일으켜 세운다. 한 톨의 씨앗이 무수한 열매로 바뀌듯이 나를 흔들고 지나는 바람, 그 인연들에 내 생각의 켜가 쌓여 간다. 집근처 둘레길을 틈틈이 걷는다. 초록의 향연이 반갑게 감싸준다. 엄마 등에 업힌 아이처럼 납작 엎드려 숲을 향유하고 나면 앞으로의 인연을 설렘으로 마주할 힘이 생긴다. 갈피갈피 오솔길을 찾아 걸으며 내게 산이 되어준 인연들을 찬찬히 바라본다.
바닷가마을에서 함께 자란 친구들은 30여 년 세월을 건너도 엊그제인양 편안하다. 세상을 향한 두근거림의 날들은 각별한 우정의 연대다. 교실을 운동장 삼아 뛰놀던 예닐곱 살부터 긴 겨울밤 배추서리와 수다로 채우던 사춘기를 지나 제 갈 길을 찾아 떠난 지 오래지만 긴 시간을 잊게 한다. 여전한 어린 아이를 만나기도 하고 근사한 중년의 친구를 대면하기도 한다. 먼 곳의 한 줄 안부는 혼자의 시간이 외롭지 않게 하는 마력이다. 자잘한 일상을 미주알고주알 나누던 친구는 오래도록 지음이 되어 서로의 삶을 응원한다. 그렇게 인생은 흐른다.
산달을 앞두고 점점 불러 오는 배를 내밀고 걷던 퇴근길, 좋아하는 호떡 트럭 앞에 서곤 했다. 일부러 돌아가던 골목길의 호떡 아저씨는 정겨웠다. 낯선 도시에 깃든 이의 쓸쓸한 귀가를 반짝이게 하는 마술사였다. 한 자락의 마음을 기꺼이 내어주는 넉넉함으로 따뜻했다. 골목길 환한 웃음들은 이방인을 환대하는 미소였다. 추운 겨울 난전에 나앉은 이에게 건네주는 한 장의 담요였다.
생명살림운동을 펴는 단체와의 만남은 “밥이 하늘입니다”에 담긴 우주를 보게 했다. 오래 전에 떠나온 고향을 다시 만나게 하고 내 삶의 근간이 땅임을 깨우쳐 주었다. 너와 내가 다르지 않다며 하나의 울타리, 하나의 우주에서 살아가는 이웃을 살피라 했다. 내가 우주라 말했다. 퇴근 후 피곤한 저녁을 무르며 문 닫고 살던 세상을 향해 한 걸음 내딛게 했다.
인문 공부의 장에서 만나는 선생님과 도반들 또한 삶을 훈훈하게 한다. 한 권의 책을 권하고 한 권의 책을 전해준다. 묵묵히 함께 걷자는 한 마디는 힘에 겨워 쳐지는 어깨를 펴게 한다. 늦은 공부는 ‘건너가는 것’. 건너가는 과정에 대한 의미부여는 삶을 존엄하게 한다. 어딘가 도달해야 한다는 강박을 슬며시 내려놓고 건너기 자체에 있겠다는 나의 의지를 존중하게 한다. 실존에 대한 긍정, 삶을 온전하게 한다.
일상의 틈을 비집고 찾아든 둘레길에서 자연과 내가 하나임을 본다. 자연이라는 본성에서 다르지 않음을 배운다. 처음 길을 찾을 때의 망설임은 잦아들고 내가 사는 도시를 사랑하게 된다. 올레길을 걸으며 마주한 제주의 속살, 갈맷길을 걸으며 즐거웠던 시간은 언제라도 씩씩하게 길을 찾아 나설 수 있게 한다. 왁자한 함께이든 홀로의 쓸쓸함이든 늘 그 자리에 있으니 언제든 만나러 오라며 손 내민다.
모든 순간이 인연의 고리들이었다. 때론 반가웠고 때론 허덕이며 지나왔다. 진흙탕 아닌 길이 없음을 또한 진흙탕만은 아니었음을 되돌아본다. 누구도 모사할 수 없는 나만의 경험, 그 시간들이 두 팔 벌려 나를 감싸주었다. 물고기의 비늘에 바다가 스미는 것처럼 내가 지나온 시간 속 인연들이 내게 배어들었다. 스며드는 결 따라 새로운 색깔이 되기도 하고 하나의 색으로 닮아가기도 한다. 나 또한 누군가를 물들였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 삶의 행로는 다채로워진다.
제 안의 노란 수선화는 아랑곳없이 내내 회색 빛깔이던 소녀는 아이였던 적이 없거나, 여전히 아이이거나, 스스로의 정체성을 규정하지 못한 채 시간의 화살에 실려 왔다. 제 의지로 살아낸 것이 아니라는 번민으로 무수한 상념에 빠지고 세상과의 대면에 쭈뼛거렸다. 얼마간의 순수함으로 세상물정 모르는 숙맥이기도 하다. 지난 시간의 인연들 속에서 반짝이는 보석을 발견하지 못한 어리석음은 시기하는 마음이 앞선 탓이었다. 제 안의 반짝임은 애초에 믿지 못한 뒷걸음질이었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으나 또한 크게 달라졌다. 진짜 보석은 나만의 심연에서 시작되는 것임을 이젠 알 것 같다.
다시 등을 곧추세운다. 때때로 막연하고 때때로 절망하며 질투에 휘청거리곤 하겠지만 그 모든 것들이 개울을 건너는 돌다리가 되어줄 것이다. 그 길에 만나는 우정에 기대어 읽는 인간, 쓰는 인간을 꿈꾼다. 내 욕망을 거기에 두겠다는 다부진 욕심을 갖는다. 이 나이에? ��아흔 일곱 번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이옥남 할머니도 계시다. 충분하다. 혼자의 시간, 고독의 시간이 두렵지 않을 만큼 쌓아둔 책도 많다. 더디 가는 것에 조바심 내지 않고 그저 한 걸음에 흡족해 하며 한 발 한 발 가보련다. 건네주는 손을 부여잡고 가끔씩 손을 건네기도 하면서.
―「인연, 그 바다와 산들」


한강의 ��흰��을 읽고서 한참을 앓는다. 무심한 표지에 방심했다. 여린 모습으로 강단 있는 속엣말을 건네는 작가였음을 깜박했다. 무엇이라도 담을 수 있는 색, 흰. ��흰��에서 그녀는 태어난 지 몇 시간 만에 죽은 언니를 향해 말을 건넨다. 언니가 살았더라면 자기를 낳지 않았을 거라는 엄마 말에 자신의 생은 언니에게 빚진 것이라 여긴 화자이다. 어린 엄마와 또한 어렸던 아빠의 가슴에 묻고 살았던 그 ‘생명’은 작가가 된 동생에 의해 되살아난다.
이름을 얻는다는 건 자기 존재를 확인받는 것, 우리는 누군가의 호명에 의해 존재감을 가진다. ‘생명’은 이미 하나의 이름이다. 고유명사 이전에 생명이라는 이름으로 먼저 존재한다. 열 달을 채우지 못했지만, 세상으로의 비상을 시도한 그 여린 생명 또한 이미 ‘생명’이라는 이름으로 호명된다. 생명 자체가 소중한 호명이다.
딸아이를 낳고 두 해쯤 뒤 내게 찾아온 생명을 포기해야 했다. 혼자서 찾았던 병원, 굳이 동행을 요청하지 않았다. 불온한 일에 두 사람이 함께 가지 않아도 된다고 여겼다. 지긋한 연배의 훤칠한 의사와 내가 마주한 풍경은 침침한 불빛 아래 흐릿한 모습으로 떠오른다. 온전히 고개를 들지 못한 건 한 생명을 보내는 것에 합의한 이들의 죄스러움이었다.
산후조리처럼 해야 한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조언도 기억난다. 의사이거나 주변이거나, 그렇게 나를 위한 조치에 귀를 기울였다. 주말을 끼고, 하루나 이틀쯤 연차를 내어 쉬고 난 이후 다시 마주한 일상에서 그 생명은 잊혀졌다. 일상의 고단함만 생각한 나의 선택이었다. 또 한 생명을 감당하는 일은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삶의 시간, 후회는 뒤늦다. 나를 찾아오던 그 아이는 어디에서부터 오던 중이었을까. 돌아선 가슴이 싸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게 온 그 생명을 단 한 번도 불러주지 않았다. 잊고 살고자 했다. 많은 시간 잊고 살았다. 간혹 생각하게 될 때는 있다. 낙태법이 입에 오르내릴 때나 어디선가 그 단어를 만날 때, 어린 미혼모의 사연을 대할 때면 불현듯 잊고 있던 생명이 말을 걸어온다. 여전히 나는 미안하다고, 나즈막히 읊조릴 뿐이다. 그날처럼.
나를 만나러 오던 생명을 거부한 것에 대한 미안함, 내내 떳떳하지 못해 외면했던 그 때를 다시 돌아본 건 ��흰��의 작가가 언니를 불러줄 때였다. 긴 시간을 지나 차오르는 울음을 삼켰다. 정말 미안하다고, 아주 많이 미안하다고. 이제야 나를 찾아오던 생명에 제를 올려야겠다는 마음을 가진다. 제의를 치렀어야 했다. 그저 그렇게 썰렁한 콘크리트 건물에서 지워지게 하지 않았어야 했다. 가슴이 저릿하다. 미안했다, 아가. 미안하다.
눈 깜짝할 사이는 찰나, 숨 한 번 쉬는 시간은 순식간이라고 한다. 그에 반해 한 겁이란 선녀가 비단옷을 입고 사방 3자(尺)의 바위 위에서 춤을 추어 바위가 닳아 없어지는 길고 긴 시간을 일컫는다. 지붕의 낙숫물이 집채만 한 바위를 뚫는 시간이며, 잠자리가 날갯짓으로 바윗돌을 닳아 없어지게 하는 시간이다. 5백 겁의 인연이 있어야 옷깃을 스칠 수 있고, 5천 겁의 인연이라야 이웃으로 태어날 수 있으며, 6천 겁이 넘는 인연이어야 함께 살 수 있게 된다고 한다. 힌두교에서는 43억 2천만 년을 한 겁이라 한다. 헤아릴 수 없는 수치는 삶의 그물망 안에서 우리가 마주치는 인연들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삶은 또한 이별이니, 누구라도 아픈 이별을 묻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먼 길 떠나는 건 우리 모두 가야 할 길이다. 억겁의 인연 앞에 다시 숙연해진다. 내 앞에 선 그대, 나와 무슨 인연인가. 어찌 말로 다 할 수 있으려나.
잃어버린 인연을 생각할 때면 세월호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세월호가 남긴 슬픔은 그들만의 아픔이 아니다. 멀쩡히 바라보며 손을 놓아버린 아이들에게 건넬 말이 없는 우리들의 참회와 회한이다. 잘 다녀오라는 명랑한 인사를 나눈 생명을 다시 보지 못한 이들의 눈물이다. 어떤 위로도 소용없는 눈물을 그만 그치라며 다그치는 시간의 추만 흔들리고 있다. 우리의 제의는 진상규명임을 이해하지 못하는 무책임이다. 억겁의 시간을 지우라는 폭력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함부로 놓쳐버린 생명은 얼마나 많은가. 인간의 삶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일까.
너의 손을 놓쳐버린 때문일까. 나는 지금 많은 손을 자세히 보곤 한다. 가녀린 손, 머뭇거리는 손, 두툼한 손, 다부진 손. 네게 내밀지 못한 나의 손을 한참 바라본다. 먼 길을 찾아온 곳에 발도 딛지 못하고 다시 길을 떠난 너. 어느 별에서 길을 잃고 헤매고 있지나 않을까. 지금이라도 손을 내밀 수 있다면. 하릴없는 아쉬움은 바람에 흔들리는 잎새에 머문다. 우연히 마주치는 작은 생명이 너인 것만 같아서 흩날리는 꽃잎에도 말을 건넨다. 풀꽃도 자세히 바라본다. 내가 놓쳐버린 네가 머물지 않았을까, 가슴 저릿하게 바라볼 때가 있다. 헤아릴 수 없는 인연의 고리를 끊어낸 나의 아픔이 이리도 긴데, 무참하게 끊겨 나간 억겁의 시간을 그저 지난 일이라고 지루함으로 치부하면 안될 것이다.
팔공산에 가겠다는 계획은 이런저런 핑계와 게으름에 밀린다. 아직 나의 기도는 지금 내 앞에 선 이들을 향해 있다. 그 기도가 부족하다는 안타까움만 컸다. 다시 기도를 늘려야 하는 숙제를 안는다. 잊고 있었던, 잊고자 했던, 외면했던 작은 점 하나에 마음을 전해야 한다. 내게로 잇던 선을 잘라낸 것에 깊은 애도를 전해야 한다. 이름조차 갖지 못한 네게로 향한 깊은 절과 함께. 수많은 아픈 가슴을 향해.
―「너의 손을 놓쳐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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