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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음악 > 음악가
· ISBN : 9788994040493
· 쪽수 : 192쪽
· 출판일 : 2014-10-21
책 소개
목차
추천의 말
일러두기
우리는 하나의 징후다
더는 아무 의미도
더는 아무 고뇌도 아니다
우리는
그리고 우리는 거의 잃어버렸다
언어를
낯선 땅에서
옮긴이의 말
주석
작품 색인
리뷰
책속에서
이 음악은 종종 힘겹고, 때로는 견딜 수 없는 것이 된다. 이 음악은 우리 안에서 우리가 알고 싶지 않은 것을 건드린다. 우리가 말할 수 없는 우리 자신의 광기, 우리 자신의 죽음을. 슈만을 연주할 때 우리는 쇼팽이나 브람스의 경우와는 대조적으로 거의 기쁨을 느낄 수 없다. 마치 그런 고통 속으로 들어가게 될까 봐, 그로부터 나올 수 없을까 봐 두려움을 느끼는 것 같다. 왜 하필이면 이런 음악인가? 이런 음악은 상처 입은 살갗, 일상의 균열, 완만한 고통의 점령, 돌연 민낯을 드러낸 삶이나 다름없다.
슈만의 음악은 오래전부터 해석이 불가능했다. 분노와 신비와 감정에 넘치는 『크라이슬레리아나』를 해석할 수 있는가? 슈만 음악의 위대한 연주자들은 그것을 ‘해석’하지 않는 이들이다. 말하려, 표현하려, 의미를 두려 하지 않는 이들이다. 그들은 슈만이 자신을 해석하도록 자신을 내맡긴다. 다짐도, 비장한 효과도, 의도도, 표현도 없이. 그들은 마치 다른 세상에서 잃어버린 미지의 언어를 배우듯이 슈만을 연주한다.
사태의 핵심, 고통의 핵에 지나치게 가까이 있지 않기 위해, 신랄한 기미가 나타나고 소극성이나 무기력함에 대한 냉소가 여기저기 등장한다. 연주는 긴장을 풀어주지 않는다. 슈만의 유머는 그 자신을 고발한다. “보라, 나는 비판받을 각오가 되어 있다. 하지만 당신들 역시 나처럼 존재의 모순에는 해결책이 없다는 걸 알고 있지 않은가?” 하는 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