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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81337674
· 쪽수 : 420쪽
책 소개
책속에서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어떤 결정을 내리기 위한 고민, 이 전쟁은 늘 그런 고민들의 연속인 듯했다. 우리는 대개 우리가 내린 결정을 옳다고 생각했지만, 자칫 잘못했다간 뼈아픈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었다. 전쟁이라는 시험에서는 99점을 맞는 것으론 충분치 않았다. 특히 나머지 1점이 한 사람의 목숨을 의미할 때는.
때로 숲을 바라보노라면, 숲의 강인함을 느끼노라면, 우리 인간들이 벌이는 멍청한 다툼들에 대해서 숲은 신경도 안 쓰겠지 하는 생각을 하노라면, 전쟁으로 인해 빚어진 혼란을 극복하는 데 다소 도움이 되곤 했다. 그러나 이번만은 소용이 없었다. 머릿속에서 스피커들이 최고 음량으로 울려댔다. 거기에서는 추락하는 여자의 비명이, 야생아들의 목소리가, 로빈을 죽게 만든 폭발음이, 우리 부모님이 내게 한 마지막 말들이, 자기 집이 파괴되는 걸 본 코리의 울음소리가, 비행장 병영에서 내가 쏜 총소리가, 리가 날 배신했던 날 밤 타닥거리며 헛간이 불타던 소리가 들렸다.
나는 세월아 네월아 걸었다. 그렇게 언덕을 조금 올라가다가 어떤 광경을 목격하고는 발길을 멈추었다. 이상하기도 하지. 어째서 내가 그 광경에 그렇게나 놀란 걸까. 어차피 전쟁이 시작된 첫날부터, 아니 그 며칠 전부터 호머와 피오나는 서로에게 호감을 갖고 있었는데. 두 사람의 관계는 아주 뜨겁게 시작되었다가 차츰 식어갔다. 살아남기 위한 전투에 더욱 골몰하면서 연애에 시간이나 에너지를 쏟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뭔가가 다시 거기에 불을 지핀 모양이었다. 아니, 불을 지핀 정도가 아니라 기름을 쏟아 붓고 기폭장치를 던져 넣은 것 같았다. 그 불꽃은 위라위 비행장이 폭발했을 때보다 더 커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