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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동유럽소설
· ISBN : 9788981339067
· 쪽수 : 664쪽
· 출판일 : 2008-12-03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 마음이 아파왔다. 이미 그에게는 자유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어쩌면 한 번도 실제로 자유로웠던 적이 없었는지도 모르지만 지금의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속을 걷는 것과 유사했다. 몇 걸음만 잘못된 방향으로 옮겨도 그의 인생은 끝장날 수 있다. 낯선 사람의 죽음, 펭귄이 없는 장례식, 호기심 그리고 포로…… 빅토르에게 현재 일어나는 기묘한 사건들이다. - 본문 92쪽 중에서
조금 전만 해도 빅토르가 가스레인지 옆에서 수선을 떨었다. 자신과 보스를 위해 커피를 끓이면서. 그런데 이제 자신은 파샤의 거대한 등을 보고 있다. 파샤는 자신과 빅토르를 위해 커피를 끓여달라는 부탁을 할 만한 자격이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누군가 자기자신과 파샤를 위해 커피 물을 올릴 것이다. 인간들 사이에 존재하는 미묘한 차이와 관계는 커피를 끓이는 관계의 사슬로 나타난다. 문명화된 인간들 사이의 계급은 ‘커피 만들기의 순서’일지도 모른다. 커피가 다른 사물로 대치되면 인간들 사이의 적나라한 계급관계가 드러난다. - 본문 143쪽 중에서
빅토르는 다시 한 번 위를 바라보았다. 이제 그는 생존의 문턱에서 3미터 떨어진 곳에 묶여있었다. 3미터 위로 가야 살아날 수 있다. 삶과 죽음을 나누는 이 거리가 비이성적인 것처럼 보였다. 지표면의 높이에 불과한 것 아닌가. 하지만 일상적인 삶은 지표에서 이루어진다. 사람들은 아주 잠시 지표보다 높은 하늘로 몇 시간동안 치솟기도 한다. 그리고 삶을 마감한 뒤에는 표준 무덤 깊이로 땅 속으로 내려온다. 빅토르는 보통 주검을 묻는 깊이보다 더 깊은 곳에 있다. 어쨌든 빅토르는 산 자들보다 죽은 자들에게 더 가까운 입장이었다. 깊은 구덩이의 벽을 타고 느껴지는 한기와 빅토르가 두려움으로 느끼는 한기는 빅토르에게 자신의 삶과 작별을 고할 때가 되었음을 알려주는 듯했다. - 본문 390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