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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82181221
· 쪽수 : 256쪽
· 출판일 : 2008-11-03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여행의 중간 보고
혜영의 행방
이제야 돌아왔습니다
사랑해, 나와 닮은 너를
다른 세상에서 눈을 뜨다
우연히 사랑하기
7월 24일의 아침
레이크 루이즈의 진실
정지된 고통의 섬
자전거 타는 노부부
다시 태어난 날
손 흔드는 히치하이커
그들에게 못한 말
다시 그녀에게
거울 속의 낯선 너는
그리움 참아내기
또 다른 곳으로
나이아가라의 쇼
기억과의 동거
예쁜 퀘벡시티
따뜻한 외출
아름다운 술꾼, 필립
뒤늦은 귀환
그 후의 이야기
에필로그
발문_차병직(변호사) 자기 치유를 위한 기억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여행이 계획된 그대로 진행되는 일은 거의 없었어요. 예정대로였더라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저는 28일에 한국에 돌아와 31일에 다시 이스탄불로 출국을 했을 거예요. 8월 한 달은 터키에서 보낼 계획이었고 이미 발권까지 해두고 캐나다로 떠났었거든요…… 그런데 저는 한국에 돌아오지도, 터키로 가는 비행기를 타지도 못했습니다. 캐나다에 관해서도 즐거운 이야기는 들려드릴 수 없을 것 같아요. 귀국을 사흘 앞두고 일어난 사고는 거대한 해일이 되어 여행의 모든 것을 순식간에 쓸어가버렸고, 저는 오늘에야 휠체어에 앉은 채 눈물만 가득 안고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 본문 16쪽 중에서
스물다섯 해 동안의 평탄한 인생을 한순간에 확 꺾어버린 이 사고가 뜻하는 바는 무엇인지, 무엇을 반성해야 하고 어떻게 달라져야 할지, 앞으로는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지만, 아직은 마냥 혼란스럽지만, 그건 시간을 두고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할 숙제가 되겠죠.
글로써 전달하는 일은 사고를 가장 정면으로 되돌아보는 방법이라는 걸, 그래서 편지를 쓰는 일이 힘들 거라는 것을 예상을 했지만, 이렇게 최종 보고를 쓰는 데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 본문 26쪽 중에서
반복해서 돌아가는 비디오테이프처럼 한없이 되풀이되는 악몽. 약해빠진 내 정신의 수용 능력은 참으로 보잘 것이 없어, 고통이 어느 수위를 넘어서면 그 괴로움을 육체로 전이시키곤 했다. 예리한 칼로 피부를 깊숙이 도려내는 듯한 실제적 아픔은 회상의 끝자락을 놓치지 않고 따라다녔다. 그날, 그 순간의 재생은 머릿속에서가 아니라 온몸에서 일어나는 작용이었다. - 본문 160쪽 중에서
사고로 인해 여행의 모든 감상과 단절되었지만, 인간에게 결국 만남이 전부라는 믿음은 여기까지 따라왔다. 여행길이든 인생의 오르막이든 내리막이든, 결코 혼자서 걸을 수는 없었다. 헤매던 길을 찾아주고 새로운 길을 열어주며 때로는 외로운 길에 동무가 되어줄 사람들과의 만남은, 아무리 고독한 상황에 처해 있을지라도 내 작은 존재 역시 관계의 한 매듭임을 느끼게 했다. 홀로 부유하며 알 수 없는 곳으로 흘러가는 듯해도 극단으로 내몰리지는 않을 거라는, 결국은 세상의 그물망 안일 거라는 안도감은 외로움을 희석시켰다. - 본문 189~190쪽 중에서
이 글은 나를 위한 기록이다. 다른 누구보다도 스스로를 위해 나는 남겨두어야 했다. 내 이십대의 한가운데 그러한 나날이 있었음을. 가장 화려하게 빛났고, 아주 많이 아팠으며, 살아오며 흘린 것보다 더 많은 양의 눈물을 쏟아낸, 내 눈빛의 일부가 된 그런 뜨거운 여름이 있었음을.
나는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그날 이후의 나는 같은 사람일 수 있을까. 누구의 마음속에나 존재하는 슬픔이 고이는 공간, 그 웅덩이가 훨씬 커져버렸음을 느낀다. 슬픔에 대한 반응기제가 활성화되어 눈물샘이 느슨해진 것에는 불편함이 따르지만, 내 아픔의 역사에 감사한다. 다시금 허락된 생이 너무나 간절해졌으므로. - 본문 247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