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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82181733
· 쪽수 : 184쪽
· 출판일 : 2012-05-16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4
1부
흙냄새 11
수렁논 1 12
피사리 15
방화 17
빈집 19
고물 24
비밀의 금고 29
꿈의 소각장 33
뉘 35
삼킨 꿈 38
노루목 42
2부
당신의 응답 47
무언극 50
땅의 노래 56
불타는 우물 59
알코올릭 65
겁탈 70
호미 도둑 73
수렁논 2 79
알몸 81
종이꽃처럼 83
피바다 85
3부
마음속 풍경 91
들깨 모종을 옮겨 심으며 96
옥수수수염 98
기도 101
욕망의 물감으로 칠한 스펙트럼 104
우렁이에게 107
이빨 자국 113
실종 115
손의 몰락 117
짐승을 키운다는 것 118
오래되어서 더욱 새로운 126
4부
아내의 고추장 131
허무의 열매 133
조그만 볍씨 한 알 속에 136
하나의 적, 두 개의 전쟁 139
비님이 오시네 145
뒷간으로 가는 길 148
생태 152
잃어버린 가을 154
나비의 시간 162
만물이 짓는 농사 164
동면 168
에필로그 170
발문 172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주인 사내는 역병 들린 소처럼 힘없이 무릎을 꺾었다. 제발, 제발, 제발. 옆에 선 그의 아내는 길게 풀어헤친 머리채 너머로 체념 어린 절망을 삼켰다. 축사에 남은 열세 마리 소들이 순한 눈망울로 주인을 따라 하염없이 울었다. 사람들은 쇠사슬을 끊고 축사 문을 열었다. 아침 냉기보다 더 차가운 사람들 그림자가 백정의 쇠망치처럼 소들을 덮쳤다. 사람들은 살아 있는 소들을 땅에 깊이 묻었다. 숨이 끊어지지 않은 채로 묻힌 짐승들 심장이 벌떡거릴 때마다, 산 사람들 심장을 찢는 듯한 짐승 울음소리가 두껍게 덮은 흙을 달구질하는 사람들 발목을 잡았다. 사람들은 두 손으로 귀를 막고 흙을 덮고 덮고 땅을 다지고 다졌다. 하지만 생매장된 소들의 울음소리는 땅에 묻어지지 않았다.”
“누군들 수렁논을 피하고 싶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곳에 일가 피붙이 하나 없는 나에게 어느 누가 농사짓기 좋은 땅을 내어주겠는가. 뱀처럼 몸을 휘감는 징글징글한 수렁이기에 나에게까지 온 논이다. 농사지어 먹고살려면 수렁이라 마다할 수 없다. 그 수렁에 빠져 내가 수렁이 되고 말지라도. 마치 삶의 어떤 길목에서 마주하는 수렁처럼, 어찌할 도리 없이 나는 수렁을 부르는 것이다. 누군들 삶의 수렁을 피하고 싶지 않겠는가.”
“점심때를 지나자 날이 어두워지며 비가 퍼붓기 시작했다. 낡은 함석지붕이 거세고 굵은 빗방울에 찢어지는 비명소리를 냈다. 떨어지는 낙숫물은 물의 장벽처럼 시야를 막았다. 야트막한 야산에서 쏟아지는 물이 마치 폭포처럼, 시냇물처럼 집 앞을 흘러내려갔다. 지금껏 보지 못했던 빗줄기였다. (……) 이미 논은 물바다였다. (……) 내 손에 들린 삽 한 자루, 물에 잠긴 내 발목이 난생처음 마주하는 악몽처럼 낯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