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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83922779
· 쪽수 : 273쪽
· 출판일 : 2008-06-10
책 소개
목차
책을 펴내며
제1장 별에 대한 명상
풀밭
닭이 있는 풍경
물시계 속 세상
가축 시장 정경
모래알 이야기
떡살을 보며
토기 앞에서
몸살
헌것과 새것
풍경소리
다구가 있는 풍경
능선의 미
대금 산조
겨울 산을 보며
만산홍엽
별에 대한 명상
잊히지 않는 선명
제2장 타악기의 명인
우리 반 아이들
미녀와 피리
타악기의 명인
산나물
간이역을 생각하며
삼수의 소리
목리
삼배
그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수필이 있는 방
제3장 연꽃의 집
촉석루에서
어느 고가
연꽃의 집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화석을 꿈꾸며
압록
물의 고향
가청음역
천둥 벽
코발트블루
영월의 두 무덤
개성에서 만난 정몽주와 황진이
철새의 고향 주남저수지
제주도 빛깔
합천을 다녀가며
제4장 아름다운 간격
청과 녹
민화의 밤
죽음의 미학
방
영혼의 램프
아름다운 간격
사소함에 대한 통찰
남강 모래밭에 쓴 수필
시조의 맛
완벽과 파격
리뷰
책속에서
몸살을 앓고 보면 얼핏 인생이란 걸 알게 된다. 몸을 잘못 관리하면 녹초가 된다는 것, 진땀을 흘리게 된다는 것, 신음 소리를 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몸살은 오래가지 않는 병이지만 앓는 동안에는 온몸이 노곤하고 뼈가 쑤시고 정신이 몽롱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잠에 빠진다. 천 길 낭떠러지에 빠지는 듯하다. 끙끙 앓는다. 무엇이지 모르지만 어떤 것을 명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듯하다. 그것이 과연 중요한 것인가, 차라리 잊어버리는 것이 좋지 않은가 하는 관점의 갈등을 겪는다. 분명히 기억하려는 나와 잊어버리려는 내가 대립하고 갈등한다. 녹초가 돼 있는 상태인데도 의식의 한가운데에 왜 이런 전선이 형성되어 신경전을 펼치는 것일까. - 본문 42쪽에서
조선 땅 어디인들 귀신이며 도깨비 나오지 않는 땅 있으랴. 어느 고을인들 효자, 열녀 나오지 않은 데 있으랴. 조선의 땅은 백성과 귀신들이 함께 사는 땅. 죽음과 삶이 얼기설기 얼키고 이승과 저승이 맞물려 있는 곳. 산마다 신령이 살고, 샘마다 신령이 살아 퍼렇게 눈을 뜬다. 용과 봉이 나는 조선의 밤. 어둠 속 어디선가 호랑이가 으르렁거리고, 가난한 나무꾼 한 명이 산길을 걸어온다.
'...살았단다, ...살았단다'로 시작하여 '그랬단다, 그랬단다'로 밤은 깊어 간다. 백성들이 삶의 일터에서 돌아와 얘기에 취하는 밤, 바깥은 호랑이와 여우와 귀신들의 차지다. 아이들은 전설의 뼈와 살을 핥으며 자라서 고향에 뿌리박는 나무가 된다. 모두가 태어난 곳에 묻혀서 고향의 귀신이 되거나 하나의 얘기가 되길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