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를 사랑한 남자

1920년대 중엽의 어느 날, 모스크바에 사는 스물아홉 살의 신문기자 솔로몬 V. 셰르셰프스키는 평상시처럼 사무실에 출근해서 매일 하는 편집회의를 기다렸다. 편집회의에서 주간은 그날의 취재 건을 기자들에게 할당했다. 여느 때처럼 솔로몬은 다른 기자들과 달리 회의 중에 메모를 전혀 안 했다.

이런 모습에 의아해하던 주간은 이번엔 호되게 혼을 내주리라 결심했다. '내가 일러주는 이름과 주소가 어디 한 둘이야? 죄다 상세히 기록을 해야 하는데 말이야.' 주간은 시험 삼아 솔로몬에게 자신이 알려준 것들을 자세히 물어보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솔로몬은 주간이 일러준 것들을 한 자 한 자 모조리 읊어댔다. 이 사건으로 솔로몬의 삶은 영원히 바뀌어버렸고,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기억술사로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었다. (44쪽,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