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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외국창작동화
· ISBN : 9788984014176
· 쪽수 : 360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내가 자란 마을은 두 개의 높은 절벽 사이에 있는 외딴 골짜기에 있었다. 그곳은 산 주위로 끊임없이 날카로운 바람이 불지만 조용 한 곳이었다. 남쪽에 있는 넓은 들판 뒤편에는 어둡고 비밀 가득한 숲이 있었다. 숲 너머에는 넓은 세상이 있었다. 마을 사람들 사이에 돌고 돌며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그곳에는 온갖 종류 의 괴물들이 살고 있었다. 그 괴물이 무엇이든지 우리는 숲에 있는 노루보다 더 큰 살아 있는 짐승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 괴물이 우리를 위협하는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전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마을의 연을 돌보던 연 마스터들의 이야기에 조금 더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다.
“야니, 연이 예쁘니?”
원로 연 마스터가 나를 쳐다보며 물은 뒤 다시 하늘에 있는 연에 주의를 기울였다.
“나는 네가 자주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을 봤단다. 너는 연을 유심히 보더구나. 연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니?”
나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연이 환상적이라고 생각해요. 연은 아주…….”
“마법 같다고?”
그것은 내가 연 마스터의 이야기를 들을 때 느꼈던 어떤 것, 그리고 왜 연이 계속해서 나의 주의를 끄는지를 아주 훌륭하게 표현하는 단어였다.
“네. 마법 같아요.”
나는 그 단어를 조용히 반복했다.
“그것을 이해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아. 모든 사람들은 ‘연이 정말로 중요할까?’ 하며 그냥 생각만 한단다. 연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느낄 수 있는 사람은 정말 아주 극소수야.”
원로 연 마스터는 이렇게 말하며 나에게 짧지만 친절한 미소를 보냈다.
“더군다나 네 나이 또래에서는 더더욱 없지. 야니, 너 같은 아이는 그리 흔하지 않아.”
내 얼굴은 다시 빨갛게 달아올랐고 갑자기 나는 엄청나게 혼란스러웠다. 나를 많이 사랑하는 우리 엄마, 내가 아빠의 죽음을 잊고 살 수 있도록 애쓰는 우리 엄마도 항상 내가 일하는 것보다 공상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은 나를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아이라고 생각했다.
“야니, 정말 괜찮니?”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만 끔찍할 정도로 마음이 텅 비었다. 그의 뒤에는 엄마와 메리 이모가 서 있었다. 엄마와 이모는 내내 나를 걱정하며 지켜보고 있었다. 지금 침대에 누워서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원로 연 마스터와 그에게 일어난 일에는 두 사람뿐 아니라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원로 연 마스터. 내가 지금까지 만났던 사람 중에 가장 좋은 사람이 세상을 떠났는데 이것을 진정으로 슬퍼하는 사람이 새 연 마스터와 나뿐이었다. 60년이 넘는 세월을 마을을 지키기 위해 바쳤는데 세상에 단 두 사람만이 그를 사랑했다. 그리고 우리 둘 만이 그를 그리워할 것이다. 새 연 마스터와 나는 서로 꼭 안았다. 우리 둘 중에 누가 더 많이 울었는지 나는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