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84076341
· 쪽수 : 556쪽
책 소개
목차
1장_ 소녀와 소
2장_ 운송의 여신
3장_ 가정부
4장_ 지혜로운 전투의 여신
5장_ 잔 다르크
6장_ 해자로 둘러싸인 농장의 마리아나
7장_ 책 읽는 여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내가 보기에 우리 집의 모든 곳에는 남자들이 끌어들인 먼지가 틈틈이 쌓여 있는 것 같다. 보이는 대로 땀을 뻘뻘 흘려가며 닦지만, 보이지 않는 곳은 쓰레기며 먼지투성이다. 바닥은 늘 지저분해서 자주 쓸고 닦아도 소용이 없다. 허구한 날 남자들이 흙 묻은 부츠를 그대로 신고 들어오기 때문이다. (……)
남자들의 문제는 비단 그런 것만이 아니다. 남자들은 외양간과 돼지우리 냄새까지 집 안으로 옮겨온다. 그런데 닭장과 변소를 청소해야 하는 사람은 바로 나다. 난로의 재도 치워야 한다. 그래서 내 손은 항상 더럽고 할머니 손만큼이나 거칠다.
아무래도 이런 걸 일기에 쓰는 것은 교양 없는 짓 같다.
― <1장_ 소녀와 소>에서
바닥을 닦으면서 속으로 성모송을 암송했다. 이 저택에서 지내게 해달라고, 저 까다로운 노파가 나를 좋아하게 해달라고 성모 마리아님께 기도했다. 잠시 후 나는 아주 또렷하게 들었다. 말카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분명히 성모 마리아님의 목소리였다. 성모 마리아님은 내게 “정성을 다해라”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성모 마리아님의 말씀에 울컥 짜증이 났다. 그렇게 하면 마치 모든 것이 해결되는 듯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말씀이 옳다는 생각도 들었다. 바닥 청소는 정성을 다해야 한다. 대충 하면 깨끗해지지 않는다. 그런데 정성을 다하려면 상상력이 필요하다. 나는 바닥을 문질러 닦으면서 말카가 된 상상을 했다. 늙고 쇠약해서 찬장과 난로 밑의 잡동사니를 끄집어내지 못하는 말카가 되자 모든 것이 달라 보였다. 난데없이 낯선 여자애가 들어와서 내 부엌의 규칙을 어기고 소중한 마이센 그릇을 망가뜨리는 것도 모자라 개수대까지 더럽히다니, 생각할수록 기분이 나빴다.
― <2장_ 운송의 여신>에서
나는 뺨이 확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랭 선생님한테서 몸이 깨끗하지 않다는 말을 들었을 때의 기분과 똑같았다. 이제까지 가정부로서의 임무를 충실히 잘 수행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얼굴을 들 수 없을 정도로 창피했다. 무언가 잘못해서 야단맞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최선을 다했는데도 야단맞거나 심지어 비난을 들으면 마음이 아프고 억울하기 마련이다. 그동안 나는 부인이 나를 좋아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부인은 온순하고 착한 여학생처럼 보이는 아이를 좋아하지 황소처럼 덩치만 크고 거친 나 같은 아이는 좋아하지 않는다.
― <3장_ 가정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