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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84319363
· 쪽수 : 346쪽
책 소개
목차
검은 초원의 한편
장원의 심부름꾼 소년
이 친구를 보라
구름들의 정류장
아주 작은 한 구멍
이렇게 정원 딸린 저택
인형의 조건
진창 늪의 극장
해설 | 백민석과 백민석들 _황현경(문학평론가)
개정판 작가 후기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는 옛 애인의 아파트로 가 그녀와 함께 새벽까지 수다를 떨었다. 새벽까지 누군가와 함께 깨어 있어본 게 도대체 얼마 만인지 모른다. 그래? 며칠 전에도 우리 집에 와서 놀다 갔잖아. 그녀와 나는 다섯 시쯤에 눈을 붙였다. 잠들기 직전, 나는 그녀에게 il의 그 초원 얘기를 했다. 그녀는 그렇게 안 봤는데 참 멋있는 사람이네, 하고 활짝 웃어 보였다. 나는 우리 모두가 정상이야, 아무도 잘못되지 않았어, 아주 행복하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하고 중얼거렸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일어나 바지를 입는데 청바지 엉덩이에 얼룩이 하나 져 있는 것이 보였다. 시커멓지만 아주 시커멓지는 않은, 쉽게 분간되지 않는 다른 어떤 색깔이 극소하게 섞여 있는, 그런 시커먼 색의 얼룩이었다.
_〈검은 초원의 한편〉 중에서
가르쳐주고 싶다, 심부름꾼 아이 너에게는 나만 한 영혼이 없다는 것을. 아무리 읽어도 나와 똑같은 언어를 구사할 순 없다는 것을. 너는 영혼이 텅 빈 아이라는 것을.
_〈장원의 심부름꾼 소년〉 중에서
“대학 졸업하고는 뭘 했니?” “책 만드는 일을 했어요.” “아, 인쇄소에 다녔니?” 어렸을 적의 나를 알고 있는 사람을 만나면 항상 보게 되는 반응이다. 책을 만든다고 하면 인쇄소 직공인 줄 알고, 회사에 다닌다고 하면 외판원인 줄 알고, 공장에 다닌다고 하면 기계공인 줄 안다. 대학을 나왔다고 하면 전문대학? 하고 되묻는 것은 그래도 괜찮은 반응이다. 실은 나도 내가 그렇게 될 줄 알았다. 그리고 권투 도장 아이가 지금 내 앞에 나타난다면, 나도 그들과 똑같은 반응을 보일 것이다. 별은 안 달았어?
_〈이 친구를 보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