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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84371118
· 쪽수 : 595쪽
· 출판일 : 2011-10-13
책 소개
목차
제1부
제2부
제3부
제4부
제5부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수상하거나 이상한 내용?
아니야. 그냥 지난 과거의 일일 뿐이야. 이미 오래전 과거. 하지만 그 과거가 다시 내 앞에 나타났다. 현재만으로도 충분히 괴로운데 과거까지.
‘지금은 아니’가 ‘전혀’가 되기란 얼마나 순식간인가.
그러나 이미 소포가 도착했고, 오랫동안 잊으려 애쓴 일이 다시 현실로 밀어닥치고 있다.
과거가 더 이상 흐릿한 그림자이지 않을 때는?
그 과거와 더불어 살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삶이 순탄할 수만은 없다. 메인 주 뒷길에 있는 한적한 별장에서 조용히 숨어 지낼 때 법원 송달리가 별안간 현관문을 노크할 수도 있다. 혹은 대서양 건너에서 소포가 와 25년 전 베를린 모퉁이의 크렌즈베르크라는 카페를 떠올리게 할 수도 있다.
스프링 제본의 노트에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빨간색 파카 만년필을 오른손에 쥐고 글씨를 휘갈겨 쓰는 여자. 그녀의 목소리가 들린다. 독일어로 말하는 목소리.
“글자가 참 많네요.”
고개를 든다. 그 여자가 보인다. 페트라 두스만. 그 순간부터 세상이 달라진다. 하지만 그것은 내 대답 때문이다.
“네, 글자가 참 많죠. 하지만 이 글자들 모두 쓰레기입니다.”
내가 그렇게 자기비하를 하지 않았다면 여자가 다가왔을까? 아니, 여자가 정말 다가오기는 했던가?
우리는 키스했고, 또다시 욕망에 휩싸여 한순간에 옷을 다 벗었다. 사람들은 사랑이 어쩔 수 없이 변한다고 말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처음의 애틋한 면이 사라지고 일상처럼 시들해진다고. 활활 타오르던 불꽃은 시간이 지나면 점점 사그라지게 마련이라고. 하지만 새로운 사랑에 빠진 연인들은 오직 그 순간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 순간 나는 생각했다.
‘사랑은 환상이 아니라 실재하는 감정이야. 이 모든 게 지금 내 팔에 안겨 있는 이 특별한 여자 덕분이야.’
페트라도 나와 똑같이 생각하고 있었나 보다. 나와 나란히 누운 그녀가 말했다.
“사흘 전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걸 이제야 깨달았어.”
“그게 뭔데?”
“세상에 행복이 존재한다는 것.”
일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 그 상처는 그대로야. 토마스, 당신을 향한 내 사랑, 당신이 내게 준 사랑, 우리가 함께 하는 사랑, 그 사랑이 내 삶을 바꾼 건 사실이야. 나는 다시 행복을 느끼기 시작했지. 하지만 자기를 만나기 전까지 내 삶에서 요한만이 유일한 행복이었어. 요한은 이제 포기해야 한다고, 다시 볼 수 없다고, 이미 죽었을 수도 있다며 현실을 받아들이려 애썼지만 소용없었지. 나는 지금도 그 현실을 인정할 수 없어. 어디에나 요한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지. 그래서 내가 당신에게 그렇게 말했던 거야. 나에게 다가오지 말라고. 나를 멀리하는 게 좋다고. 내 아들 요한이 저 장벽 너머에서 비밀경찰의 손에서 자라고 있는 한 나는 늘 상처를 입은 사람일 테니까. 늘 슬픈 사람일 테니까. 나 같은 사람과 산다는 건 불행일 테니까.
토마스 지금이라도 나를 멀리 떠나. 당신은 이 일에 휘말리지 마. 복잡하고 슬픈 내 인생에 휘말리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