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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84371217
· 쪽수 : 400쪽
· 출판일 : 2013-01-17
책 소개
목차
제1장-사랑은 꿈이다 / 14
제2장-사랑은 여정이다 / 19
제3장-사랑은 출구다 / 43
제4장-사랑은 부름이다 / 58
제5장-사랑은 빛이다 / 79
제6장-사랑은 수수께끼다 / 110
제7장-사랑은 만남이다 / 130
제8장-사랑은 한 편의 소설이다 / 144
제9장-사랑은 야망이다 / 193
제10장-사랑은 거짓말이다 / 236
제11장-사랑은 게임이다 / 300
제12장-사랑은 계시(啓示)다 / 344
제13장-사랑은 고백이다 / 360
제14장-사랑은 빛과 같은 소설이다 / 387
에필로그 / 397
리뷰
책속에서
막상 비극이 닥치기 전까지는 모든 게 의미 없는 웅성거림과 분노, 우왕좌왕하는 혼란스런 상태이다. 아름답고 추한 것, 피상적이고 중요한 것, 진실과 거짓조차 더 이상 구분할 수 없는 상태가 지속된다. 비극이 우리를 덮치면 그 강력한 힘을 막아낼 방법이 없다. 그저 희망을 잃지 않고 고통을 감내하고 기도를 하며 기다릴 뿐이다. 비극이 지나가고 나면 망연자실한 채로 자신과 주위 사람들을 직시하며 비극 혹은 폭풍우가 남겨놓은 것을 찾아 나선다. 스스로에게 나직하게 속삭이는 것에 귀 기울이면서. 그제야 정신이 명료해지면서 우리가 진정 누구인지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가까운 이의 죽음은 종종 새로운 출발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 죽음이 모든 것을 앗아가지 않았을 경우에는.
그녀는 지난번 꿈처럼 침대 위에 똑바로 누워 있었고 그때와 똑같은 소설을 읽고 있었다. 눈은 소설의 페이지들을 읽어 내려갔고, 알 듯 말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움직여 무언가를 말하는 듯 보였다. 나는 그녀의 방에 서 있었다. 아름다움에 넋을 잃은 채 사소한 모습이라도 놓칠세라 눈에 보이는 이미지들로 영혼을 채우고 있었다. 바닥에 정지해 있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흐르는 바람처럼 방 안을 둥둥 떠다니는 듯했다. 그녀가 읽고 있는 소설이 무엇인지 궁금해 천천히 그녀 쪽으로 몸을 이동했다. 놀랍게도 표지에는 내 소설 제목과 이름이 쓰여 있었다. 곧 그녀가 무언가를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갔고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것이 내가 한 말과 소설 속 문장임을 알게 되었다. 숨죽인 채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녀의 숨결이 내가 쓴 말들을 더 아름답게 변화시켜 놓은 듯했다. 그녀의 뺨에 흐르는 눈물을 보며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그제야 일종의 황홀경에 빠져 있음을 알았다. 순진함과 무지, 어리석음으로 인해 스스로 쌓아 올린 장벽을 넘어서서 영혼의 길을 제시해 주는 소설이나 시가 느끼게 해주는 희열 같은 것. 나는 그녀와 순간을 공유하며 미소 지었고 잠에서 깨어났다.
일주일 동안 파리 시내를 헤매고 다녔다. 아무런 성과 없이 집으로 돌아오던 중 작은 서점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나무로 된 진열대의 베이지색 칠이 갈라진 외관이 고풍스러워 보였다. 섬세하게 조각된 기둥들은 간판과 시간의 무게를 함께 지탱하고 있는 듯했다. 오래되긴 했지만 당당한 자태로 연륜과 개성을 뽐내고 있었다. 서점이 속해 있는 오스만 스타일의 건물마저 독특함에 압도된 채 배경으로 전락한 듯 보였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 서점을 둘러보았다. 오래된 글씨체로 ‘책들의 집’이라는 서점 이름과 ‘힐렐 에딘베르, 서적상’이라 쓰여 있는 게 보였다. 진열대에는 소설책 외에 다른 종류의 책들은 보이지 않았다. 인문서나 에세이도 찾아볼 수 없었다. 책들은 형평성을 고려한 듯 아무런 장식 없이 각 권마다 세심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최근 출간된 책들과 오래된 책들을 섞어놓은 것도 특별한 논리에 따른 것은 아닌 듯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백화점 진열창에 마음을 빼앗긴 아이처럼 진열대를 죽 훑어보면서 책 하나하나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