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84372924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16-06-17
책 소개
목차
1부 / 8
2부 / 122
3부 / 155
4부 / 211
감사의 말 / 284
옮긴이의 말 / 285
리뷰
책속에서
“좌우간 그 여자는 꽃무늬 비키니를 입고 있었습니다. 정말 예쁜 여자였어요. 여자는 다시 ‘나는 항공 흐름을 방해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어요. 관제사님, 전 그저 당신이 나를 비행기로 여겨주기만을 바라요. 화산재 구름의 영향을 받을 정도로 높이 날진 않을 거예요. 공항 이용세를 내야 한다면 그건 걱정 마세요. 자 이거 받으세요.’라고 말했습니다. 여자는 어디서 꺼냈는지도 모를 50유로짜리 지폐 한 장을 내밀더군요. 그 돈이 집배원용 가죽 가방에서 나온 게 아닌 건 분명합니다. 여자는 가방을 메고 있지 않았거든요. 여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여자의 결심이 참으로 대단해 보였습니다. 여자가 정말 자신이 날 수 있다고 말하는 건가? 슈퍼맨이나 메리 포핀스처럼 하늘을 날 수 있다고 믿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죠. 잠깐 동안 저는 여자가 정신이 나갔다고 생각했습니다.”
프로비당스는 집배원이었습니다. 아카데미 프랑세즈가 벌써 여러 해 전부터 집배녀(factrice)라는 단어의 사용을 허용했지만, 신의 섭리라는 이름답게 자신의 직업에 대해서도 선견지명을 가진 프로비당스는 종전처럼 집배원(facteur)이라는 말을 선호했습니다. 그녀는 사람들이 단어를 가지고 지적하는 것에 이골이 났습니다. 그녀가 보기에 직업이 여성화된다는 것은 좋은 현상이었고, 따라서 일부 여자들이 집배녀라는 세 글자 속에 여성 해방을 위해 바쳐 온 한평생이 담겨 있다고 믿는 것도 기꺼이 수긍하는 편이었습니다. 이런 문제는 그녀 자신과는 무관한 문제였죠. 그뿐입니다. 왜냐, 집배원이라는 단어는 5백 년부터 존재해 온 반면 집배녀의 역사는 고작 30년이었으니까요. 더구나 오늘날까지도 그 단어는 솔직히 사람들의 귀에 낯설게 들리는 것이 사실이니까요. 가끔 집도녀 또는 심지어 교배녀라고 이해하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프로비당스는 집배원이라고 함으로써 쓸데없이 긴 설명을 하는 데 필요한 말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습니다. 태어나서 7개월에 이미 첫 걸음을 뗄 정도로 성질이 급했던 그녀에게는 무시할 수 없는 이점이었죠.
콧수염 여자 경찰의 말이 맞았습니다. 전날 아이슬란드의 화산이 분화하면서 토해낸 화산재 구름 때문에 예정된 항공편의 절반이 이미 취소된 상태였거든요. 담배 연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시점에서 화산재까지 겹치다니! 상황은 전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몇 시간 후 공항 전체가 폐쇄될 수도 있는 상태였습니다. 공항과 더불어 프로비당스의 실낱같은 희망마저도 연기가 되어버릴 지경이었고요.
그깟 구름이 뭐라고 그토록 무서운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거지? 어째서 커다란 솜 덩어리, 거대한 먼지 덩어리 하나가 그토록 복잡한 기계들을 온통 주저앉힐 수 있단 말이지? 듣자하니 화산재 구름은 몇 년 전 체르노빌에서 출발해 유럽 하늘을 관통하면서 몇몇 피아노 천재(손이 세 개 달린 아이들), 캐스터네츠 대가(네 개의 고환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들)를 탄생시킨 방사능 구름만큼이나 위험하다는 것 같았습니다. 당시 체르노빌 구름은 기적처럼 프랑스 국경 근처에서 멈췄는데 그건 혹시 비자가 없었던 건 아닐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