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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액션/스릴러소설 > 외국 액션/스릴러소설
· ISBN : 9788984375178
· 쪽수 : 376쪽
· 출판일 : 2026-03-04
책 소개
파도로 둘러싸인 저택에서 벌어진 밀실 살인!
“죽음의 릴레이가 펼쳐진다.”
그들이 숨겨온 파렴치한 비밀, 그 대가는 죽음이다!
- 〈투데이쇼〉 추천작! 아마존 이달의 책!
- 아마존 에디터 초이스!
- 《뉴욕타임스》, 《선데이타임스》 베스트셀러
- ‘트위스트의 여왕’ 앨리스 피니의 반전 스릴러
《데이지 다커》를 쓴 앨리스 피니는 작가이자 저널리스트로 15년간 BBC에서 기자, 리포터, 뉴스 에디터, 예술 오락 프로듀서, 1시 뉴스 담당 프로듀서로 일했다. 2017년에 출간한 데뷔작《Sometimes I Lie》는 전 세계 20여 개국에 판권이 수출되었고,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사가 사라 미셸 겔러 주연의 TV 드라마로 제작에 나섰다. 《뉴욕타임스》와 《선데이타임스》에서 수백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 작가고, 현재 40개 국에서 책이 출간되고 있다.
《데이지 다커》는 출간 당시 NBC 〈투데이쇼〉에 소개되며 화제를 모았다. 다커 가 사람들이 숨겨온 어두운 비밀, 반전 가득한 내용, 소름 끼치는 전율과 오싹한 공포를 느낄 수 있는 스릴러다. 완벽한 몰입을 경험하게 만드는 스토리, 시선을 놓을 수 없게 하는 전개, 섬뜩하고 놀라운 반전이 꼬리를 문다. 이 소설은 등장인물 중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복잡한 퍼즐처럼 실마리를 찾기 쉽지 않은 구성이다. 어둡고 음울하면서도 동시에 독특하고 으스스한 분위기가 매력적이다. 앨리스 피니는 이야기를 꼬고 비트는 전개에 능한 작가로 알려져 있고, 그런 성향을 반영해 ‘트위스트의 여왕’이라 불리고 있다. 변화무쌍한 내용 전개와 놀라운 반전은 앨리스 피니의 전매특허나 다름없다.
《데이지 다커》의 배경은 영국 남단 콘월 근처 외딴섬에 있는 100년 된 저택 ‘시글라스’다. 빅토리아 양식 석조 주택으로 작은 첨탑들과 청록색 기와로 이루어진 지붕, 푸른 유리로 화강암으로 된 외벽을 장식해 해가 비칠 때면 늘 반짝반짝 빛나는 집이다. 콘월 해안에서 보면 마치 철썩이는 파도에 둘러싸인 건물처럼 보인다. 블랙샌드 베이로 알려진 검은 모래 해변과 가파른 절벽, 이정표 없는 오솔길이 있는 곳, 사람들이 왕래가 뜸한 곳이기도 하다. 만조 때는 시글라스로 가는 방조제 길이 바다에 잠기고, 간조 때면 다시 통행이 가능해진다. 정확하게 여덟 시간 동안은 세상으로부터 고립된다.
현재 시글라스에는 이 소설의 화자인 데이지 다커의 할머니 비어트리스 다커가 혼자 살고 있다. 《데이지 다커의 작은 비밀》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할머니는 증조할머니 때부터 대대로 살아온 시글라스에서 집필도 하고, 독서도 하고, 그림도 그리며 살아간다. 비어트리스 다커의 유일한 아들인 프랭크 다커는 가족보다는 오케스트라를 거느리고 세계 각국으로 연주 여행을 다니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프랭크는 낸시와 결혼해 세 자매의 아빠가 되었지만 언제나 가정보다는 음악이 먼저였다.
낸시는 배우가 꿈이었는데 예상치 못한 임신으로 꿈을 접고 세 자매의 엄마가 된다. 어쩔 수 없이 육아를 맡게 되었지만 틈만 나면 세 자매를 시글라스에 있는 시어머니에게 맡기는 낸시는 배우가 되고 싶었던 젊은 시절의 꿈을 이루기 위해 런던에서 오디션을 보러 다니지만,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낸 적은 없다.
프랭크와 낸시가 결혼해 낳은 세 자매 이름은 꽃 이름에서 따왔다. 첫째는 로즈, 둘째는 릴리, 셋째는 데이지다. 로즈와 릴리는 우아하고 사랑스러운 느낌을 주는 데 반해 데이지는 늘 꺾이고 짓밟히는 꽃이어서 데이지 다커는 이름을 지은 엄마에게 섭섭한 감정을 느낀다. 맏이인 로즈 다커는 케임브리지 대학을 나와 수의사로 일하고 있고, 둘째 릴리는 열여덟에 딸 트릭시를 낳은 미혼모로 일자리를 구하지 않고 할머니와 가족들에게 의존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대단히 이기적이고, 표독하고,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전혀 없다.
데이지는 태어날 때부터 심장이 자주 멈추는 선천성 심장질환을 안고 태어나 툭하면 병원에 입원해야 하기에 학교에도 가지 못했다. 프랭크와 낸시 부부는 병치레가 잦은 데이지를 할머니가 있는 시글라스에 맡기기 일쑤였다. 데이지는 의사들로부터 시한부 선고를 받았고, 시글라스에서 할머니와 지내는 생활에 만족해한다.
릴리의 딸인 트릭시 역시 심장병을 앓고 있고, 마치 데이지처럼 시글라스에서 할머니와 자주 함께 지낸다. 시글라스와 가장 가까운 이웃집에 사는 코너 케네디는 아빠인 브래들리 케네디가 알코올의존증이 심해 재활원에 입원할 때마다 시글라스에서 지내면서 할머니의 보살핌을 받는다. 코너는 가족이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다커 가족과 가까이 지낸다.
데이지는 첫째 로즈와는 다섯 살, 둘째 릴리와는 네 살 터울이어서 언니들이 놀이에 끼워주지 않아 혼자 외롭게 지낸 적이 많다. 다만 독서를 즐기고, 할머니를 사랑하고 따르기에 시글라스를 좋아한다.
할머니의 여든 번째 생일을 맞아 다커 가족이 한자리에 모인다. 할머니는 가족들을 시글라스에 초대하면서 생일 파티와 더불어 유언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로즈의 결혼식 이후 무려 10년 만에 시글라스에 모인 가족들은 반가워하기보다는 서로를 질시 어린 눈으로 보거나 퉁명스러운 태도로 대한다. 데이지와 트릭시를 제외한 다른 가족들의 관심사는 오로지 할머니가 발표하기로 약속한 유언에 집중되어 있다. 가족이라고는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단 한 번도 한자리에 모이지 않은 사람들,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할머니에게 금전적인 도움을 요청하면서 그저 그때뿐 전혀 고마움을 모르는 사람들, 할머니만 빼고 어둡고 파렴치한 비밀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다커 가족이다.
아무리 가족이지만 쓰레기를 세상에 남겨두는 건 책임회피야
땅끝마을 점술가는 할머니가 여든 살 생일에 숨을 거두게 되리라 예언했고, 할머니는 그 말을 믿었기에 가족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했다. 평소 할머니에게 소홀했으면서 재산을 물려받고 싶어 하는 가족들의 모습이 씁쓸한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생일을 하루 앞둔 저녁 식사 자리에서 할머니는 가족들에게 사전에 약속했던 유언 발표를 한다. 할머니가 전 재산을 자선 단체에 기부하고, 앞으로 발생할 저작권료를 신탁 기금으로 조성해 증손녀인 트릭시에게 물려주겠다고 하자 가족들은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한다. 자정이 되자 가족들은 각자의 방으로 흩어져 잠을 청하려고 하지만 트릭시가 지르는 비명을 듣고 깜짝 놀라 다시 주방으로 모여든다.
흰색 면 잠옷을 입은 할머니가 주방 바닥에 쓰러져 있다. 의자 하나가 넘어져 있고, 머리에 상처가 나 있고, 주변에 피가 흥건하게 고여 있다. 눈을 감은 할머니의 얼굴은 잿빛이고, 오븐에도 피가 묻어 있다. 의자 위에 올라서 있던 할머니가 넘어지면서 오븐에 머리를 부딪친 것 같지만 확실치 않다.
주방 벽면에 걸어둔 칠판에 적힌 시가 다커 가족들의 눈에 들어온다.
데이지 다커의 가족은 몹시 어두웠네
가족 중 하나가 죽었을 때 모두들 거짓말을 하고 못 본 척했네
나이만큼 지혜롭지 못했던 데이지 다커의 할머니 비어트리스는
온 가족을 기분 나쁘게 만든 유언을 남긴 죄로 죽어야 했네
데이지 다커의 아빠 프랭크는 자기만의 리듬에 맞춰 춤을 추며 살았네
자기중심적인 태도와 그가 연주하던 피아노가 그 자신을 파멸로 이끌었네
데이지 다커의 엄마 낸시는 차가운 심장을 가진 배우로
아이들을 편애하고 차별해 맡은 배역을 잃었네
세 자매의 맏이인 데이지 다커의 언니 로즈는
영리하고 아름답지만 외롭게 죽을 운명이라네
누구보다 허영심이 강한 데이지 다커의 둘째 언니 릴리는
이기적이고 오만하고 사악하게 굴었으니 죽어 마땅하다네
원래 조숙한 아이인 데이지 다커의 조카 트릭시는
버려진 새끼 오리처럼 야생에 잘 적응하지 못했네
데이지 다커의 작은 비밀은 슬프지만 꼭 밝혀져야 한다네
자주 멈추는 심장은 영원한 이별의 시작에 불과하다네
데이지 다커의 가족들은 거짓으로 긴 세월을 허비했네
그들은 죽기 전 마지막 시간을 함께하며 교훈을 얻어야 한다네
할머니의 죽음을 시작으로 가족들 중 하나가 한 시간마다 시체로 발견된다. 다커 가족이 한 사람씩 죽어 나갈 때마다 칠판에 적힌 시에서 사망자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지워진다. 간조가 되기까지 남은 시간은 여덟 시간, 고립된 시글라스에서 원인 불명인 죽음의 릴레이가 펼쳐진다. 누가, 왜, 다커 가족들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는 걸까? 휴대폰도 터지지 않고, 집 전화도 불통인 시글라스에서 펼쳐지는 죽음의 게임,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 독자들을 놀라게 한다.
선천성 심장질환으로 고통받은 동생을 귀찮은 존재로 치부해 툭하면 놀리고 짓궂게 골려주는 자매, 오케스트라를 대동해 음악 여행을 다니느라 가정을 등한시하는 아빠, 배우로 성공하기 위해 딸을 시어머니에게 맡기고 오디션을 보러 다니는 엄마, 다들 지독한 자기애에 빠져 자기 가족들조차 온전히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사람들을 전적으로 선한 자와 악한 자, 전적으로 정의로운 자와 정의롭지 못한 자로 구분할 수는 없다. 선과 악은 인간의 내면에 공존해 있다가 특별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을 때 어느 한쪽을 선택해 표출되기 마련이다. 선이냐 악이냐, 선택의 기로에 놓인 사람의 내면은 갈등과 고뇌로 채워질 것이다. 어떤 사람의 선택이 선이든 악이든 그 결정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다.
《데이지 다커》는 머리끝을 쭈뼛하게 만드는 긴장과 놀라운 반전이 함께하는 한편 가족이란 무엇인지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하는 소설이다. 가족 구성원들 모두가 기쁨과 환희를 함께 나누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힘을 모아 슬픔과 고통을 극복했던 운명 공동체의 성격이 많이 퇴색되긴 했지만 다커 가족이 숨겨온 비밀은 충격을 넘어 인간적인 비애를 느끼게 한다. 그들이 저지른 범죄 행위와 오랫동안 쉬쉬하면서 숨겨온 비밀의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 누구나 충격과 분노를 억누르기 힘들 것이다.
간조가 되기까지 고립된 저택에서 여덟 시간 동안 펼쳐지는 죽음의 릴레이!
《데이지 다커》 줄거리 요약
영국의 최남단 콘월 인근 섬에 위치한 저택 시글라스는 다커 가 사람들이 지난 100년 동안 살아온 집이다. 현재도 다커 가의 최연장자인 비트리어스 다커가 글을 쓰고, 독서도 하고, 그림도 그리며 살고 있다. 시글라스는 만조 때면 여덟 시간 동안 물에 잠겨 통행이 불가한 곳이 된다. 간조 때에는 방조제 길이 드러나 자유로운 왕래가 가능하다.
비트리어스 다커는《데이지 다커의 작은 비밀》이 세계적으로 히트하면서 이름이 널리 알려진 베스트셀러 작가다. 비어트리스 다커의 슬하에는 외아들인 프랭크 다커가 있다. 프랭크 다커는 학창 시절에 낸시를 만나 결혼했고, 슬하에 세 자매를 두게 되었다. 세 자매 이름은 꽃에서 따왔다. 첫째는 로즈, 둘째는 릴리, 셋째는 데이지다.
이 소설의 화자이자 주인공인 데이지 다커는 선천성 심장질환이 있어 자주 심정지 상태가 되었고, 숙명적인 죽음의 위기를 무려 여덟 번이나 겪는다. 잦은 입원으로 학교에도 다니지 못했고, 부모가 늘 바쁜 편이라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했다. 데이지의 아빠 프랭크는 가정보다는 오케스트라와 음악에 더 애착을 가진 인물이었고, 세계를 도는 연주 여행이 잦아 얼굴 보기가 힘들다. 엄마 낸시는 이루지 못한 배우의 꿈에 미련이 남아 틈만 나면 런던에서 오디션을 보러 다니느라 여념이 없다.
데이지보다 다섯 살 많은 언니 로즈는 영리하고 상황 판단력이 뛰어나고 얼굴도 아름답지만 냉소적인 성격이었고, 둘째 언니 릴리는 사악하고, 탐욕스럽고, 이기적인 성격에 허영심이 강했다. 얼굴은 예쁘지만 배려심이 부족한 언니들과 지내는 동안 데이지는 언제나 배척되고 소외되었다. 그나마 데이지를 무척이나 아끼고 사랑하는 할머니가 있어 살아갈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서로 질시하고 배척하는 사이가 되어 한자리에 모이기 힘든 다커 가족이 무려 10년 만에 할머니 혼자 살고 있는 시글라스를 방문한다. 할머니의 생일과 핼러윈이 겹친 날이기도 하고, 할머니가 유언 발표를 하겠다고 예고한 날이기도 하다. 데이지와 트릭시를 제외한 다커 가족들은 할머니의 생일을 축하하기보다는 재산을 얼마나 물려받을지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프랭크가 가장 먼저 오고, 뒤이어 그와 이혼한 낸시가 미혼모인 릴리와 트릭시와 함께 오고, 로즈가 뒤이어 온다. 마지막으로 다커 가 사람들과 가족이나 다름없이 지내온 코너 케네디도 할머니의 초대를 받아 시글라스에 온다.
할머니는 저녁 식사를 마친 이후 약속대로 유언을 발표한다. 전 재산을 자선 단체에 기부하고, 저작권료는 신탁 기금으로 조성했다가 다커 가의 미래인 트릭시에게 물려주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내심 많은 재산을 물려받을 거라는 기대감에 휩싸여 시글라스에 왔던 가족들은 실망을 금치 못한다. 가족들은 할머니가 노망이 났다고 비난하는 한편 할머니가 알츠하이머 환자라는 사실을 증명하면 유언장을 무효화시킬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잔뜩 실망한 가족들은 분노에 휩싸인 가운데 각자의 침실로 이동한다. 자정이 될 무렵 트릭시의 비명이 들려오면서 사람들은 다시 주방으로 모여든다. 할머니가 주방 바닥에 쓰러져 있다. 의자 하나가 넘어져 있고, 머리에 상처가 나 있고, 주변에 피가 흥건하게 고여 있다. 눈을 감은 할머니의 얼굴은 잿빛이고, 오븐에도 피가 묻어 있다. 의자 위에 올라서 있던 할머니가 넘어지면서 오븐에 머리를 부딪친 것 같지만 확실치 않다. 주방 벽면 칠판에 낯선 시가 보인다. 다커 가 사람들의 운명을 예언한 시처럼 보인다. 실제로 사람들이 하나씩 죽어 나갈 때마다 사망자에 대해 언급한 시 구절이 지워진다.
할머니의 죽음을 필두로 여덟 시간 동안 외부와 차단된 시글라스에서 가족들이 한 시간에 한 사람씩 시체로 발견된다. 시글라스에 모인 사람들은 죄다 가족들이다. 유일하게 가족이 아닌 코너도 실질적인 가족이나 다름없는 사이다. 그렇다면 누가 다커 가 사람들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는 것인가?
전화도 불통이고, 휴대폰도 터지지 않는 시글라스에서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살인사건을 통해 다커 가족들이 숨겨온 비밀이 하나씩 드러나는데…….
책속에서
나는 심장이 자주 멈춰 마치 숙명처럼 죽음의 위기를 겪어야 하는 아이로 태어났다.
내가 세상에 나온 날은 두 번이나 연이어 죽음 가까이 갔던 날이기도 하다. 나는 태내에서 거꾸로 자리를 잡고 있었고, 의사는 난산이 예상되자 황망한 얼굴로 아빠에게 산모와 태아 중 한쪽을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빠는 잠시 망설이다가 산모를 택했다.
조산사는 아기가 나오자마자 살아있길 바라는 희박한 기대감을 안고 내 등을 토닥였고, 내가 숨을 터뜨리는 순간 병실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정작 엄마는 나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았다. 엄마에게 딸은 이미 둘이나 있었으니까.
1975년은 지금처럼 의술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라 병원에서도 내 심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의사는 출산 직후 내 푸르스름한 피부색을 보고도 심장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간파하지 못했고, 그저 난산 탓이려니 했다.
엄마는 우리 세 자매 이름을 꽃 이름에서 따와 지었다. 첫째인 로즈는 아름다웠지만 날카로운 가시가 있었고, 나보다 네 살 위인 둘째 릴리는 백합처럼 희고 고왔지만 독살스러웠다. 엄마는 한동안 내 이름을 지어주지 않고 뭉그적대다가 세례를 받을 무렵이 되어서야 마지못해 데이지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더 예쁘고 뜻깊은 꽃도 많은데 하필이면 늘 꺾이고, 짓밟히고, 어디서나 곁다리일 뿐인 꽃을 내 이름으로 택한 것만 보더라도 엄마가 나보다 언니들을 더 사랑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내 마음은 더없이 서글펐다.
시글라스를 다시 눈앞에 마주하니 숨이 멎는 느낌이 든다. 런던에서 콘월까지 차로 다섯 시간 걸리지만 기차를 이용하면 좀 더 시간이 단축된다. 나는 기차에 앉아 번잡한 도시가 추억이 깃들어 있는 시골길로 바뀌는 풍경을 묵묵히 감상했다. 나는 몹시 번잡하고 바삐 돌아가는 런던보다는 느리고 단순하고 고요한 시골 풍경이 좋다. 장시간 차를 타고 이동하면 가끔 멀미가 나는 편인데 오늘은 끄떡없다. 나는 다른 가족들보다 일찍 시글라스에 도착하고 싶었고, 실제로 그렇게 되어 다행이다.
시글라스는 지난번 왔을 때와 별반 달라진 점이 없다. 빅토리아 양식 석조주택으로 작은 첨탑들과 청록색 기와로 이루어진 지붕, 화강암으로 된 외벽을 장식한 푸른 유리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시글라스는 콘월 해안에서 가까운 섬에 자리한 집으로 멀리서 보면 철썩이는 파도에 둘러싸인 건물처럼 보인다. 일부러 찾아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는 곳이다. 블랙샌드 베이로 알려진 작은 해변과 가파른 절벽, 이정표 없는 오솔길이 있는 곳. 사람들이 접근하기 힘든 곳이기도 하지만 다들 시글라스를 꺼리는 이유는 따로 있다.
할머니는 샴페인을 한 모금 마시고 나서 다시 말했다. “시글라스는 트릭시에게 물려주기로 했다. 트릭시가 우리 가족의 미래라는 사실에 다들 이견이 없을 줄 안다. 내 나머지 재산과 향후 발생할 저작권 수입은 트릭시가 성인이 될 때까지 신탁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릴리가 다시 담배에 불을 붙이며 말했다. “잠깐만요. 그러니까 할머니의 재산 전부를 자선 단체에 기부하고, 이 집과 저작권료를 트릭시를 위해 남긴다고요? 그럼 저에게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겠다는 뜻이잖아요? 할머니, 노망나셨어요?”
로즈가 비웃듯이 픽 웃는다. 로즈는 다른 가족들과 달리 딱히 기분이 상해 보이지 않는다.
할머니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내가 분명히 말하는데 넌 나중에 트릭시의 소유가 될 신탁재산을 넘봐서는 안 돼. 너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 이제부터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스스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길 바란다. 세상은 너희들에게 빚진 게 없어. 난 이제부터 마지막 책을 쓰며 여생을 보낼 거야. 너희들 마음에 안 들지도 모르겠지만.”
아빠가 말했다. “글을 쓰지 않은 지 오래되셨잖아요?”
“그동안 딱히 쓰고 싶은 글이 없었는데 이제 생겼어. 이기적이고 사악한 가족 이야기.”
엄마가 물었다. “우리 가족 이야기를 쓰려고요?”
할머니가 말했다. “이제 막 구상을 끝냈어.”
아빠가 샴페인 잔을 거칠게 내려놓으며 말했다. “우리 가족 이야기라면 책이 그다지 많이 팔릴 것 같지 않네요. 우리에게 재산을 물려줄 생각이 없었으면서 굳이 여기까지 부른 이유가 뭐죠? 저는 어머니의 하나뿐인 아들인데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