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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지 다커

데이지 다커

앨리스 피니 (지은이), 이민희 (옮긴이)
밝은세상
1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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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지 다커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데이지 다커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액션/스릴러소설 > 외국 액션/스릴러소설
· ISBN : 9788984375178
· 쪽수 : 376쪽
· 출판일 : 2026-03-04

책 소개

만조가 되면 여덟 시간 고립되는 콘월의 저택 시글라스에서 유언 발표 직후 살인이 시작된다. 한 시간마다 가족이 시체로 발견되고 칠판의 시가 지워지며 비밀이 드러난다. 여덟 시간의 고립 속 범인을 추적하는 밀실 스릴러다.

저자소개

앨리스 피니 (지은이)    정보 더보기
작가이자 저널리스트. 15년간 BBC에서 기자, 리포터, 뉴스 에디터, 예술 오락 프로듀서, 1시 뉴스 담당 프로듀서로 일했다. 파커 아카데미 소설 쓰기 과정을 수료했다. 2017년에 출간한 데뷔작《Sometimes I Lie》는 전 세계 20여 개국에 판권이 수출되었고,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사가 사라 미셸 겔러 주연의 TV 드라마로 제작에 나섰다. 2020년 작《His and Hers》는 테사 톰슨과 존 번탈 주연으로 2026년 넷플릭스에서 선을 보였고, 전 세계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2021년 작 《가위바위보》 역시 넷플릭스와 TV 시리즈 판권을 계약했다. 《뉴욕타임스》와《선데이타임스》에서 수백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 작가고, 현재 40개국에서 책이 출간되고 있다. 변화무쌍한 전개와 기발한 반전이 돋보이는 작품이 많아 ‘트위스트의 여왕’이라 불린다. 《데이지 다커》는 영국 콘월 인근의 섬에 있는 고립된 저택에서 벌어지는 다커 가족의 잔혹사를 다루고 있다. 앨리스 피니 특유의 꼬고 비트는 반전이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주요 작품으로 《가위바위보》, 《Beautiful Ugly》, 《My Husband's Wife》, 《His and Hers》, 《Sometimes I Lie》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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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희 (옮긴이)    정보 더보기
충실하게 듣고 능숙하게 전달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번역가. 늘 가장 좋은 해석을 꿈꾼다. 옮긴 책으로 『콘텐츠 설계자』, 『무기가 되는 시스템』, 『사람들이 내 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마지막 부의 공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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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나는 심장이 자주 멈춰 마치 숙명처럼 죽음의 위기를 겪어야 하는 아이로 태어났다.
내가 세상에 나온 날은 두 번이나 연이어 죽음 가까이 갔던 날이기도 하다. 나는 태내에서 거꾸로 자리를 잡고 있었고, 의사는 난산이 예상되자 황망한 얼굴로 아빠에게 산모와 태아 중 한쪽을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빠는 잠시 망설이다가 산모를 택했다.
조산사는 아기가 나오자마자 살아있길 바라는 희박한 기대감을 안고 내 등을 토닥였고, 내가 숨을 터뜨리는 순간 병실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정작 엄마는 나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았다. 엄마에게 딸은 이미 둘이나 있었으니까.
1975년은 지금처럼 의술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라 병원에서도 내 심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의사는 출산 직후 내 푸르스름한 피부색을 보고도 심장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간파하지 못했고, 그저 난산 탓이려니 했다.
엄마는 우리 세 자매 이름을 꽃 이름에서 따와 지었다. 첫째인 로즈는 아름다웠지만 날카로운 가시가 있었고, 나보다 네 살 위인 둘째 릴리는 백합처럼 희고 고왔지만 독살스러웠다. 엄마는 한동안 내 이름을 지어주지 않고 뭉그적대다가 세례를 받을 무렵이 되어서야 마지못해 데이지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더 예쁘고 뜻깊은 꽃도 많은데 하필이면 늘 꺾이고, 짓밟히고, 어디서나 곁다리일 뿐인 꽃을 내 이름으로 택한 것만 보더라도 엄마가 나보다 언니들을 더 사랑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내 마음은 더없이 서글펐다.


시글라스를 다시 눈앞에 마주하니 숨이 멎는 느낌이 든다. 런던에서 콘월까지 차로 다섯 시간 걸리지만 기차를 이용하면 좀 더 시간이 단축된다. 나는 기차에 앉아 번잡한 도시가 추억이 깃들어 있는 시골길로 바뀌는 풍경을 묵묵히 감상했다. 나는 몹시 번잡하고 바삐 돌아가는 런던보다는 느리고 단순하고 고요한 시골 풍경이 좋다. 장시간 차를 타고 이동하면 가끔 멀미가 나는 편인데 오늘은 끄떡없다. 나는 다른 가족들보다 일찍 시글라스에 도착하고 싶었고, 실제로 그렇게 되어 다행이다.
시글라스는 지난번 왔을 때와 별반 달라진 점이 없다. 빅토리아 양식 석조주택으로 작은 첨탑들과 청록색 기와로 이루어진 지붕, 화강암으로 된 외벽을 장식한 푸른 유리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시글라스는 콘월 해안에서 가까운 섬에 자리한 집으로 멀리서 보면 철썩이는 파도에 둘러싸인 건물처럼 보인다. 일부러 찾아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는 곳이다. 블랙샌드 베이로 알려진 작은 해변과 가파른 절벽, 이정표 없는 오솔길이 있는 곳. 사람들이 접근하기 힘든 곳이기도 하지만 다들 시글라스를 꺼리는 이유는 따로 있다.


할머니는 샴페인을 한 모금 마시고 나서 다시 말했다. “시글라스는 트릭시에게 물려주기로 했다. 트릭시가 우리 가족의 미래라는 사실에 다들 이견이 없을 줄 안다. 내 나머지 재산과 향후 발생할 저작권 수입은 트릭시가 성인이 될 때까지 신탁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릴리가 다시 담배에 불을 붙이며 말했다. “잠깐만요. 그러니까 할머니의 재산 전부를 자선 단체에 기부하고, 이 집과 저작권료를 트릭시를 위해 남긴다고요? 그럼 저에게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겠다는 뜻이잖아요? 할머니, 노망나셨어요?”
로즈가 비웃듯이 픽 웃는다. 로즈는 다른 가족들과 달리 딱히 기분이 상해 보이지 않는다.
할머니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내가 분명히 말하는데 넌 나중에 트릭시의 소유가 될 신탁재산을 넘봐서는 안 돼. 너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 이제부터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스스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길 바란다. 세상은 너희들에게 빚진 게 없어. 난 이제부터 마지막 책을 쓰며 여생을 보낼 거야. 너희들 마음에 안 들지도 모르겠지만.”
아빠가 말했다. “글을 쓰지 않은 지 오래되셨잖아요?”
“그동안 딱히 쓰고 싶은 글이 없었는데 이제 생겼어. 이기적이고 사악한 가족 이야기.”
엄마가 물었다. “우리 가족 이야기를 쓰려고요?”
할머니가 말했다. “이제 막 구상을 끝냈어.”
아빠가 샴페인 잔을 거칠게 내려놓으며 말했다. “우리 가족 이야기라면 책이 그다지 많이 팔릴 것 같지 않네요. 우리에게 재산을 물려줄 생각이 없었으면서 굳이 여기까지 부른 이유가 뭐죠? 저는 어머니의 하나뿐인 아들인데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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