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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85635974
· 쪽수 : 336쪽
· 출판일 : 2015-04-10
책 소개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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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내 나무 맞아. 난 존이라고 해. 여긴 우리 삼촌 농장이니까 이건 내 나무야. 내가 원할 때면 언제든 올라올 수 있어.”
분명히 다른 말도 들었건만 “난 존이라고 해.”라는 말 이후로 두뇌 회전이 멈춰 버렸다. 당황스러움이 확연히 얼굴에 드러났는지, 조금 더 친절한 목소리로 아이는 말했다.
“너도 알다시피 이 시골 동네 한복판에는 아이들이 별로 없어. 특히 밤에 나무를 타는 아이는 없지.”
나무에 올라와 함께 앉자는 그의 말에, 어느새 나는 묶어 두었던 밧줄을 쥐고 있었다. 따뜻하고 거친 나무껍질을 두 손, 두 다리로 짚으며 한참 타고 올라, 그 아이 바로 아래 가지에 앉았다. 서늘한 그늘 속으로 고개를 젖히고 올려다보았지만, 어둠에 가려진 존의 얼굴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내가 앉은 곳에는 달빛 한 줄기가 떨어져, 존은 내 얼굴을 잘 볼 수 있었다.
“어떻게 잭과 수전을 부모님이라고 부를 수 있어? 그 사람들은 나랑 닮지도 않았어. 입양한 사실에 대해선 아예 말도 꺼내지 않고. 내가 흑인인 것도. 그러면서 ‘우린 마음속은 다 같은 사람이야.’ 같은 소리만 해. 그런 말이 도움이라도 되는 것처럼.”
존은 코웃음을 쳤다.
“그러니까 너는,”
나는 천천히 말했다.
“사람들이 네가 진짜 하고 싶어 하는 말은 듣지 않는데, 굳이 진심을 말할 필요가 있느냐는 거지?”
존은 잠깐 그대로 있다가 놀란 눈으로 나를 보았다.
“그래, 바로 그거야.”
그때부터 둘 다 말을 멈추었다. 존과 나는 사상 지평선 안에 기대어 앉아 느긋이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습한 공기가 오후 하늘을 채우는 소리를 들었다. 점심으로 뭘 먹었는지, 어떤 집안일을 했는지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 진짜 중요한 일을 이야기하는 기분은 낯설었다. 나는 중요한 것들에 대해 계속 이야기하고 싶어서 존에게 말했다.
“버드에 대해서도 비슷해. 난 늘 버드를 생각하거든.”
존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걸 이야기하진 않지?”
“안 하지. 아무도 듣고 싶어 하지 않아.”
바람이 윙윙거렸다. 나는 주먹을 꼭 쥐었다.
“버드!”
나는 더 크게 외쳤다. 뜻밖에도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도와줘! 우린 오빠가 필요해. 어떻게든 우릴 좀 도와줘!”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유성이 지나가기를, 아니면 전에 본 오빠 모습이 천국에서 내려오기를, 혹은 대범하고 위험한 밤 독수리라도 나타나기를. 그 어떤 계시라도 나타나길 기다렸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그날 밤, 많은 조약돌을 묻었다. 어느 때보다 많은 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