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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한국사 일반
· ISBN : 9788988526774
· 쪽수 : 307쪽
책 소개
목차
책을 내며 : 여자들의 이야기를 찾아 떠돈 날들, 그런데 그 날들이 있기나 했을까
경주 | 신라의 여자들
경주 프롤로그
그녀, 치술령 신모가 되다
여왕님 여왕님 우리들의 여왕님
여근곡, 버자이너 모놀로그
강릉 | 조선의 여성 예술가들
난설헌, 지상에서 길을 잃다
오죽헌, 풀과 벌레를 사랑한 화가의 정원
강릉 에필로그, 지월리 난설헌의 무덤에서
부안 | 매창, 사랑의 방식
부안, 사랑의 방식
수덕사 | 김일엽, 나혜석 - 신여성의 출현.탈주.소멸
수덕여관에서 그녀들을 만나다
나혜석 거리를 점거하라
해남 | 고정희 - 시적인 혁명을 꿈꾸다
시인의 마을, 해남
수유리, 그녀 마음의 고향
리뷰
책속에서
지나치게 넓은 공간, 시대를 알 수 없는 건축 양식으로 말미암아 오죽헌은 향기와 바람을 잃고 죽어 버린 공간이 되어 버렸지만, 사백여 년 전의 이 곳은 한 소녀가 그림을 그리고 꿈을 꾸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공간이다. 바람이 불면 검은 대숲에선 댓이파리들이 몸을 부딪치며 서걱이는 소리를 냈을 것이고, 백 년도 더 된 목백일홍은 붉은 꽃을 피웠을 것이다. 도라지꽃에 여치가 찾아들고, 원추리꽃에 벌이 날아들고, 봉선화엔 잠자리와 나비가 날아들었을 것이다. 통통하게 살진 가지를 올려다보는 사마귀, 수박밭을 기어다니는 여치, 물봉선화 주위를 맴도는 쇠똥구리...
이건 상상이 아니라 사임당의 그림에 나오는 풍경과 표정들이다. 예민한 관찰자였던 사임당은 조선의 마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과 풀과 벌레들을 많이 그렸다. 작고 보잘것없는 생명체에 눈길을 주고 오래오래 관찰하지 않고서는 그 특징과 개성을 살려 그릴 수는 없는 일, 사임당은 예리한 관찰자이면서 섬세한 손을 가진 화가였다. 사임당의 그림들은, 그녀가 율곡을 낳은 것과는 상관없이, 예술 작품으로서 높이 평가받는 수작들이다. - 본문 150쪽, '사백 년 전 오죽헌의 풍경과 표정'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