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일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89456438
· 쪽수 : 328쪽
책 소개
목차
제1부 눈·입·귀
여름 빛
쏙독새의 아침
백 개의 불꽃
제2부 이·귀·코
이
Out of This World
바람, 레몬, 겨울의 끝
리뷰
책속에서
다카시는 벌렁 누운 채 양팔을 머리 뒤로 받치고, 맑디맑은 깊은 못을 들여다보듯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데쓰히코는 깜짝 놀랐다. 데쓰히코는 다카시도 자신과 똑같이 분해서 울고 있으리라 예상했다. 아니면 크게 화가 났든 넋이 나갔든 공포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떨고 있으리라 믿었다. 하지만 다카시의 표정은 후련해 보였다. 데쓰히코가 예상한 어떤 감정에도 사로잡혀 있지 않았다. 어렴풋이 미소마저 짓고 있었다.
“너는 뭐가 그렇게 즐겁냐?”
무심코 말을 걸자 다카시는 입술을 한번 꼭 다물고 나서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아무리 추해도 내가 보는 것까지 추하다고 할 수는 없잖아.”
“쏙독새예요.”
그 새 소리가 임신한 사모님께는 견디기 어려웠던 거예요, 라며 미요는 목소리를 낮추었다.
“임신한 데다 병까지 들어 아주 괴로워하셨죠. 이대로는 뱃속 아이에게도 나쁘다며, 주인어르신께서 사람을 고용해 잡아 죽였어요. 예, 저도 그게 좋겠다고 했죠. 아무튼 그 새는 흉조니까요.”
(중략)
“그 새는 밤에 날아다니는 새예요. 이매망량의 기운을 몸에 한가득 담아뒀다가 동트기 전에 울음소리와 함께 온갖 곳에 뱉어요. 그래서 잡으면 울지 못하게 부리와 발을 이렇게 묶어 거꾸로 해서 아침 햇살이 드는 나무에 매달죠. 사모님 때도 동쪽 자작나무 가지에 매달았어요. 그런데…….” 미요는 거기까지 말하고 고개를 내저었다. “……그런 몹쓸 일이 일어날 줄이야.”
“사모님께서 아이를 사산했다고 들었습니다.”
“사산…….” 미요는 공허하게 중얼거렸다. “그래, 맞아요 사산이었어요, 네. 여자아이였죠.”
미요의 포동포동한 볼에서 눈에 띄게 핏기가 가셨다. 그녀의 머릿속에 어떤 광경이 떠오른 건가 ─ 미요는 기억에서 되살아난 그것을 쫓아버리듯 머리를 좌우로 젓고 입술을 일그러뜨리며 꾹 다
물었다.
“그 새한테 저주받은 거예요.”
“초가 백 개 필요해.”
담배 연기가 기미의 볼을 스쳤다.
“초를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날마다 정해진 시간에 한 개씩 태워. 액을 떠넘기고 싶은 사람을 가만히 떠올리면서 불을 붙이는 거야. 중간에 불이 꺼지거나 초가 쓰러져 버리면 안 돼. 그렇다고
줄곧 곁에서 바람막이를 해도 안 돼.”
손을 크게 흔들어 불을 끄고서 성냥을 재떨이에 떨어뜨렸다.
“백 개가 전부 다 타면 소원 성취. 실패하면 거기서 끝. 이건 일생에 한 번밖에 할 수 없는 강한 기도……. 아니, 저주야.”
쓰루노 씨는 긴 목을 오른쪽으로 살짝 갸웃하며 기미를 보았다.
“백 개의 불꽃의 액갚음이라고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