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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89456537
· 쪽수 : 228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교코는 마흔여덟 살이 된 지금도 여전히 연꽃 빌라에 살고 있다. 딱히 이사할 생각도 들지 않아 적극적으로 집을 찾아보지도 않았다. 저금 생활자라고 하면 거액의 예금이라도 있는 것처럼 들리겠지만, 실상은 한 달 생활비로 10만 엔밖에 쓸 수 없는, 마치 외줄 타기와 같은 생활이다. 그러나 교코는 그 생활이 즐거웠다. 즐겁다고 해서 매일이 천국 같았던 것은 아니다. 장마 때는 곰팡이나 민달팽이, 한여름이 되면 모기 군단의 습격을 받는, 집에 살지만 거의 노숙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야생의 기운이 넘치는 나날이었다.
“자신의 신체에서 아름다움이 사라져 가면, 여자는 보석이나 다른 것들로 그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고 하지.”
예전에 엄마가 이렇게 말하곤 했는데, 그런 법칙인 걸까. 엄마는 그런 말을 하면서 반지라든가 기모노를 샀는데, 단순히 그것들을 사기 위한 핑계였던 것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교코는 우연히 들어간 찻집에서, 때마침 우연히 여자들이 만들고 있는 자수 작품들에 시선을 빼앗겼다. 이것도 어떤 인연일까.
일단 꽃잎 한 장 중에서 엷은 핑크색 부분을 완성하고 나서 무심코 방에 있는 거울을 보는데 자신의 얼굴이 엄청난 형상을 하고 있었다. 교코는 깜짝 놀랐다. 입술을 계속 말고 있어서 인중이 길어져 있다. 콧김이 거칠어 콧구멍은 넓어져 있다. 노안 기미가 있는 탓에 자세히 보려고 무리하게 눈을 크게 뜨고 있다. 아무리 중년이라 해도 여자로서 용서받을 수 있는 얼굴이 아니었다.
“너무 심하잖아.”
서양 회화에서처럼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은 부인이 햇살 쏟아지는 창가에 놓인 멋진 의자에 앉아 우아하게 자수를 하고 있는 모습과는 천지 차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