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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89456636
· 쪽수 : 304쪽
책 소개
목차
어쩔 도리가 없다
체온 36도 2분
별빛 청명한
밤의 팽창
한여름의 박하사탕
빛나라, 샛별
리뷰
책속에서
내 몸은 그저 난자에 빙의되어, 난자에 휘둘린 것뿐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엄마가 나와 아버지를 두고 젊은 남자와 야반도주한 것이 난자의 소행 때문이라면, 아주 조금은 엄마를 용서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장마가 막 끝난 참인데, 아스팔트 도로 위에 벌러덩 드러누운 매미가 끊임없이 울면서 뱅글뱅글 회전하고 있다. 아이가 떼를 쓰는 듯한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후회와 눈물이 동시에 스멀스멀 끓어올랐다.
좋아한다. 오늘 그 마음을 전하기 위해 나는 교사와 교사를 잇는 복도에 서서, 미히로가 오기를 기다렸다. 복도 저 너머에서 살짝 고개를 숙인 미히로가 걸어왔다. 그리고 그 복도에서 이어지는 교사 제일 구석 교실에서 멜론빵을 입에 문 유타가 나오는 것이 보였다. 빨리, 빨리 말해야 한다. 나는 그 말을 해야 한다. 아무도 신경 쓸 건 없어. 행복이 도망쳐 버려. 마리아 씨가 한 말을 나는 마음속으로 되뇌고 있었다. 미지근한 여름 바람이 복도를 지나갔다.
“당신, 아직 젊고, 인기가 많을 것 같아서 잘 모르겠지만 말이지.”
가와시마 씨의 잠긴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의자를 침대 쪽으로 가져갔다.
“정말로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은 평생에 몇 없어요. 평생 한 명도 만나지 못하는 사람도 있지. 만났다는 것만으로 행운이라고요. 여자들이 제멋대로 구는 건 귀여운 축에 속하지. 나를 아껴 달라, 그 여자들이 하고 싶은 말은 그것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