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89675884
· 쪽수 : 520쪽
· 출판일 : 2008-01-25
책 소개
목차
혜성에 사는 사람들
작가 후기
리뷰
책속에서
되감기를 한 필름처럼, 폭발하여 어둠으로 흩어진 파편들이 가오루의 머리로 쏟아졌다. 만약 후지코가 가오루를 의심하고 가오루를 싫어하게 된다면, 가오루가 품고 있는 마음은 후지코에게 전해지지 못하고 한숨이 되어 사라질 뿐이다. 그렇다면 죽이든 밥이든 그 마음을 털어놓는 편이 낫다. 욕실 창가로 되돌아가 귀를 바짝 갖다 댔다. 머리를 감는 소리가 들렸다. 어깨로 늘어진 머리카락과 젖가슴 사이로 흘러내리는 거품진 폭포를 상상하면서, 후지코의 살을 핥는 저 물에 녹아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 본문 181쪽에서
연애는 무수한 쾌락을 환기시키고, 희로애락의 감정을 몇 배 증폭시키는 한편 현실을 왜곡하고 죽음으로 유혹하기도 한다. 그리고 사랑은 끝이 없다. 연인들이 죽어도 두 사람 사이에 작용했던 사랑은 죽지 않는다. 카이사르와 클레오파트라는 죽었지만, 두 사람의 연애는 역사가 되었다. 로미오와 줄리엣도 죽었지만, 두 사람의 사랑 역시 전설이 되었다. 연애는 오히려 연인들이 죽은 후에 꽃을 피운다. 연애란 연인들이 상상할 수 없었던 미래를 향한 끝없는 바람이다. 연애란 이 세상에서는 절대 충족되지 않는 피안의 욕망인 것이다. - 본문 215쪽에서
"그에게는 분노와 슬픔의 힘이 있어. 그리고 누구보다 따분하게 지내는 재능도 있고. 그래서 기쁨과 즐거움을 남들보다 배로 추구하지. 난 가오루의 그 무기력함이 마음에 들어. 그는 감정적으로 늘 옳지. 감정이 모든 행동의 동기가 된다면, 그는 남들에게도 올바른 행동의 동기를 주는 셈이야. 나는 그처럼 강렬한 감정은 갖고 있지 않아. 나는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벌어지는 일을 설명할 수는 있지만, 그 배경에 어떤 감정이 있는지는 이해하지 못하지. 사람들은 이성이 사회를 바꾼다고 믿지만, 사실은 감정의 응어리가 사회를 바꾸는 거야. 안타깝게도 굴절된 감정이 어디로 튈지는 아무도 모르지. 그런데 가오루는 그걸 느껴." - 본문 445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