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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90706416
· 쪽수 : 224쪽
· 출판일 : 2017-10-27
책 소개
목차
가문비나무의 생사윤회
등꽃
편백나무
야쿠 삼나무
나무의 기모노
아베 고개에서
서 있는 나무, 누워 있는 나무
나무의 수상함
삼나무
화산재
목재의 생명
벚꽃과 버드나무
봄날의 벚꽃
소나무, 녹나무, 삼나무
포플러
해설 : 좋은 문장이란 무엇인가
옮긴이의 말 : 나무를 안다는 것
리뷰
책속에서
내친김에 말하자면 울긋불긋한 단풍만큼 아름다운 이별, 혹은 끝은 없으리라. 올해의 생명을 끝낼 무렵 저리도 화려하게 새로이 단장하고, 더군다나 망설임 하나 없이 슬그머니 휙 하고 머물던 곳을 떠나간다. 단풍이 떨어져 바닥에 쌓이면, 이것이 또 어디에 내려앉든 반드시 딱 그 자리에 보기 좋게 자리 잡으니 아름답다. 지저분한 소리를 해서 미안하지만, 생선 내장을 담는 나무통에 날아든 붉은 단풍잎도 거름통 뚜껑에 내려앉아 쉬고 있던 노란 은행잎도 나는 보아서 알고 있다. 그런 곳에도 단풍은 우아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노년의 끝은 달리 없을 것이라며 매년 넋을 잃고 단풍을 바라본다.
저 오래된 나무는 그냥 죽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 새로 자란 나무도 그냥 살아 있는 것이 아니었다. 생사의 경계, 윤회의 무참함을 봤다고 해서 그렇게 집착할 필요는 없다. 죽음의 순간은 찰나이다. 죽은 후에도 이처럼 온기를 가질 수 있다면 그걸로 괜찮다. 이 현장을 못 보고 지나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이 온기를 남은 일생의 온기라 믿으며 살아가야겠다고 결심하자 감상적인 기분이 들며 눈이 촉촉해졌다. 나무란 이처럼 감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존재이다. 이 다음에는 상당히 주의를 기울여야 나무가 숨긴 감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사방에서 재가 연기처럼 피어올랐지만 계속 올라간다. 아래서 쳐다보기보다 이렇게 동등한 위치에 서, 바로 옆에서 보면 머리가 땅에 붙어 커다란 활 모양 으로 휜 상태로 강제로 죽음을 맞이한 불쌍함을 똑똑히 알 수 있다. 불쌍한 나머지 속이 상해서 일으켜 세워줄 요량으로 나뭇가지를 잡고 힘껏 끌어당겼다. 후드득 잿 덩이가 떨어지고 매캐한 연기 때문에 재채기가 나온다. 일어나렴, 일어나보렴 하고 흔들어도 이미 경직된 낙엽 송은 어찌 해볼 도리 없는 허무함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교육장과 눈이 마주쳤다. 교육장도 나를 도와 끌어당겼 다. 소용없었다. 갑자기 밤바람이 불며 기온이 내려갔 다. 감정에 내맡기고 어설피 만진 탓에 손에 감촉이 남 아서 찜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