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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90828668
· 쪽수 : 356쪽
· 출판일 : 2013-11-08
책 소개
목차
여는 글. 영혼의 허기까지 달래주는 소중하고 애틋한 밥상 이야기
겨울. 찬바람 불면 생각나는 그리운 음식
구례 - 김정자 아짐 새꼬막과 고치적 /지극한 ‘맞춤형 서비스’의 맛
완도 - 황성순 아짐 해우국 /바다를 품었다 타래타래 풀어내는 맛
고창 - 김정숙 아짐 노랑조개회무침과 김칫국 /간조롬하고 달짝지근하고 꼬독꼬독한 맛의 변주
강진 - 마량 이인심 아짐 매생이국 /푸른 해초 올올이 바다의 비밀스런 맛
남원 - 인월 강공님 아짐 토란탕 /감미로운 질감, 아릿한 추억의 맛!
광주 - 김연옥 아짐 물메기탕 /온몸을 후끈 감싸는 뜨끈뜨끈 담백한 국물
완주 - ‘한백상회’ 백인자 아짐 산골 두부 /자연과 사람 공력으로 빚은 영양 덩어리
봄. 달고 쓰고 덤덤한 풋것들의 향연
화순 - 김문심 아짐 홍애국 /기적 같은 삶, 지독한 삭힘의 맛!
나주 - 도래마을 양동임 아짐 쑥버무리 /초록 들판을 입 안에서 자근거리다
영광 - 안영례 아짐 봄나물 /지천의 풋것들로 차려낸 초록의 향연
담양 - 운수대통마을 천인순 아짐 죽순 밥상 /야들야들 아삭아삭 죽순으로만 차린 별난 맛!
남원 - 산동 고광자 아짐 나물전 /쌉쌀달큼! 지글지글! 봄내음 잔치
순천 - 김영희 아짐 정어리찜 /보리누름에 산·들·바다의 풋것을 졸인 맛!
담양 - 용운마을 주영윤 아짐 민물새비애호박돼지고기국 /돼지와 새비가 궁합 맞춘 토종 국물 맛
여름. 징한 더위도 물러가는 개미진 보양식
여수 - 정영희 아짐 서대찜과 회무침 /꼬득꼬득 오돌오돌 개미지네!
장흥 - 김상배 아재 된장물회 /혀끝이 화딱화딱 얼얼하고 시원하고
임실 - 김용숙 아짐 다슬기 국, 탕, 회 /하염없이 우러나는 초록빛 강물의 맛
무주 - 뒷섬마을 박옥례 아짐 어죽 /비린내는 감쪽같이 사라진 고소한 맛
진도 - 맹골군도 아짐들 미역회무침 /새콤하고 보드랍게 난질난질 씹히는 진미
신안 - 다물도 김경희 아짐 홍합국수 /씹을수록 찰지고 흥건해지는 바다의 맛
진안 - ‘괴정고택’ 김경희 아짐 곶감찰밥 /늘컹늘컹 뜨끈뜨끈 심심산골 보양식
가을. 어느새 뜨끈한 국물이 땡기는 시절
광주 - 문복례 아짐 토란알배된장국 /흙냄새 고스라한 시골 할매들의 초가을 별미
흑산도 - 최명자 아짐 홍어된장찜 /천 갈래 만 갈래로 뻗어가는 맛의 지존
광양 - 남상금 아짐 전어구이와 회무침 /‘나락 놀짱흘 때’ 제대로 든 가을 전어 맛
고흥 - 우도 문영심 아짐 뻘낙지 /인공의 가미 없는 대자연의 살점
벌교 - 설점숙 아짐 짱뚱어탕 /고소한 살점 맛에 우거지 씹는 개미까지
곡성 - ‘하한산장’ 박금자 아짐 참게수제비 /보풀처럼 녹아드는 게살과 알의 맛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아짐이 토란탕 한 그릇을 떠 주신다. 모락모락 김이 나는 토란탕을 한 숟가락 떠서 호호 불다가 입에 넣는다. 고소하고 감미로운 수프처럼 고운 질감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간다. 들깨물에서 한 번 더 삶아진 알토란은 더욱 더 보드랍게 으깨어진다. 뜨뜻한 기운이 온몸으로 퍼지면서 후끈해진다. 아짐은 노인들에게 보양식이라 하지만, 노소를 가릴 것 없이 기력을 북돋아줄 게 틀림없는 들깨죽이요 알토란탕이다.
스물한 살에 신랑 얼굴도 모르고 산골마을에 시집와 5남매를 낳아 길러온 우리네 엄니다. 남편 때문에 폭폭하고 속상한 날들도 많았다.
그러나 아짐은 예나 지금이나 고생한 것이 없다 한다. 큰아들이 목수시켜 튼튼한 두부판을 짜 와서 좋고, 인천 사는 작은 아들이 부뚜막을 함께 만들어줘서 흐뭇하다. 전주 사는 큰딸은 늘 마중을 나와서 편하고, 심지어는 두부 먹으러 온 손님이 콩물 거르는 맞춤한 베를 떠다 줘서 고맙다.
몹쓸 기억일랑 훌훌 털어버리고 선한 얼굴, 착한 마음자리에 좋은 기억만을 쌓아온 아짐이 그 순박한 손으로 두부를 빚는 것이다. 옛날 방식으로….
“고생 아녀. 그냥 재미여. 겁나게 재밌어. 손님들이 맛있다고 헌 게. 고만 흘라고 혔는디. 사람들이 와서 밥통을 내서 묵고 찾아싼게 또 했어. 사람들이 고생흔게 가스로 해라고 하도 해싸서 십만 완을 주고 사서 해본게 요상흐드마. 맛이 없드라고. 그래서 다시 불을 때서 해.”
크~아! 홍애국. 눈, 코, 입은 물론이거니와 여기저기 막힌 감각을 펑펑 요란하게 뚫어댄다. 푸른 기운이 남아 있는 보리순과 냉이는 씹을수록 달큼한 봄나물 맛을 내고, 삭힌 홍어국물을 옴싹 뒤집어쓴 배추시래기가 입 안에서 물큰하다.
애국에 밥을 말아 숟가락에 뜨고, 나물이며 겉절이며 장아찌를 척척 걸쳐 옹골지게 먹는다.
그렇게 밥 한 공기를 뚝딱 말끔하게 비워내면서 애가 닳고 닳도록 아홉 남매를 키우며 발싸심을 해왔을 아짐의 인생을 곱씹는다.
참 기적 같은 삶이요, 놀라운 삭힘의 맛이 아닌가. 심해를 너울대던 생선의 내장이 깊은 산골 아낙의 고단하고 애끓는 삶에 위안이 되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