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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의 이해 > 창작.문장작법
· ISBN : 9788991071575
· 쪽수 : 368쪽
책 소개
목차
제1강 문장작법의 새 의의
1. 문장작법이란 것 / 2. 이미 있어온 문장작법 / 3. 새로 있을 문장작법
제2강 문장과 언어의 제 문제
1. 한 언어의 범위 / 2. 언어의 표현 가능성과 불가능성 / 3. 방언과 표준어와 문장 / 4. 담화와 문장 / 5. 의음어, 의태어와 문장 / 6. 한자어와 문장 / 7. 신어, 외래어와 문장 / 8. 평어, 경어와 문장 / 9. 일체 용어와 문장
제3강 운문과 산문
1. 운문과 산문은 다른 것 / 2. 운문 / 3. 산문
제4강 각종 문장의 요령
1. 일기 / 2. 서간문 / 3. 감상문 / 4. 서정문 / 5. 기사문 / 6. 기행문 / 7. 추도문 / 8. 식사문 / 9. 논설문 / 10. 수필
제5강 퇴고의 이론과 실제
1. 퇴고라는 것 / 2. 퇴고의 고사 / 3. 퇴고의 진리성 / 4. 퇴고의 표준 / 5. 퇴고의 실제
제6강 제재, 서두, 결사, 기타
1. 제재에 대하여 / 2. 서두에 대하여 / 3. 결사에 대하여 / 4. 명제에 대하여 / 5. 묘사와 문장력 / 6. 감각과 문장미 / 7. 같이, 처럼, 듯이에 대하여 / 8. 대상과 용어의 조화 / 9. 떼기와 부호 용법
제7강 대상과 표현
1. 인물의 표현 / 2. 자연의 표현 / 3. 사태의 표현
제8강 문체에 대하여
1. 문체의 발생 / 2. 문체의 종별 / 3. 어느 문체를 취할 것인가 / 4. 문체 발견의 요점
제9강 문장의 고전과 현대
1. 문장의 고전 / 2. 문장의 현대 / 3. 언문일치 문장의 문제
저자소개
책속에서
글짓기가 아니라 말짓기라는 데 더욱 선명한 인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글이 아니라 말이다. 우리가 표현하려는 것은 마음이요 생각이요 감정이다. 마음과 생각과 감정에 가까운 것은 글보다 말이다. ‘글 곧 말’이라는, 글에 입각한 문장관은 구식이다. ‘말 곧 마음’이라는, 말에 입각해 최단거리에서 표현을 계획해야 할 것이다. 과거의 문장작법은 글을 어떻게 다듬을까에 주력해왔다. 그래 문자로 살되 감정으로 죽이는 수가 많았다. 이제부터의 문장작법은 글을 죽이더라도 먼저 말을 살려 감정을 살려놓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23~24쪽)
현대 불란서 문단에서 가장 비전통적 문장으로 비난을 받는 폴 모랑(Paul Morand)은 자기가 비전통적 문장을 쓰지 않을 수 없는 데 대한 답변을 다음과 같이 하였는데, 그 답변은 어느 문장계에서나 경청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도 완전한, 전통적인, 그리고 고전적인 불란서어로 무엇이고 쓰고 싶기는 하다. 그러나 무엇이고 그런 것을 쓰기 전에 먼저 나에겐 나로서 말하고 싶은 것이 따로 있는 것이다. 더욱 그 나로서 말하고 싶은 그런 것은 유감이지만 재래의 전통적인, 그리고 고전적인 불란서어로는 도저히 표현해낼 수가 없는 종류의 것들이기 때문이다.”
이 전통적인, 그리고 고전적인 말만으로는 도저히 표현해낼 수가 없는 종류의 것이 폴 모랑 한 사람에게만 있을 리 없다 생각한다. (25~26쪽)
평어는 공공연하고 경어는 사적인 어감이다. 그래서 ‘습니다’ 문장은 읽는 사람에게 더 개인적인 호의와 친절이 느껴진다. 호의와 친절은 독자를 훨씬 빠르게 이해시키고 감동시킨다.
어떤 토요일 오후였습니다. 아저씨는 나더러 뒷동산에 올라가자고 하셨습니다. 나는 너무나 좋아서 곧 가자고 하니까
“들어가서 어머님께 허락 맡고 온”
하십니다. 참 그렇습니다. 나는 뛰처 들어가서 어머니께 허락을 맡았습니다. 어머니는 내 얼굴을 다시 세수시켜주고 머리도 다시 땋고, 그리고 나를 아스라지도록 한번 몹시 껴안았다가 놓아주었습니다.
“너무 오래 있지 말고 온”
하고 어머니는 크게 소리치셨습니다. 아마 사랑아저씨도 그 소리를 들었을 게야요. (주요섭 씨의 <사랑손님과 어머니>에서)
나긋나긋 읽는 사람의 귀 옆에 와 소곤거려주는 것 같다. 내가 안 들어주면 들어줄 사람이 없을 것 같다. 퍽 사적인, 개인적인 어감이다. 그래서 경어는 일인칭(나)으로 쓰는 데 적당하고, 내용이 독자에게 위곡(委曲)히 호소할 필요가 있는 회고류, 정한류(情恨類)와 권격류(勸檄類)에 적당하다. (84~85쪽)
모스크바서 셀프호프까지 오는 데는 퍽 지리했다. 옆에 앉은 사람들이란 밀가루 시세밖에는 말할 줄 모르는, 참 강한, 실제적인 성격자들이었다. 열두 시에 나는 구우르스에 닿았다. (체호프의 서간집에서)
문호 체호프가 여행 중에 그의 누이에게 보낸 편지다. 얼마나 쉬운가? 서양의 편지만이 이렇게 쉬운 것은 아니다. 조선의 편지도 외국문자인 한문으로 쓴 것이 어렵지 조선문으로 쓴 것은 얼마든지 쉬운 것이 있었다.
그리 간 후의 안부 몰라 하노라. 어찌들 있는다. 서울 각별한 기별 없고 도적은 물러가니 기꺼하노라. 나도 무사히 있노라. 다시곰 좋이 있거라. 정유(丁酉) 9월 20일 (선조대왕의 친서, 이병기 씨 소장)
이것은 난리로 궁궐을 떠나 계시던 선조(宣祖) 대왕께서 역시 다른 피난처에 있는 셋째 따님 정숙옹주(貞淑翁主)에게 보내신 편지다. 얼마나 마주보고 말한 듯 씌어진 문장인가. 말하듯 쉽게 씌어졌다 해서 품(品)이 없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어떤 문자로 쓰든 이렇게 간략하면서도 이만큼 품이 높기도 드문 것이다. (120~12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