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픽션 Vol. 1

1. 강인석 - 낚시 / 용 낚으러 가는 길
2. 구자명 - 바늘귀의 비밀을 안 낙타 / 변사
3. 김민효 - 그녀가 철거되다 / 세상의 기원 6ㅡ가족 사진
4. 김병언 - 누군들 나그네가 아니랴 / 겨울비 한 방울
5. 김서련 - 사랑하고 싶다, 한없이... / 악전고투
6. 김의규 - 한 마리의 양 1 / 한 마리의 양 2
7. 김홍근 - 완벽한 복수 / 허공
8. 박종윤 - 뻐꾸기 / 겨울 고라니
9. 백경훈 - 강릉빈가 / 천궁
10. 안영실 - 섬집 아기 / 길ㅡ무대 위에 눕다
11. 유경숙 - 급성 중독 / 살비듬
12. 윤신숙 - 줄다리기 / 살기 위해 가끔 까무러치기
13. 이진훈 - 한다복 선생의 다복기 / 사람이 그립다 3
14. 정승재 - 그녀 / 추정과 치정
15. 최서윤 - 숨은 벽 3ㅡ별자리 / 네 개의 문
16. 최옥정 - 청어의 꿈 / 채식주의자

그 사람 태도가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어. 시베리안허스키의 털처럼 탈색한 머리칼도 봐주기 그런데 웨이브 퍼머까지 해서 길게 늘어뜨린 꼴이라니. 거기다 진홍색 스쿠프까지 끌고, 완전 날라리 아니었던가? 노신부는 보좌 신부가 처음 사제관으로 찾아왔던 모습을 상기하며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두 시간 앞서 떠나보냈으니, 지금쯤은 피크에 달했겠지. 걸리기만 해봐라. 꼬투리를 잡아 이제부터 단단히 시집살이를 시킬 테니. 노신부는 자기도 모르게 액셀러레이터를 점점 세게 밟아간다.

- 유경숙, '급성 중독'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