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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문학 > 일본문학
· ISBN : 9788991471016
· 쪽수 : 264쪽
· 출판일 : 2004-12-05
책 소개
목차
러브레터(戀文)
붉은 입술
13년 만에 부르는 자장가
피에로
재회
작가의 말
작품해설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나, 러브레터 받았네."
"정말 바보 같다니깐. 이건 이혼 서류잖아. 당신 도장도 이미 찍어뒀어."
쇼이치는 봉투를 가슴에 대고 고개를 옆으로 저었다.
"아니, 러브레터야. 이런 굉장한 러브레터 처음 받아봐."
나를 계속 쳐다보는 그의 눈에서 눈물이 글썽였다.
"그만해. 여태껏 항상 큰 일이 있을 때마다 웃으면서 도망쳤잖아."
쇼이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직립부동으로 서 있는 학생이 교사에게서 겨우 허락을 받은 것처럼 그는 과장되게 고개를 끄덕였다. 새 양복을 입고 얼굴까지 새로워 보이는 쇼이치를 쳐다보았다. 왠지 눈부셔 보였다. 시끄러운 소리는 귀에 들려오지 않았고, 나는 문득 그날 아침 꽃을 밟으며 조용히 멀리 사라져 간 쇼이치의 신발 소리만을 듣고 있었다.
"지금 입고 있는 옷, 누구 거야?"
"좀 건방진 인턴이 입던 건데 빼앗아왔어."
우리는 서로 마주보며 웃었다.
그제야 부원장 부부가 도착했고, 부원장은 바로 신부에게로 가서 몸이 어떤지 살폈다.
카세트에서 들리는 바그너의 로엔그린과 함께 결혼식이 거행되었다. 초등학교 생일축하파티와 같은 자리에서 신부님의 목소리가 신성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희미한 불빛과 하얀 베일에 감싸있는 에츠코의 옆얼굴을 보고 있자, 오로지 지금 반짝이는 이 한 순간만을 위해서 일생을 살아온 한 여자의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작은 키에 아담한 에츠코는 쇼이치와 잘 어울렸다. 간호사들 사이에 앉은 나는 남편의 결혼식에 있는 내 자신이 마치 꿈속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남편이 조금 전 말한 러브레터라는 말이 자꾸만 떠올랐다.
사랑은 정말로 쇼이치의 말처럼 상대방이 가장 하고 싶은 일을 하도록 도와주는 용기일까?
사랑이 나와 묶여있는 쇠사슬을 끊어서 상대방에게 완전한 자유를 주는 상냥함이라면, 분명히 내가 건넨 봉투도 러브레터인 셈이다. 10년 전 결혼한 남자에게 나는 그 얇은 종이 한 장을 통해 처음으로 뜨거운 가슴속에 묻어둔 마음 전부를 고백했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