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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의 이해 > 비평론
· ISBN : 9788991706446
· 쪽수 : 318쪽
· 출판일 : 2011-06-27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__5
제1장 세계문학으로 15
1. 소설의 종언과 소설의 정신 17
2. 사건의 역사와 가치의 역사 21
3. 세계문학과 민족문학 27
4. 민족문학과 세계문학 32
5. 세계문학의 기원 40
6. 칸트와 함께 괴테를: 세계공화국과 세계문학 47
7. 민족문학에서 세계문학으로 54
제2장 국민작가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63
1. 문학이 우리를 구원한다? 65
2. 세계문학이란 과연 보편적인 문학인가? 70
3. 그가 연재를 그만 둔 까닭은? 76
4. 한국문학을 세계문학으로 만드는 방법 87
제3장 전후문학으로서의 근대문학 105
1. 근대문학은 전후문학이다 107
2. 나폴레옹과 근대문학 119
2-1. 근대문학의 기원으로서의 나폴레옹 119
2-2. ‘신종’플루를 둘러싸고 125
2-3. 인플루엔자의 유산, 혹은 러시아 근대문학 138
제4장 머나먼 세계문학: 시바 료타로와 이문열 149
1. 양국을 요동치게 한 드라마 152
2. 한국과 일본 사이에는 있는 섬, 그곳에 가고 싶다? 159
3. 시바 료타로와 대한민국 167
4. ‘뤼순’旅順이라는 사상 171
5. <언덕 위의 구름>의 낙천주의와 그것의 소멸 176
6. 사상과 현실: 노기 마레스케냐 이토 히로부미냐 182
7. 러일전쟁의 기원과 국민서사시의 탄생 186
8. 한국의 국민서사시?: 소설로서의 안중근 192
9. 희극적인 너무나 희극적인: <불멸>에 대하여 195
10. 사상가로서의 안중근 200
11. 나쓰메 소세키와 이토 히로부미 205
12. 역사소설의 충돌: 이문열 VS 시바 료타로 214
13. 이식문학과 세계문학 225
|보론| 세계문학전집의 구조 229
1. ‘세계문학전집’이라는 문제 233
2. 사회과학에서 교양으로 241
3. 완성에 관한 공부: 교양에 대하여Ⅰ 247
4. 자기도야: 교양에 대하여Ⅱ 255
5. 근대문학과 교양주의: ‘소세키문화’에 대하여 261
6. 교양은 어떻게 존재하는가? 269
7. 인문학의 종언과 교양의 부흥 282
8. 세계문학전집의 기원 289
9. 반복으로서의 세계문학전집 298
10. 우리는 벗어날 수 있는가? 세계문학전집으로부터 306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한국의 민족문학운동이 민주화운동과 연계되어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해온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 과정에서 문학적 내전內戰을 통해 사실상 다른 문학들을 무시하고 억압해온 것 또한 사실입니다. 즉 민족문학의 부정적인 측면(편협성과 자폐성)도 보여주었다는 것은 부정하기 힘듭니다. 문제는 그러던 민족문학이 최근에는 ‘한국문학’이라고 간판을 바꿔 단 후, 그럴 듯한 변명(논리)을 내세워 시장문학(예를 들자면,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을 옹호하는 것조차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정이 이러하니, 우리가 ‘민족문학’을 수호해야 할 이유를 찾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하겠습니다. 규제적 이념이 필요하다면, 그것이 ‘민족문학’이 아니라 ‘세계문학’이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은 항상 준비되어 있을 것입니다. 표현이야 논자마다 다르겠지만, 공통적으로 세계문학에 대한 옹호가 불러올 부작용(세계적 규모의 시장문학에 휩쓸릴 위험)을 지적할 것입니다. 이런 주장에 대해 이미 충분한 논박을 했다고 생각하기에, 이번에는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그토록 민족문학에 집착하게 만드는지를 묻고자 합니다.
문학이 직접적으로 대사회적 영향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주지하다시피 정치적 활동에 큰 제약이 따르던 시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즉 오늘날처럼 언론출판의 자유가 주어진 상황에서는(비록 형식적인 것일지 모르지만) 굳이 문학으로 에둘러갈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만약 누군가가 비평가로서 오늘날의 사회적 모순에 개입을 하고자 한다면, 해당 모순들과 직접 부딪치면 됩니다. 물론 이때 다음과 같은 대꾸가 나올 것입니다. “나는 문학비평가이기 때문에 사회비판을 할 때도 어디까지나 작품을 통해서 해야 한다.” 그러고 보면 문학비평가란 정말 편리한 직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문학의 반체제성의 결여를 문제 삼아 온갖 급진적이고 계몽주의적인 태도를 취하면서도, 정작 그것을 위한 ‘행위’에 대한 요구가 압박해 들어오면 완충재로 문학을 가운데 끼워 넣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한국문학이 가진 진짜 문제란 사회성의 소멸이 아니라, 소위 스스로 사회의식이 있다고 자부하는 비평가들조차도 문학 뒤에 숨어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는 것은 아닐까요? 고만고만한 작품들이나 만지작거리며 사회적 인식이 부족하다느니, 이래서는 한국문학에 미래가 없다느니 투덜대며 시간낭비를 하는 이유가 말입니다. 혹시 그것은 사회를 ‘있는 그대로’ 인식하기에는 그들이 너무나도 ‘문학적’이기 때문은 아닐까요?
일반적으로 안중근과 비교되는 인물은 그가 암살한 이토 히로부미입니다. 그것은 아마 그가 신화적 존재가 될 수 있었던 이유가 암살당한 인물이 바로 그(이토 히로부미)였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 두 사람은 항상 같이 호출되어 나오게 되는데, 엄밀한 의미에서 둘은 비교의 대상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안중근에게 있어 이토 히로부미는 절대적인 존재이지만, 이토에게 있어 안중근은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즉 어떤 의미에서 안중근은 이토 히로부미에 온전히 구속된 존재라 하겠습니다. 사실 그의 삶에서 이토만 제거하면, 그를 둘러싼 신화는 곧바로 빛이 바랠 것임이 분명합니다.
한 인물에게 있어 이런 과도한 집중(의존)은 상대적으로 그의 입지가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런 취약함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은 국민적 영웅에 대한 숭배로 그것이 가려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만약 그의 거사가 성공하지 못했다면(총알이 빗나가기라도 했다면)? 또는 그가 암살한 인물이 상대적으로 직급이 낮은 인물이었다면? 아마 그는 수많은 독립운동가 중의 한 사람 정도로 기억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모두가 그냥 넘어가는데, 이문열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