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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91794429
· 쪽수 : 304쪽
· 출판일 : 2008-01-21
책 소개
목차
1. 알파벳 A
2. 엄-마-
3. 집
4. 고물차 '헨리'
5. 델라 누나
6. 화가
7. 연민의 시선
8. 감옥의 벽
9. 프랑스 루르드 성지 순례
10. 엄마가 지은 집
11. 비행기를 타고 런던으로
12. 그랬더라면
13. 펜
14. 연민이 아닌 긍지
15. 상투적인 문장과 카이사르
16. 그대에게 붉은 장미를!
책속에서
"네가 희생해야 하는 건..."
"...?"
"네 왼쪽 발을... 다시는 사용하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거야..."
내 왼발!
내 모든 것!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난 생살이 찢어지고 뼈가 비틀어지는 신음소리가 마구 새어나오는 것을 도저히 막을 수 없었다. 나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는지 피가 배어나왔다.
난 오로지 왼발로만 소통할 수 있고, 그림도 그릴 수 있고 글도 쓸 수 있다. 세상에서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왼발이 없으면 난 벙어리요, 죽은 시체나 마찬가지였다.
내 표정을 본 에이린 박사님은 너무 안타까웠는지, 거듭 차분한 말로 나를 위로하려고 애썼다.
... (중략) ... 에이린 박사님의 말에 의하면 '왼발 사용'이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에 심리적으로는 많은 위안이 된다고 했다. 하지만 왼발을 사용하는 만큼 몸의 나머지 부분이 그만큼 긴장을 하기 때문에 육체적으로는 좋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왼발 사용을 멈추면 내 몸의 다른 부위를 사용하려고 자연스럽게 전력투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럴 때야 비로소 콜리스 박사님의 새로운 물리치료도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게 말처럼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단순히 내 불쌍한 왼발을 죄수처럼 붙들어 매놓는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왼발을 쓸 수 없는 나를 상상해보았다. 이전처럼 그림 그리는 것도, 책 읽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갓난아기처럼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방 안에 누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자 말할 수 없이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내가 갇힌 방의 열쇠가 호수 깊숙이 버려진 느낌이었다. - 본문 201~203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