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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91934771
· 쪽수 : 272쪽
· 출판일 : 2010-12-13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반짝반짝 윤이 나는 부엌에서 차를 만들어 거실로 내왔다.
도모야 몫으로는 푸딩을 내놓자 야스베가 또 눈을 동그랗게 뜨기에 하나를 더 꺼내 왔다.
“아하, 세상에 이런…….”
두말없이 받아 단숨에 꿀꺽하고는 감동에 겨운 듯 말했다. 그러고도 목구멍으로 훌떡 넘긴 것이 못내 아쉬운지 입가를 핥았다.
“참말이지 구름 위에서 선녀들의 연주에 몸을 맡긴 기분이외다. 꼭 알맞게 달달한 맛이 소생 이제까지 맛본 적이 없는 맛이외다.
야스베는 놀랄 만한 속도로 집안일을 습득해 갔다.
무엇보다 열의가 대단했다. 히로코가 한 번 시범을 보이면 꼼꼼히 보고 있다가 모르는 것은 그때그때 질문했다. 배운 것은 그 자리에서 직접 해 봤는데 거기서 그치지 않고 하나하나 메모를 한 뒤 거푸 읽어 가며 숙지했다. 붓글씨로 빽빽이 써내려 간 수첩은 금세 꽉 차서 한 권 두 권 늘어났다. 우주인이라도 읽어 보면 그 날 당장 가사 도우미로 나설 수 있을 정도로 내용이 충실했다. 예를 들면, 히로코와 장보러 간 날의 묘사는 대충 이런 식.
입구에서 바구니를 집어 든다. 사고자 하는 물건을 찾아 담는다. 담은 물건의 값은 입구에서 징수된다. 사고 싶다고 다 집어 들면 지갑이 텅 빈다.
이렇게까지 적게 된 데는 사연이 있다. 히로코와 장을 보러 갔다가 히로코가 딴 데를 보고 있는 사이 스테이크용 고기를 열 장이나 담아 계산대로 가져간 야스베는 청구된 가격을 보고 흠칫 놀랐지만 ‘사무라이가 한번 사기로 맘먹은 것을 무를 수는 없는 법’이라 생각해 계산해 달라고 우겼다. 그러다 계속 의심 어린 눈초리로 쳐다보는 계산대 아주머니에게 ‘소생의 청을 들어주지 않으면 할복하겠다.’고 소동을 부렸고 급기야 사람들 앞에서 히로코까지 민망하게 만든 전력이 있다. 그러나 며칠 후에는 ‘세일하는 물건은 주머니가 넉넉할 때만 산다. 그러나 가격이 싸면 반드시 이유가 있는 법, 날것으로 먹는 것은 유효기간에 주의해야 한다. 세일 상품은 유효기간이 임박한 것이 많다.’라고 나름의 구매 팁까지 적어 두는 센스(?)를 발휘할 정도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