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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91934856
· 쪽수 : 304쪽
· 출판일 : 2011-04-04
책 소개
목차
* 타이완에서 사하라까지
도둑 싼마오 이야기
파란만장 유학기
사랑하는 시어머니의 탄생
* 카나리아 제도
인생 수업
사라진 미카
작은 거인
대단한 꽃장수 할망구
상사병
가출한 아내에게
플라스틱 아이
시댁 식구 방문 대소동
수호천사
리뷰
책속에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왜 나는 매사 양보를 해야 하지? 왜냐면 난 중국인이니까. 왜 친구들을 도와야만 하지? 그게 미덕이거든. 그럼, 왜 한마디 찍소리도 못하는 걸까? 거야, 난 교양 있는 여자잖아. 매번 이렇게 많은 일들을 왜 다 처리해야 하는 거야? 내가 능력이 되잖아. 그럼, 왜 화를 안 내는 건데? 왜냐하면 여긴 네 집이 아니거든.
부모님은 중국의 예법과 도덕으로써 나를 가르치셨다. 나는 착실하게 따랐고 또 실천했다. 그리고 부모님은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 말씀하셨다. 지금 나는 이길 줄은 전혀 모르는 제대로 헐렁한 인간이 되고 말았다.
중국과는 완전 딴판인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부모님의 가르침을 잘 따르니 과연 사람들의 마음을 얻고, 만인의 연인이 될 수 있었다. 동시에 나는 만인의 바보로 전락했다.
나는 스스로 아무 잘못도 없다고 여겼으나 자신감을 완전히 상실하고 말았다. 약자에겐 강하고 강자 앞에서 비굴한 양놈들 무리 속에서 고결한 중국인의 행동은 통하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그때 어려서 무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다. 그저 무턱대고 양보, 또 양보만 할 뿐이었다.
- <파란만장 유학기> 중에서
에릭의 나무울타리 안에 톱을 내려놓는데 부엌에서 애니가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일흔의 나이였지만, 그녀의 노랫소리에는 여전히 사랑의 기쁨이 담겨 있었다.
천천히 집으로 돌아오면서 날짜를 계산해 보았다. 호세가 오려면 아직 나흘이나 남았다. 처음에는 나 혼자 이 노인들의 마을에서 지내다 보면 그들의 고독과 슬픔에 물들 것이라 여겼다.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인생의 끝자락에도 봄이 올 수 있고 희망이 있을 수 있고 믿음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생각했다. 이는 그들의 생명에 대한 고집스러운 애정과 삶에 대한 진정성과 지혜가 빚어 낸 기적과도 같은 찬란한 만년이라고.
나는 여전히 나 자신에 대해 확신이 없는 사람이다. 인생의 나머지 반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한때 내가 쓸모없는 사람들이라고 폄하했던 이들에게서, 그 어떤 교실에서도 배울 수 없는 수업을 받았다.
- <인생 수업> 중에서
나는 호세의 성격을 정확히 안다. 호세는 대단히 반항적인 열혈남아로, 그를 다루는 유일한 방법은 구속하지 않고 자유롭게 풀어 주는 것이었다.
호세가 집을 나설 때면 나는 주머니에 돈을 넉넉히 찔러 주었다. 친구를 집에 데려오면 사막의 변변치 못한 살림이지만 정성을 다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대접했고, 외박을 하고 들어와도 이에 대해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양심에 찔린 호세가 설거지라도 하면 나는 곧바로 무릎을 꿇고 앉아 그의 구두를 닦아 주었다.
나는 호세가 ‘우리’ 남편이 되기를 바랐기 때문에 그가 하자는 대로 다 따랐다. 게다가 호세는 모든 일에 반항하는 인간이라 야생마처럼 제멋대로 날뛰게 풀어 주면 도리어 스스로 올가미 안으로 들어왔다. 내가 자유를 주면 줄수록 호세는 자유를 마다했고, 시간이 흐르자 마침내 ‘우리 좋은 남편’이 되었다. 아마도 호세는 속으로 ‘아내에게 반항하기’ 계획이 나름 성공했다고 믿었겠지만. 우리는 각자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상대방의 비위를 적절히 맞춰 나갔고 그러면서 행복한 가정의 토대를 탄탄하게 다질 수 있었다.
- <사라진 미카>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