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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88992114585
· 쪽수 : 304쪽
· 출판일 : 2010-09-01
책 소개
목차
서문 · 역사 속에 나타난 인간의 인색함
인색함과 일상 | 탐욕과 불안 | 인색함과 사회 | 인색함의 정의 | 오늘날의 인색함
제1장. 신과 돈의 사이에서 _ 히로니무스 보쉬Hieronymus Bosch와 ‘일곱 가지의 죄악’
죄악의 순환 | 수전노의 죽음 | 오늘날의 죄악
제2장. 상인 _ 프란체스코 다티니Francesco Datini, 돈 그리고 불안
가치측정의 천재 | 재벌의 상승 | 부부사이의 격론 | 하늘과의 거래
제3장. 왕의 이야기 _ 프랑스의 왕 루이 12세Louis XII와 밀라노의 상실
가련한 왕자 | 부유한 왕 | 차이
제4장. 마녀 사냥꾼 _ 디트리히 플라데Dietrich Flade, 속죄양
암흑시대 속의 출세 | 재판
제5장. 무대 위에서 _ 몰리에르Moli?res의 구두쇠와 선한 사회
최신작품 | 사후에 들어나는 인색함 | 숨겨진 웃음
제6장. 사치스러운 구두쇠 _ 리슐리외 공작과 화려한 예산
귀족의 초상 | 약점 | 낭비하는 자
제7장. 선제후 _ 헤센 주의 빌헬름 1세Wilhelm I, 대부업자인 군주
타락한 도덕성 | 인신매매업자와 금융업자 | 인색함의 보상
제8장. 칼뱅주의자 _ 향락과 포기의 학파
제네바의 방식 | 무한한 기회의 나라에서
제9장. 은행가 _ 제임스 우드James Wood, 다고베르트 덕Dagobert Duck의 전형
디킨스에서 디즈니까지 | 시티올드은행 | 구두쇠의 전설 | 유산에 대한 욕망
제10장 석유 재벌 _ 장 폴 게티Jean Paul Getty와 예술 시장
뿜어져 나오는 샘물 | 태풍의 북상 | 수집가 | 납치
리뷰
책속에서
이탈리아 남부에는 ‘인색함’과 ‘마피아’의 공통점을 두고 은밀히 회자되는 말이 있다. 그 두 세계에 속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를 잘 드러내지 않거나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전노들만이 돈 쓰기를 싫어하는 것도 아니고, 마피아들만 법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다고 비난할 수도 없다. 이렇게 보면 인색함과 마피아를 비교한다는 자체가 적절치 않을 수도 있다. 한편으론 비슷한 점들도 보인다. 마피아와 수전노는 정상적인 것, 다시 말해 일반 법률에 맞춰 더불어 사는 것을 잘 하지 못한다. 그들은 그런 법에서 벗어나 살기를 원한다. 실제로 일반적인 규칙은 무시하고 제멋대로 행동하면서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간다. 마피아의 세계는 폭력적 범죄를 목적으로 조직됐고, 수전노들의 세계는 물질만능 사회 속에서 비폭력적으로 저항하는 고립된 세상이라 할 수 있다. 셋째로 마피아와 수전노들 사이에 일치하는 점은 전해오는 속담에서 잘 드러난다. 그들은 자신이 속한 세상에서 벗어나야만 비로소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다.
p6 서문
돈과 종교 사이에는 유사점이 한 가지 더 있다. 포기를 통해 얻게 되는 기쁨이 바로 그것이다. 수전노는 돈을 모으기 위해 인생에서 얻을 수 있는 다른 종류의 기쁨은 모두 포기한다. 그러면서 그는 홀가분한 기쁨을 느낀다. 돈을 쓰면서 기쁨을 얻고자 하는 것은 죄를 짓는 일이기에 그 유혹에 절대 넘어가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다는 사실보다 자기 스스로 극복해냈다는 점을 의식하면서 더욱 큰 만족감을 느낀다. 경멸스러운 욕구를 힘들게 이겨낼수록 자기 만족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또한 지출이란 ‘고상하고 매력이 넘치는 단념’이라고 위장하여 완곡하게 거부한다. 수전노가 느끼는 행복 체험의 순간이 바로 이 때다. 하지 못하게 말리는 힘과 관대함을 부추기는 힘과의 갈등에서 그는 쾌락주의자의 경향을 극복하고 성공적으로 이겨내고 만다. 그는 이 성공이 오랜 자기 훈련이 거둔 쾌거라 생각하며 스스로를 영웅인 양 착각한다. 이런 수전노의 모습에 종교적 동기로 자학하는 사람들과 어떤 유혹에도 굴하지 않는 사막의 은둔자들과 유사한 면이 있다는 것이 우리의 시선을 끈다.
p18~19- 서문
다티니의 성격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바로 불안이었다. 그 불안은 대부분 자신의 재산을 다시 잃어버리지 않을까, 다시 가난해지지 않을까 또는 아무것도 없었던 처음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나아가 공포심으로까지 연결됐고 결국 그를 인색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말았다. 피렌체에서, 아니 유럽에서,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부자인 그가 포도주스를 담은 단지 하나가 엎질러졌다는 것 때문에 하루가 멀다 하고 몇 주일 내내 호통을 칠 정도로 그를 소심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 불안은 그가 죽은 후까지도 지속되는 힘을 가졌던 것 같다. 그 늙은 상인이 마지막에 설립한 재단의 재산은 도대체 없어지지가 않았다. 여전히 그의 뜻에 따라 관리되는 그 재단은 아주 특별한 축복을 받았거나 아니면 인색의 저주를 받고 있는 듯이 보였다. 어쨌든 60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다티니의 고향인 프라토에 사는 가난한 이들은 엄청난 천재였던 그의 재산에 복리로 불어나는 이자 덕으로 살고 있다.
하지만 돈을 많이 번 자에게 돈이란 그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기는커녕 오히려 그 반대의 상황을 만들어낸다. 더욱 더 많은 돈이 쏟아져 들어올수록 그만큼 두려움만 커져갈 뿐이었다. 다티니는 놀랄 만큼 엄청난 재산을 가지고도 세상에 만족하지 못했다. 그의 친구들과 가족들이 기록한 내용을 보면 알다시피 그는 자신이 빨리 죽어야 하는 것에도 세상을 원망했다고 한다.
p80~81- 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