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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미술 > 미술 이야기
· ISBN : 9788992214742
· 쪽수 : 264쪽
책 소개
목차
‘보는 것’과 ‘읽는 것’ 그 사이에서 5
서문: 정도련 6
사동 30번지: 사동 30번지 / 잔상 / 접힐 수 있는 것들의 체조 13
어떤 만남: 주은지 29
창고 피스: 포장 전 / 창고 피스 / 창고 피스 풀기 / 인터뷰 양혜규 ? 라이마르 슈탕게 / 인터뷰 악셀 하우브록 ? 라이마르 슈탕게 37
양혜규의 <블라인드 룸>을 위한 시론: 맥스 앤드류스 61
서사와 자기 참조: 욕실 묵상 / 오프닝 연설? 어떤 현행적인 자기 성찰 / 창고 피스에 부치는 연설 / 스피커스 코너 / 삼부작: 펼쳐지는 장소, 주저하는 용기, 남용된 내거티브 공간 / 휴일 이야기 / 오프닝 연설 ? 셋을 위한 그림자 없는 목소리 / 쌍과 반쪽 ? 이름 없는 이웃들과의 사건들 69
상실의 회복: 개념미술 윤리학 내부의 ‘뒤라스적’ 조건: 바르트 판 데어 하이데 133
추상: 투과된 서사: 일련의 다치기 쉬운 배열 ? 위트레흐트편 / 일련의 다치기 쉬운 배열 ? 블라인드 룸 / 일련의 다치기 쉬운 배열 ? 블라인드 테이블 / 조우의 산맥 / 치명적인 사랑 / 삼인자 / 남매와 쌍둥이: 적색의 파열된 미로 산맥, 생 브누아 가 5번지 / 쌍과 짝 / 비대칭적 평등: 열망 멜랑콜리 적색, 히피 디피 옥스나드 / 대칭적 비평등: 일련의 다치기 쉬운 배열 ? 셋을 위한 그림자 없는 목소리 141
광원光源과 전류: 일련의 다치기 쉬운 배열 ? 쾰른편 / 일련의 다치기 쉬운 배열 ? 바젤7광 / 베오그라드 임시 광 / 일련의 다치기 쉬운 배열 ? 얕은, 텅 빈 그림자 / 일련의 다치기 쉬운 배열 ? 개인적 한계에 대한 고민 177
무엇이든? 존재: 억제와 방심 ? 자아에 몰두하는 또 다른 방법 / 동떨어진 방 / 숲 속의 여시 (거울 연작) / 암흑 별실 - 브레멘편 / 절대적인 것에 대한 열망이 생성하는 멜랑콜리 / 사라진 공깃돌을 찾아서 - 안양 공공미술 프로젝트 197
양혜규를 위한 소사전: 정도련 221
열망과 결핍 사이: 최빛나 245
글쓴이 246
전시 목록 248
발간물 목록 253
찾아보기 258
저자소개
책속에서
<사동 30번지>는 한국에서 열린 양혜규의 첫 ‘개인전’이다. <사동 30번지>는 도시도 아니고 유원지도 아닌 인천의 변두리 사동의 폐가에서 열렸다. 즉 그곳은 미술관도 아니고 화랑도 아니다. 주로 비상업적인 미술기관을 무대로 활동해온 작가가 이 같은 형태의 전시를 스스로 기획한 이유는 재정적·물리적 의존성에 대한 회의와 더불어 작가 자신의 복합적인 미술적 언어를 드러내고자 하는 절박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지배적인 미술제도로부터 독립된 자율적인 전시/작업 형태의 방법론을 제시해보고자 한 것이었다.
2003년 영국 런던에 있는 델피나 스튜디오 트러스트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초대받아 런던에 거주하던 작가는 2004년 로렌스 오헤이나 화랑으로부터 개인전 제의를 받는다. 하지만 작업을 생산할 경제적 여력이 없는 것은 물론, 심지어 여러 화랑과 미술관에서 전시가 끝난 후 작업을 수거해 가기를 요청하는 연락이 오는데도 불구하고 저장할 공간이 없어 고심하게 된다. 전시할 공간은 있지만 작업을 저장할 공간이 없는 모순적인 상황은 일종의 위기와 기회의 충돌을 자아냈다. 공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상이相異한 욕구와 결핍은 두 환경을 중첩시키는 <창고 피스>의 아이디어로 작가를 이끌었다. 작가의 개념적인 제안을 화랑 측에서 의외로 적극 받아들이면서, 이제까지 창고가 없어 반환되지 못한 모든 작업이 서로 다른 장소로부터 런던으로 불러들여졌다.
폐기 처분될 위기에서 구출된 작업들은 오헤이나 화랑에 전시되면서 해결 아닌 일시적 해소를 도모한다. 포장을 벗기지 않은 채 가장 경제적인 방법으로 목재 팔레트에 쌓인 상당수의 작업들은 상업적인 가치를 함의한 화랑 공간의 극히 일부분만을 사용하고 나머지는 그대로 비워두면서 공간을 남용한다. 동시에 포장된 채로 전시된 작업들은 그 모양과 내용을 온전히 드러내지 않고 미술작품이라는 주장만으로 지탱된 일종의 잠재태를 구성한다. <창고 피스>가 태어나는 데 결정적인 필요조건이었던 장소의 결핍은, 대형 전시와 유명 미술관을 전전하며 역설적인 형태로 전환되어 전시-운송-저장이라는 미술작업의 생태학을 자신의 탄생과 존재 자체로 피력했다.
왜 많은 관계들이 비대칭적인 구조 안에서 자라나는가?
예를 들어 세계가 나를 잃어버리는 것인가, 아니면 내가 세계를 잃어가고 있는 것인가. 같은 적막이지만 사연이 있는 ‘다치기 쉬운’ 적막이 있다. 말하자면 이런 것이다. 어떤 노래든지 그것이 심금을 울릴 때 우리는 그 노래가 끝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품는다. 노래가 끝나는 것이 두려워 차마 노래를 듣지 못하는 상태, 이것은 침묵이지만 다른 종류의 침묵이다. 나는 바로 이 잠재적인 소리가 포함된 ‘다치기 쉬운’ 상태를 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