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92263177
· 쪽수 : 316쪽
· 출판일 : 2012-09-10
책 소개
책속에서
패트릭은 설거지를 마치고 방으로 올라갔다. 하루를 이렇게 허비하다니. 헤드폰을 끼고 침대 위에서 몸을 쭉 뻗었다. 그때 노크 소리가 나더니 방문이 열렸다. 엄마가 문 앞에 서 있었다. 큼직한 옷가방과 노트북 컴퓨터 가방이 어깨에 걸려 있었다. 엄마는 무슨 말인가 하려는 것 같았다. 또 무슨 귀찮은 일을 시키거나 잔소리를 하겠지, 패트릭은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단 한 마디도. 그런 뒤 엄마는 사라졌다.
하지만 엄마의 목소리를 떠올리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패트릭이 저녁을 먹고 나서 그릇을 식기 세척기에 넣지 않고 그냥 개수대에 넣었을 때, 또는 샤워 커튼 끝자락을 욕조에 집어 넣지 않고 샤워를 했을 때는 어김없이 엄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닐이 탁자 위에 크레용을 두고 나가면 패트릭은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쳤는데, 그 말은 엄마가 하는 말과 토씨 하나 다르지 않았다. 그 말들이 그렇게 쉽게 튀어나오는 걸 보면서 패트릭은 엄마가 똑같은 말을 얼마나 자주 반복했는지를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엄마가 떠나던 날, 그날은 아무런 잔소리도 꾸지람도 없었고, 그래서 지금 패트릭이 매달릴 단서도 없었다. 엄마가 한참 동안 자신을 보는 게 불편해서 고개를 돌렸던 기억이 났다. 하지만 다시 눈길을 되돌렸을 때 엄마가 있던 자리는 텅 빈 공간으로 변해 있었다.
버나뎃은 어머니를 꼭 끌어안고, 어머니의 몸속 깊이깊이 파고들었다. 어머니가 이미 버나뎃에게서 스르르 빠져나가고 있는 것만 같았다.
“어머니, 사랑해요. 우리가 다시 볼 수 있을까요?”
“죽음이 딸과 엄마 사이를 갈라놓을 수 있을 것 같니? 네가 아이들에게 주는 사랑 속에 내가 있는 거다.”
어머니는 버나뎃을 살짝 밀친 뒤 딸의 이마와 양볼, 그리고 마지막으로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이제 가서 케이크를 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