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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3591444
· 쪽수 : 368쪽
· 출판일 : 2025-10-17
책 소개
물에 빠져 고통스럽게 숨을 헐떡이면서도
마침내 육지에 다다르는 이야기다.”
《H마트에서 울다》 《전쟁 같은 맛》, 영화 〈미나리〉 계보를 잇는,
이주와 정체성에 관한 또 하나의 소중한 증언
★그레이스 M. 조, 헬렌 맥도널드, 정희진, 이다혜 등
국내외 대표 여성 에세이스트의 적극 추천!★
‘착한 딸’ ‘고분고분한 아이’라는 부모의 칭찬을 먹고 자라던 한 여성이 자신에게 주어진 강요들을 버리고 자아존중감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저자 혜승은 100점과 A+로 가득한 학창시절을 보내고 미국 최고의 교육기관인 아이비리그 대학, 하버드대학교 대학원에서 철학을, 하버드 로스쿨에서 법학을 공부했다. 보장된 미래를 상징하는 명문 대학 졸업장과 번호사 자격증, 오늘날 촉망받는 젊은 화가라는 커리어를 갖춘 그는 ‘성공한 젊은 한인 1세대’의 정석을 잘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인생의 탄탄가도를 달리고 있는 혜승이 지금 이 자리에 서기까지 얼마나 오랜 방황과 무기력, 우울의 시간을 보냈는지 가감 없이 보여준다. 10대 시절부터 지금까지, 그를 지독히도 쫓아다녔던 엄마의 기대감과 그로 인해 얻은 정신 질환, 이방인으로서 받은 차별, 엘리트주의 등을 뒤로하고 어떻게 자신의 정체성을 회복했는지 고백한다. 몸으로 직접 경험한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진솔하고도 담담한 문체는 읽는 이로 하여금 무한한 응원과 사랑을 보내게 한다.
“나는 나 자신을 위해 계산을 해야 한다.
나는 나 자신을 위해 치유하기로 선택해야 한다.”
《퍼블리셔스 위클리》 선정 ‘2024 화제의 도서’
《일렉트릭 리터러처》 선정 ‘2024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
《북 라이엇》 선정 ‘2024 가장 기대되는 책’
어린 시절 혜승은 ‘억만장자가 되겠다’는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던 아빠를 따라 서울에서 텍사스주로 이주했다. ‘빅 머니’를 쫓느라 가족의 안위에는 무심했던 아빠와 지배와 강요로 점철된 타이거 맘인 엄마 사이에서 사랑보다는 증오를 뜻하는 한국어를 더 많이 배우며 자랐다. 한국에서 태어나 쭉 미국에서 지냈고 주변 친구 대부분이 백인이지만, “넌 미국인이 아니라 한국인이야”라는 엄마의 말 앞에서 답답함과 혼란스러움을 동시에 느낀다.
‘끼인 자’로서 양끝을 오가던 그는 자신의 존재 이유를 ‘공부’와 ‘성공’에서 찾았다. 두 가지 조건은 한국과 미국 어느 곳이든 통용되는 효과적인 수단이었다. 그저 행복의 길이 곧 성공의 길이라 믿으며 엄마가 쥐어준 지도를 따라 걷던 그는 곧 극심한 조울을 겪고 한 가지 말만 중얼거린다. “죽고 싶다. 죽고 싶다. 죽고 싶다.” 엄마의 바람대로 살다가 자신마저 잃으며 수많은 좌절을 겪은 그는 결국 정신 질환을 앓으며 최악으로 치닫는다. 그는 사랑하는 가족에게서 정서적으로 독립하고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할 수 있을까?
그의 좌절은 세상이 바라는 것과 자신이 원하는 것 사이의 간극에서 한없이 방황하는 오늘날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다. 엄마가 쥐어준 화려한 이상과 매끈한 꿈을 버리고, 오직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살기 위해 분투하는 한 젊은 여성의 자존감 회복기는 인간의 회복력에 대한 깊은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좋은 딸’과 ‘길들여지고 싶지 않은 딸’
그 사이에서 분열한 모든 여성을 위한 내밀한 고백
혜승이 울면서 쓴 글들은 ‘우리 엄마는 대체 왜 그러지?’라는 생각을 해본 딸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자신의 실패를 딸이 물려받기를 원하지 않는 엄마와, 그에게서 자꾸만 벗어나고 싶은 딸의 죽어도 화해할 수 없는 복잡 미묘한 관계를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엄마의 감시 아래 엘리트로서 착실하게 살아온 딸 혜승은 어느 날 토해내듯 이렇게 외친다. “나는 언제 내 인생을 살아요?” 엄마는 “그래, 네 인생이니까 네가 알아서 해”라고 대꾸하면서도 쉽사리 딸을 놓아주지 못한다.
혜승의 모녀 사이는 ‘사랑’과 ‘희생’이라는 단어가 관계에 얼마나 해로울 수 있는지 보여준다. 혜승은 한국에서 태어난 딸이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말, “너는 커서 엄마처럼 되지 마라” “너는 내 딸이야. 내가 네 엄마인데 너를 모르겠니?” “내가 널 엇나가게 둘 것 같니?” 등을 들으며 자란다. 이 한마디 한마디는 딸의 안전지대를 안내하는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는 동시에 그를 옥죄는 족쇄로 작용한다. 책 속에서 저자는 엄마의 꿈을 대리 실천하며 자신이 ‘진흙 인형’이 된 것만 같다고 느낀다.
그러나 막다른 골목에 다다라서야 보이는 것도 있다. 그는 엄마의 족쇄를 계기로 그와의 관계를 되돌아보고,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마음 깊이 이해하게 된다. 그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사랑은 희생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독립과 성장도 공존해야 한다는 진리를 보여준다. ‘딸’이라는 관계성을 넘어 ‘나’라는 개별성으로 한 발 다가가는 혜승의 모습은 독자들을 강렬한 위로와 깨달음으로 안내한다.
나는 미국인인가, 한국인인가?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부유하는 삶
이 책은 ‘핏줄이란, 정체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한국에서 태어났으나 쭉 미국에서 살아온 저자는 모국어보다 영어에 훨씬 익숙하다. 그러나 그는 또래에게서 이런 취급을 받는다. “쟤 영어 할 줄 알아요?” 엄마가 늘 이야기하는 “너는 미국인이 아니라 한국인이야”라는 말을 믿으며 한국으로 날아갔지만 그곳에서는 이런 말을 듣는다. “저분은 한국어를 하시나요?” 원한 적도 없지만 미국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고, 또 엄마의 판단에 따라 아무런 준비도 없이 한국으로 옮겨지는 그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표류하는 부표 같다.
한국인과 미국인, 쓸모 있음과 쓸모없음, 세계 최고의 명문대 졸업생과 커리어 하나 없는 이혼녀. 그는 이 양 극단을 오가며 어느 쪽도 자신을 원하지 않는다고 느낀다. 그 어디에도 온전히 속하지 않는 나는 어떤 사람인가. 고민 끝에 그는 결국 해답을 찾는다. 내가 어떠한 범주로도 분류되지 않을 때, 나 말고는 아무도 내 가치를 온전히 계산할 수 없을 때 가장 큰 편안함과 존재감을 느낀다고.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자신의 가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된 그는 자기 안에 있던 수많은 고정관념과 두려움을 떨치기 시작한다. 그의 조심스럽지만 용기 있는 행동은 우리에게 A도 B도 아닌 제3지역도 있다고, 남에게 부여받은 성공이 아닌 자신이 찾은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는 평범하지만 영원할 진리를 가르쳐준다.
편집자 레터
“너는 엄마처럼 살지 마”라는 말
첫 연애가 마지막 연애인 엄마는 아빠가 미울 때마다 내게 말했다. “너는 엄마처럼 살지 마. 남자도 많이 만나보고, 연애도 실컷 해보고, 능력 되면 결혼하지 마.” 엄마가 준 기준은 하나밖에 없었다. 아빠 같지 않은 사람.
엄마의 충고는 자신의 실수를 딸이 겪지 않기를 바란다는 뜻이겠지만 이는 엄마의 기준점일 뿐 내 것이 아니었다. 덕분에 최악은 피했지만, 그게 최고의 선택이었나 자문해보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내 연애 기준은 ‘내가 얼마나 그를 좋아하는지’보다 ‘그가 얼마나 내게 잘해주는지’였으니까. 엄마의 경험은 ‘과거의 타임캡슐’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을 당시의 나는 몰랐다.
다른 조언을 받았다면 어땠을까. “너는 그저 너답게 살아라. 능력 여부에 상관없이 연애도, 결혼도 전적으로 네 선택이다.” 그랬다면 나는 몇 차례 시행착오를 겪었을지언정 상대를 향한 내 마음이 얼마만큼인지, 나와 어울리는 사람인지를 먼저 보는 성인으로 자랐을 것이다.
“착한 우리 딸”이라는 말에 마음이 반듯해지는 혜승을 따라 내 마음도 펴지고, “너를 엇나가게 둘 것 같아?”라는 말에 움츠리는 그를 따라 내 어깨도 쪼그라들었다. 딸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엄마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그를 위해 움직이는 시간을 겪으니까. 엄마의 사랑은 ‘딸이 실패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정작 딸에게 필요한 건 ‘실패할 기회’가 아닐까.
목차
[추천의 말]
[한국의 독자들에게]
1부 ― 마법 같은 이름의 땅
그림자 아이|딸아, 너는 나처럼 되지 마라|드림 카, 드림 하우스|불을 뿜는 용광로|파산
2부 ― 공부, 내게 허락된 유일한 것
쟤 영어 할 줄 알아요?|어울리지 않는 손님|빈곤 계산|닮은꼴 친구|숫자에 달린 성공|내세울 만한 집
3부 ― 가장 똑똑한 학생
회귀|내 안의 폭력성|전략의 대가|상처|행복할 자격|흩어지는 정체성|명예 없는 졸업
4부 ― 세계의 계몽된 자들
다가온 희망, 놓아버린 기대|한국인 남자애|다시 드러난 상처|실패할 자유|엄마의 인형
5부 ― 핏줄과 소속감
정체성의 경계에서|데칼코마니|소속감|수치|나와 같은 얼굴을 한 사람들|돌아갈 시간
6부 ― 철학과 예술의 이유
내게는 허락되지 않는 개별성|사는 게 싫어|제3의 길|한 도시가 연기로 뒤덮인 날|예술의 소명|산행
7부 ― 베리타스
지나친 의무, 조밀한 규칙|결단|내가 고칠 수 없는 나|성모상을 닮은 여자|내 안에 부서진 나의 조각|퇴원하는 날
8부 ― 생존 의지
어쩌면 죽을 필요는 없을지 몰라|다시 만난 세계|치유|내가 선택한 가족|처음 맞이한 화가의 삶|모르는 척 살기
9부 ― 행복과 꿈
마음 붙이는 연습|인생의 가치|10년 만에 얻은 병명|시작을 위한 끝|이별
[마치며] 내 곁의 존재를 온전히 살게 하는 일
[감사의 말]
책속에서
나는 엄마가 그어놓는 수많은 선들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영원히 그 선 안에서 살아야 하는 걸까? 집 밖에서 염탐하는 남자들, 그런 사람들이 정말로 있나? 시험에서 92점밖에 못 받은 나는 정말 그저그런가? 물론 내가 인기가 없는 건 맞지만 우리 반 아이들은 나를 좋아하지 않나? 행복과 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엄마는 그건 미국의 관념이고 나는 ‘미국에 사는 한국인’으로 한국 기준에 따라 살아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 기준을 몰라서 답답했다. 그때 나는 어렸기에 엄마의 태도가 나를 자신에게 붙들어 매기 위해서라는 걸, 그리고 통제도 이해도 안 되는 자신의 삶에서 의미를 찾기 위해서라는 걸 몰랐다. 애초에 엄마가 미국의 기준을 제대로 알 수 없었다.
_<2부: 공부, 내게 허락된 유일한 것>
저녁 내내 엄마가 나를 무시하자 나는 결국 엄마에게 가서 허리를 끌어안았다. “죄송해요. 제가 잘못했어요. 사랑해요.” 그러자 엄마가 마음이 풀려 나를 쓰다듬었다. “그래, 용서할게.” 그리고 내가 착하고 말을 잘 듣는다고, 무슨 일이 있어도 금방 자신에게 돌아온다고 칭찬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서 나는 토를 달지 않았다.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엄마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그 ‘무슨 일’ 중에는 엄마가 틀리는 일도 있었고, 교착 상태에서 내가 먼저 고개를 숙인 것은 사랑이 필요해서였다. 그게 나약함이라면 나는 나약했다.
_<3부: 가장 똑똑한 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