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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92404525
· 쪽수 : 216쪽
· 출판일 : 2010-11-02
책 소개
목차
낮닭 우는 동네
안락한 집에서 자라는 아이들을 위하여
봄을 바라보는 고전적 눈길
부모의 진화
사람 살지 않는 집은 껍질일 따름
고향에서 살피는 자신의 모습
마음의 빈집에 밝히는 기억의 등불
삶 자체가 기적인데
자신의 마법을 찾을 나이
비잔티움으로의 항해
기다려주오
우리 마음속의 남대문
사라진 시인을 위하여
눈의 마법, 사랑의 마법
아픈 산하를 보며
미루어진 꿈은 어떻게 되는가?
시인의 비명(碑銘)
넋을 자유롭게 하는 작품
중소 기업을 경영하는 보림이 아빠께
노병도 또한 죽는다
세월만 오래 흐른다면야
침침한 눈으로 읽는 책
작별 없는 시대
우리 마음속의 부두
문학의 효용
우리만 잊은 전쟁
영웅을 묻으며
반항적 풍운아를 위한 비명(碑銘)
해마다 꽃들은 비슷하지만
감정이 절제된 시들
크리스마스의 메시지
저자소개
책속에서
생명체의 자라남은 기계적 과정이 아니다. 그것은 개체의 유전체genome와 환경 사이의 끊임없이 이어지는 대화의 과정이다. 풀 한 포기가 자라나 작은 꽃을 피우는 데도 많은 것들이 작용하게 마련이다. 그런 과정이 우리 눈에 보이지 않으므로, 새로운 존재가 느닷없이 태어난 것처럼 느껴지고 탄성이 나오는 것이다.
모든 꽃들은, 길섶의 이름 모르는 작은 꽃까지도, 생김새와 빛깔과 냄새에서 경이롭게 복잡하고 섬세하다. 게다가 그렇게 복잡하고 섬세한 특질들이 모두 기능적이어서 살아가고 자식들을 남기는 데 도움이 된다. 그렇게 경이로운 특질들은 모두 지구의 생성 뒤 줄곧 작용한 진화의 산물이다. 40억 년이 넘는 세월은 매화의 아름다움과 제비의 날렵함을 빚어내는 데 충분한 세월이다. 산책길에서 우연히 눈길이 머문 풀잎에서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긴 세월의 자취를 읽어내는 일은 결코 무뎌지지 않는 경험이다.
― ‘봄을 바라보는 고전적 눈길’ 中에서
사람들로 하여금 시를 짓고 읊도록 만드는 감정들 가운데 으뜸은 역시 사랑이다. 사랑을 읊은 시들을 빼놓으면, 인류가 지닌 시의 곳간은 텅 빈 느낌이 들리라. 그만큼 사랑은 강렬한 감정이다.
생명체들의 기본적 임무는 생식이다. 진화 생물학자들이 밝힌 것처럼, 우리는 우리 몸속에 든 유전자들을 퍼뜨리는 임무를 지녔다. 당연 히, 좋은 배우자를 찾는 본능은 다른 본능들보다 훨씬 강력하고, 아름다운 이성에 대한 사랑은 한껏 고양된 감정이다.
사정이 그러하므로, 실연보다 더 아픈 경험은 없다. 혈육이 죽어도, 따라서 죽는 경우는 거의 없다. 상심으로 시름시름 앓다가 죽은 경우 는 있어도. 그러나 원래 자기 사람도 아닌 이성을 얻지 못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는 허다하다. 그래서 연인을 잃은 슬픔을 노래한 시 들은 언제나 우리 가슴에 깊이 울린다.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기형도 〈빈 집〉
―‘마음의 빈집을 밝히는 기억의 등불’ 中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