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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92449380
· 쪽수 : 384쪽
· 출판일 : 2008-10-23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다음날 저녁, 구식 컴퓨터를 켠 신이치는 오바야시 리카코에게 이메일이 와 있는 걸 발견했다.
“안녕하세요. 기사는 다 쓰셨나요? 어제는 즐거웠어요. 고맙습니다. 경비행기, 꼭 태워주세요.”
신이치는 입을 뻐끔거렸다. 경비행기 태워주세요, 경비행기 태워주세요, 라고 몇 번이나 소리 내어 읽었다. 그것은 사교성 언사도 겉치레 인사도 아니었다. 단순히 화제를 맞춰주기 위한 행동도 아니었다. 진심이었다. 그녀는 진심으로 경비행기를 태워달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메일까지 보낼 리가 없다. 신이치는 마음속으로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라며 볼거리로 신음하고 있을 마쓰이에게 두 손 모아 감사 인사를 했다. - 본문 21쪽 중에서
편의점에서 접착제를 사들고 들어와 화장실로 들어갔다. 데코 타일 바닥에 흘러넘친 물을 걸레로 닦아내고 변기 파편을 그러모아 지그소퍼즐처럼 조립하며 본체에 붙여나갔다.
대체 이 결혼은 뭘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대체 자신은 어떤 여자와 결혼한 걸까.
자기는 분명 유능하고 미인이며 게다가 성격까지 좋은 최고의 여자에게 매료된 남자였다. 어떤 여자든 ‘일단 해버리면 내 손에 들어오는 법’이라고 굳게 믿었다.
어쩌면 자신은 오히려 ‘당해버린’ 쪽이 아닐까. - 본문 74쪽 중에서
결혼 과정을 새삼스레 다시 떠올리자 신이치는 심장이 오그라드는 고통이 느껴졌다. 모든 게 이상했다. 기이하고 부자연스러운 점이 너무 많았다. 너무나 쉽게 결혼을 승낙한 리카코. 격무 속에서도 이상할 정도로 혼인신고와 결혼식을 서두른 리카코. 적어도 외견상으로는 어울리지 않는 사윗감에게 아무런 이의도 제기하지 않은 리카코의 부모님. 그리고 사귄 지 4개월 만의 초고속 혼인신고, 결혼식을 기다렸다는 듯 덜컥 존재를 드러낸 아기. - 본문 149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