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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25840826
· 쪽수 : 636쪽
· 출판일 : 2010-11-17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신자가 서른 명만 있으면 먹고 살 수 있다. 5백 명이면 벤츠를 타고 다닌다. 종교를 일으킨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3백만 엔만 있으면 누구든 사업을 벌일 수 있지만 이익은 그리 쉽게 올릴 수 없다. 하지만 종교는 다르다. 밑천은 교의敎義라는 지적 재산뿐, 아무리 벌어도 종교 활동에 의한 소득에 대해서는 세금이 붙지 않는다. 모든 지적 산업, 서비스업은 바꿔 말하면 허업이다. 신앙이라는 상품을 파는 제4차 산업, 그것이 종교인 것이다.
길고 긴 불황 속에서 어른들은 막연한 불안과 앞뒤가 꽉 막혀 있는 듯한 폐쇄공포증에 사로잡혀 있고, 젊은이들은 삶을 따분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 종교만큼 시대적 요구에 적합한 사업은 없다.
- 1권
“하지만 이런 때이니만큼 우리 같은 사람이 필요한 거예요.”
야구치가 잔을 정리하면서 말했다.
“우리 같은 사람이 필요한 때라.”
긍정적인 건지, 아니면 인간 자체가 가벼운 건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마사히코는 야구치의 천진난만한 얼굴을 곁눈질로 보았다. 지금까지 모르고 살아왔던 인생의 침전물 같은 것이 묵직하게 위장에 고여 온다.
종교 서비스라는 상품을 취급하는 일은 깊고, 무겁고, 어두운 문제와 대치하는 일이다. ‘자립하라’는 현세적인 정론이 통용되지 않는, 인간 마음의 연약하면서도 모순으로 가득 찬 부패되기 직전의 심연 속에 발을 담그는 일이기도 하다. 그것을 생각하면 하반신부터 떨려 오는 것을 주체할 수 없었다.
- 1권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것은 내가 만든 교단이다.
자신이 만든 종교에 자신의 정신이 지배당하는 일은 있을 수가 없다. 게다가 내가 만든 신불들이다.
게임 캐릭터에 불과한 신불들이 육체와 감정을 가진 인간의 예배로 인해 불가사의한 힘을 얻었다. 실체 따위 전혀 없는 것들이 인간의 욕망과 무수히 많은 고뇌와 방황을 흡수하여 실체감을 갖는다.
눈을 떴다.
야브윰 상은 그곳에 존재하고 있었다. 어둠 속에 흐릿하게 떠서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 등 뒤에 있는 것은 번뇌의 어둠, 고통으로 가득한 윤회세계의 영원한 어둠이었다.
마사히코는 신음했다.
문이 거세게 열렸다.
야구치가 얼굴을 들이밀었다.
“봤나요? 키류 씨도?”
마사히코는 말을 잃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의 복덕이 집적된 모든 것이
모든 보살의 원인이 되어
머지않아 중생의 지혜이신 도사에게, 바라옵건대 이 몸을.”
가을비를 연상시키는 비밀스러운 독경 소리는 계속되고 있었다.
“저 사람들, 터무니없는 걸 출현시켰어…….”
- 2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