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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92673693
· 쪽수 : 160쪽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o하나, 나물 뜯기o둘, 찔레와 장미o셋, 뚱딴지o넷, 거름자리o다섯, 며느리밥풀꽃o여섯, 호드기o일곱, 물두멍o여덟, 별이 내려오는 마당o아홉, 닭벼슬꽃o열, 감꽃 목걸이o열하나, 봉숭아 꽃물o열둘, 잔디 잔디 금잔디o열셋, 앵두가 익을 무렵o열넷, 호박벌o열다섯, 뱀딸기o열여섯, 심봤다o열일곱, 콩마당질o열여덟, 문 바르기o열아홉, 알밤 줍기o스물, 여섯 그루 밤나무o스물하나, 귀여운 도둑o스물둘, 향나무o스물셋, 겨울 손님o스물넷, 군불
책속에서
"뿌리째 캐 버리면 안 된단다. 머잖아 꽃대가 오르고 꽃이 필 텐데."
그렇습니다. 냉이는 고갱이 가득 꽃대를 품고 있습니다. 비가 한소끔 오고 나면 바로 꽃대를 뽑아 올릴 생각입니다. 그 꽃대에 참깨 알 같은 꽃을 다닥다닥 매달 꿈, 냉이는 생각만으로도 숨이 가쁩니다.
"그래도 냉이는 뿌리 맛이잖아요."
아들은 양보를 하지 않습니다. 금방이라도 호미를 들이댈 것 같습니다. 할머니가 아들과 눈을 맞춥니다. 다 큰 어른이 되었어도 투정을 부리는 아들이 철부지 같습니다. 할머니의 입가에 살그머니 웃음이 번집니다.
"욕심을 부리지 말거라. 나물은 캐는 것이 아니라 뜯는 것이란다."
- 14p, 나물 뜯기 중에서
가을이면 콩마당질을 합니다. 콩이 탱글탱글 영글면 콩밭에서 콩대를 뽑아다 마당에 깝니다. 한나절 가을 햇볕이 콩꼬투리를 간질입니다. 콩꼬투리는 간지럼을 견디지 못하고 톡톡 콩알을 튕겨 냅니다. 콩꼬투리가 다 터지는 것은 아닙니다. 간지럼을 타지 않는 아이가 있듯이 입을 꼭 다물고 있는 것도 많습니다. 그렇다고 콩꼬투리가 터지기를 마냥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가을날은 노루귀처럼 너무 짧습니다.
- 110p, 콩마당질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