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그워커

다니엘이 이곳에서 잠을 잔다는 사실 이외에도 이 방은 독특하다. 물론, 이곳은 현대적이고 멋지다. 욕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켈빈 클라인풍의 선적이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다. 하지만 동시에 썰렁하다. 가정집처럼 편안함을 주는 것, 어울리지 않는 의외의 물건, 계획 없이 되는 대로 놓은 것 같은 그런 것이 전혀 없다. 벽에 걸린 사진들은 충분히 멋지지만 열정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살아 잇는 생물을 담은 것이라곤 책상 모퉁이에 놓여 있는 다니엘의 사진들뿐이다. 어쩌면 남자들은 다 그런지도 모르지. 무릎에 젖은 혀가 닿는 것을 느끼면서, 다니엘이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다가, 퍼뜩 시드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번에는 옷방이다. 안쪽에 걸린 티셔츠를 꺼내 자기 몸에 대보았다. 몸에 비해 훨씬 크다. 딱 좋게 크군. 완벽한 크기야. 냄새를 맡아보았다. 세상에, 무슨 바보 짓이람. 하지만 냄새는 죽이는 걸? 니나는 다시 냄새를 맡으면서 기억해두려고 애썼다. 언제 어디서나 기억해낼 수 있도록, 특히 오늘 밤 혼자 침대에 누웠을 때. - 본문 180~181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