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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92997065
· 쪽수 : 240쪽
· 출판일 : 2013-11-30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일제는 죽은 새도 본 적이 있었는데 아주 작고 깃털도 채 나지 않은 새들도 더러 있었다. “어미 새가 둥지 밖으로 내쫓는 거야. 더는 원치 않는 새끼를 말이야.” 디터가 설명해줬다. 일제는 울고 있다. 그런데 자기가 왜 우는지는 잘 모른다. 우테 때문인지, 죽은 고양이 때문인지, 어린 새들 때문인지, 잊혀버린 아이들 때문인지. 일제가 주먹을 입에 대더니 엄지손가락 밑 손바닥의 볼록한 살을 깨문다. 아플 정도로 꽉 깨물고는 놀라면서도 후련한 기분으로 이빨 자국을 들여다본다.
일제가 눈을 감고서 울퉁불퉁한 흙길을 덜컹거리며 달리는 수레에 몸을 맡긴다. 그러면서 멀리, 아주 멀리, 돌아오지 못할 만큼 멀리 떠나는 꿈을 꾼다. 엄마는 울면서 이렇게 말할 것이다. 우리 일제가 얼마나 보고 싶은지. 어디 있는지 알기만 한다면. 돌아와주기만 한다면. 그리고 할머니는 슬픈 눈으로 마르가 언니를 바라보며 생각할 것이다. 차라리 일제를 맡아 길렀어야 했는데. 하지만 일제는 멀리 가버리고 없다. 돌아오지 못할 만큼 멀리.
일제는 들떠서 집으로 달려간다. 한 번도 멈춰 서지 않고 줄곧 달린다. 숨이 찬데도 빨리 따뜻하게 해주지 않으면 새끼 고양이가 품 안에서 죽을까 봐 겁이 나서 한 번도 쉬지 않는다.
마침내 부엌문 앞에 도착하니 얼굴에서는 땀이 흘러내리고 숨이 가빠 가슴이 아프다. 문은 잠겨 있다. 다행이다. 집에 아무도 없는 게 처음으로 기쁘다. 일제가 고양이를 조심스레 발깔개 위에 내려놓고 잠긴 문을 연다. 새끼 고양이는 아직 움직인다. 일제가 스웨터를 벗어 레인지 옆의 땔나무 보관함 위에 깐다. 그곳이 가장 따뜻하다. 일제는 스웨터 소매로 둥지를 만든 뒤 떨고 있는 작은 녀석을 그 안에 놓는다.
“기다려. 내가 우유를 데워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