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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93166521
· 쪽수 : 528쪽
책 소개
목차
1부 수취 불명
1. 높이 더 높이, 낮게 더 낮게
2. 책은 우편함이 아니다
2부 수취 확인
3. 민들레 폴렌타
4. 수취 확인
다시 쓰는 서문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포주는 가장 훌륭한 사서가 될 수 있다. 사이코킬러는 아니다. 그들은 가장 나쁜 사서가 된다. 사기꾼도 마찬가지다. 갱이나 총잡이, 은행털이도 모두 사서의 기본적인 자질을 갖추고 있다. 그들은 대중을 다루는 일에도, 조무래기를 부리는 일에도, 심사숙고해서 계획을 짜는 일에도, 그리고 절제된 분노로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일에도 능숙하다. 주식계의 큰손이나 대부업자도 맡을 수 있는 역할이 있다. 그러나 그들은 단 한 가지, 바로 '말로 하기 힘든 그것', 애매모호하기 짝이 없는 '그것'이 없다. 포주들이 '그것'을 뭐라고 부르는지 알고 있는가? 바로 '사랑'이다.
범죄물은 의심의 여지없이 가장 인기 있는 장르였다. 나는 매일같이 범죄물을 찾는 요구를 들어줘야 했다. 다양한 유형의 삼류 마키아벨리들로부터 『손자병법』이나 로버트 그린의 『권력의 법칙』을 찾는 요청이 자주 있었다. '마카벨리(Makaveli)'로도 알려진 살해당한 래퍼 투팍에게 감사하게도, 나는 니콜로 마키아벨리에 대한 책도 요청을 많이 받았다. 『군주론』을 빌려갔던 재소자의 대부분은 다소 실망한 얼굴로 그 책을 반납했다. 16세기에 쓰인 그 책은 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어려웠던 것이다.
우리는 감방 문이 열려 재소자들이 주간 휴게실을 돌아다니는 시간에 책을 전달하러 갔다. 실수였다. 세상으로부터 거의 완전히 단절된 재소자들이 뿜어내는 절망의 숨결이 손에 잡힐 듯 구역 안에 감돌고 있었다. 동물적인 절박한 굶주림으로 순식간에 우리에게 자석처럼 들러붙은 재소자들은 한쪽 구석으로 우리를 몰았다.
근무 중이던 교도관들은 이 상황을 우습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코미디언인 양 교도관 하나가 두 팔을 크게 벌리더니 갈매기처럼 펄럭거리기 시작했다. 꽥꽥꽥! 그는 이렇게 큰 소리로 외쳤다. "봐라, 리비어 해변 같지! 갈매기들이 몰려온다, 이것들아!" 사실 그들의 말에는 진실이 담겨 있었다. 우리는 해변에 나뒹구는 갈매기들의 먹잇감에 지나지 않았다.